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2026년 6월 국내 SUV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제네시스 다수 모델이 일제히 반등했다. 우연이 아니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석 달 넘게 이어진 생산 차질이 6월 들어 풀리기 시작하면서, 밀려있던 계약 물량이 한꺼번에 출고된 결과다.
ㅡ
무슨 화재였나?
ㅡ
2026년 3월 20일 오후 1시 17분,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자동차 엔진 부품업체 안전공업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안전공업은 현대차·기아 내연기관은 물론 하이브리드 전 차종에 엔진밸브를 공급해온 핵심 협력사다.
화재는 점심시간에 발생해 초기 대응이 늦었고, 나트륨 봉입 방식의 중공 밸브를 만들기 위해 저장해둔 나트륨 200kg이 물과 반응해 폭발하는 바람에 진화 작업도 오래 걸렸다. 이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사고 이후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엔진밸브 공급망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ㅡ
어디까지 번졌나?
ㅡ
처음에는 기아 모닝·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가 3월 말 가장 먼저 생산을 멈췄다. 4월 들어서는 그동안 비축해둔 재고가 소진되며 피해가 본격 확산됐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코나·제네시스 G80, 아산공장의 쏘나타부터 시작해 제네시스 GV80, 아반떼, GV70, 팰리세이드, G90까지 순차적으로 생산 조절에 들어갔다.
기아 역시 광명·화성·광주공장에서 만드는 K5, 셀토스, 니로, 쏘렌토 등에서 엔진 수급 문제를 겪었다. 4월 말에는 팰리세이드 가솔린·하이브리드, 싼타페 2.5 가솔린, 코나 하이브리드·가솔린 2.0, 그랜저 가솔린 2.5, 아반떼 하이브리드·N 등이 아예 생산 중단 목록에 올랐다. 제네시스는 G70·G80·G90 세단은 물론 GV80까지 전 라인업이 영향을 받았다.
ㅡ
소비자는 얼마나 기다렸나?
ㅡ
현대차·기아는 엔진 없이 만들 수 있는 전기차 위주로 생산 서열을 조정하고, 해외 공장에서 엔진밸브를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럼에도 대기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4월 기준으로 셀토스 가솔린·하이브리드는 계약 후 인도까지 약 5개월,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약 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네시스 주요 모델은 한때 6월 초까지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업계에서는 기존 예약 고객의 실제 인도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최소 2개월 이상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ㅡ
6월 숫자로 확인된 반등
ㅡ
안전공업은 6월 들어서야 부분적으로 생산을 정상화했다. 그 여파는 다나와 자동차가 집계한 6월 판매 데이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3~5월 생산이 사실상 막혀있던 팰리세이드는 6월 4211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130.7% 급증했다.
같은 이유로 생산이 밀렸던 싼타페(4068대, +42.1%), 투싼(3285대, +50.5%), 코나(2558대, +55.7%), GV70(2294대, +39.3%), GV80(1840대, +18.9%)도 나란히 두 자릿수 이상 반등했다. 이 6개 모델의 전월 대비 증가분만 합쳐도 6500대가 넘는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팰리세이드(-23.0%), 싼타페(-25.3%), 투싼(-26.2%), GV70(-20.8%), GV80(-37.7%)는 여전히 지난해 같은 달보다 크게 적었다. 코나(-3.0%)만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6월의 반등은 회복이라기보다, 그동안 눌려있던 수요가 한 달에 몰려 터진 것에 가깝다.
ㅡ
완전히 끝난 걸까?
ㅡ
현대차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과 팰리세이드 판매 중지 등으로 25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대체 부품을 개발해 내부 시험 중이며, 생산 차질분을 하반기에 최대한 만회하고 다른 해외 공장에서 추가 생산해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6월 판매 반등이 확인됐지만 대부분 모델이 아직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만큼, 밀린 물량이 완전히 해소되고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하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한편, 어렵게 정상화된 생산 라인 앞에는 새로운 변수도 놓여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8일 15차 임금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매일 2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봉수 기자 bbongs142@autotribune.co.kr
Copyright ⓒ 오토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