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데클란 라이스의 컨디션 난조로 잉글랜드는 단단함을 잃었다. 라이스를 뺀 뒤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 경기에서 3명이나 시험했을 정도로 잉글랜드는 고민이 컸다. 결국 그 자리를 대체한 건 본업이 공격수인 모건 로저스였다.
12일(한국시간) 미국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을 치른 잉글랜드가 2-1로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16일 애틀랜타에서 4강전을 갖는다. 상대는 뒤이어 열리는 아르헨티나 대 스위스 승자다.
잉글랜드 선수단은 지금도 화려하지만 대회 전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특히 2선에서 공격 전개와 창의성을 맡아줘야 할 선수들이 여럿 슬럼프에 빠지며 일부는 아예 월드컵에 오지 못했고, 이번 대회 좌우 윙어들은 돌아가며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공격력은 최전방의 해리 케인과 그 뒤를 받치는 주드 벨링엄에게 많이 의존했다.
전반적인 경기 지배력과 전개 능력은 라이스에게 많이 의존했다. 라이스는 소속팀 아스널에서도 활동량, 몸싸움, 짧고 긴 패스, 공 운반, 세트피스 키커까지 온갖 측면에서 맹활약했다. 잉글랜드에서도 파트너 엘리엇 앤더슨과 더불어 포백 앞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러나 라이스는 애초에 통증을 안고 아스널 시즌 막판을 치렀으며, 월드컵에서도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는 중이었다. 16강전에서 해발 2,200m 멕시코시티까지 올라가 모든 힘을 쏟아부은 뒤 라이스가 아파 격리됐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노르웨이 상대로 선발 출장이 불투명했다.
전반전 동안 라이스답지 않게 부족한 존재감을 보인 뒤, 하프타임에 교체 아웃됐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대신 공격적인 에베레치 에제를 투입해 봤다. 그러나 노르웨이에 중원부터 내주고 크게 밀렸다. 후반전 중반에는 노르웨이가 오히려 잉글랜드를 수비진에 가둬놓고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정도였다.
투헬 감독은 결국 에제를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올려보내고 리스 제임스를 투입하며 중원에만 교체카드를 두 장째 써야 했다. 앤더슨과 제임스 역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알아주는 훌륭한 미드필더들의 조합이지만 라이스의 공백을 메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 영향이 벨링엄에게 이어졌다. 벨링엄이 뒤로 내려가 중원 문제를 커버해야 하니 공격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에 올라갈 때마다 꼬박꼬박 득점해 결국 역전을 만들어 낸 벨링엄은 대단했지만, 달리 보면 중원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경우 벨링엄을 더공격적으로 활용해 애초에 파괴력 있는 경기가 가능했다는 뜻이다.
기어코 투헬 감독은 라이스 대체자 모색에만 세 번째 교체카드를 썼다. 이번엔 제임스를 풀백으로 이동시키고 모건 로저스를 투입했다. 로저스는 애스턴빌라의 공격수로 활약 중이지만 좀 더 수비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다. 이제 기본적으로는 앤더슨과 로저스가 중앙 미드필더인 조합이되, 로저스가 수시로 올라가면서 벨링엄과 나란히 메찰라로 뛰는 역삼각형 중원 조합 비슷하게 됐다.
이 변화가 결국 먹혔다. 로저스의 중거리 슛을 골키퍼가 잡지 못하자 벨링엄이 파고들어 득점했다. 투헬의 중원 교체술이 세 번째 카드로 간신히 성과를 낸 상황이었다.
잉글랜드는 이날 투입되지 않은 미드필더로 코비 마이누 정도가 있지만 투헬 감독이 그리 신뢰하지 않는 듯 보인다. 노장 조던 헨더슨은 멕시코전 승리 후 기뻐서 광고판을 타 넘다가 넘어져 팔 골절상을 입고 대회에서 이탈했다.
공격자원을 중원에 넣는 임기응변으로 이날은 역전골을 만들어냈지만, 다음 경기에서 로저스 중원 카드를 선발로 쓰는 건 어렵다. 라이스가 온전한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 4강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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