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채 속 보이지 않는 심리…자비 솔라 첫 국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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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채 속 보이지 않는 심리…자비 솔라 첫 국내 개인전

연합뉴스 2026-07-12 07:00:04 신고

긴장과 침묵으로 미묘한 심리 담은 신작·대표작 80여점 선보여

"모호함이 내 그림의 특징"…예술의전당서 10월까지 전시

'자비 솔라: 어느 한 해 - 완벽한 날들' 포스터 '자비 솔라: 어느 한 해 - 완벽한 날들' 포스터

[주식회사 홍서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화려한 색채와 영화 같은 장면 속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담아온 스페인 화가 자비 솔라(57)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자비 솔라: 어느 한 해 - 완벽한 날들'은 한국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50여점을 비롯해 길이 12m에 이르는 대형 회화 연작 등 80여점을 선보인다.

자비 솔라 작 '초록빛 풀밭' 자비 솔라 작 '초록빛 풀밭'

[주식회사 홍서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인 출신인 작가는 풍경과 인물을 주로 그리는 구상 화가다. 다만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기보다는 미묘한 제스처와 표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상이 지닌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는 이를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표현하는 '심리적 초상'이라 명명했다.

화면 속 인물들은 패션 화보 모델처럼 세련되고 아름답지만, 이들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서로를 비껴가는 시선과 알 수 없는 표정, 침묵 속 거리감은 관람객에게 화면 밖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회화의 힘은 질문을 남기고 상상력을 열어두는 데 있다"며 "관람자의 기억과 상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호함이 내 그림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자비 솔라 작 '완벽한 실패' 자비 솔라 작 '완벽한 실패'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 전시 중인 자비 솔라 작 '완벽한 실패'. 2026.7.12. laecorp@yna.co.kr

'완벽한 실패'는 자비 솔라가 심리적 초상이라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꽃이 만발한 들판 위 붉은색 2층 주택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한쪽 무릎을 꿇고 여성에게 청혼하는 듯한 장면이다.

자비 솔라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거리를 그린 작품"이라며 "매우 사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집 안에서 누군가 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비밀스러운 분위기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자비 솔라 작 '거리 1'과 '거리 2' 자비 솔라 작 '거리 1'과 '거리 2'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 전시 중인 자비 솔라 작 '거리 1'(위)과 '거리 2' 2026.7.12. laecorp@yna.co.kr

'거리 1'과 '거리 2'는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이다. 가로 12m에 달하는 8개의 패널에 인물들의 시간을 사계절의 흐름 속에 펼쳐 보인다.

나무와 집이 있는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하루를 보내지만, 인물들 사이에는 긴장감과 침묵이 흐르고 어색한 시선 속에 미세하게 어긋난 순간들이 쌓여 있다.

전시 제목은 '완벽한 날들'이지만 화면 속 인물들의 하루는 완벽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작가는 "여러 명이 등장하지만 마치 독사진을 찍는 것처럼 자기만 돋보이려는 개인주의 성향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화사한 분위기지만 긴장감과 심리적 거리를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비 솔라 작 '길' 자비 솔라 작 '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 전시 중인 자비 솔라 작 '길'. 2026.7.12. laecorp@yna.co.kr

'길'은 한국 관람객을 위한 작품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동양인을 그릴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동양인 남성과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작가는 "평소에 그려보지 않던 동양인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긴장감이 잘 나타나는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자비 솔라 작가 자비 솔라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자비 솔라 작가가 지난 8일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자기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7.12. laecorp@yna.co.kr

자비 솔라는 수많은 드로잉을 빠르게 그린 뒤 그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캔버스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순간적인 아이디어를 빠른 붓놀림으로 즉흥적으로 그린다"며 "동양화의 붓놀림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양화에서 화면 너머의 이야기를 읽어내듯 한국 관람객들이 내 그림에서도 화면 뒤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 17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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