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 레버리지 대표 농산물 선물 ETN(H)’은 지난 10일 1만 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9375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9.12% 상승했다. 이 상품은 밀과 옥수수, 대두 등 대표 농산물 선물로 구성된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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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곡물에 투자하는 상품도 일제히 올랐다. ‘하나 레버리지 옥수수 선물 ETN(H)’은 같은 기간 8.77% 상승했고 ‘KB 레버리지 밀 선물 ETN’도 8.70% 올랐다. ‘하나 레버리지 콩 선물 ETN(H)’은 6.54%, ‘미래에셋 레버리지 옥수수 선물 ETN’은 5.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와 비교하면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11.80%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지수가 8470선에서 7470선대로 밀리는 동안 농산물 레버리지 ETN은 6~9%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농산물 상품의 강세 배경엔 슈퍼 엘니뇨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는 현상으로, 지역에 따라 가뭄이나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를 유발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5월부터 엘니뇨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오는 11월 전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을 63%로 제시했다.
최근 밀과 대두 가격이 반등한 것도 관련 ETN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지난 9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보다 5.3% 올랐고 대두 선물도 같은 기간 5.6% 상승했다. 이상기후가 주요 생산지의 작황과 공급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계가 단기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엘니뇨가 모든 농산물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엘니뇨가 형성되면 미국 중부와 브라질 서남부,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창지대에는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대두와 옥수수, 밀의 작황이 개선되면서 곡물 가격의 상승폭이 오히려 제한될 수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슈퍼 엘니뇨가 나타났던 2014년 말부터 2016년, 2023년부터 2024년에도 곡물 가격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곡창지대의 강우 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이번에도 곡물 가격의 상단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코코아와 커피, 원당 등 이른바 ‘소프트 원자재’는 엘니뇨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도 등 서태평양 일대의 강우량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코코아와 팜유, 베트남의 로부스타 커피, 인도·태국의 원당 생산이 가뭄과 몬순 약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코코아는 다른 농산물과 달리 연중 수확이 이뤄져 기후 변화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다. 대신증권은 2026~2027년 세계 코코아 공급 초과 전망치가 26만 7000톤에서 14만 9000톤으로 낮아진 점을 들어, 이번 엘니뇨 국면에서는 곡물보다 코코아를 비롯한 소프트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재료 가격 상승은 음식료 업체의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코코아와 커피, 원당 사용 비중이 높은 제과·음료 업체와 팜유 사용량이 많은 라면 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제품 가격 인상 등 원가 전가 능력에 따라 기업별 실적 영향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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