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테슬라 FSD v14 Lite가 국내 상륙과 동시에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던 그때, 정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슬라 FSD가 확산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현기가 개발 못 해놓고 왜 국민이 자율주행을 못 써봐야 하냐"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 현대차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인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이미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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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은 정확히 뭘 걱정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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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지의 핵심은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소프트웨어가 먼저 시장을 장악하면,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관련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하며 사전에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FSD를 정식으로 쓸 수 있는 테슬라는 전체 등록 차량의 2.4%에 불과하고, 나머지 97.6%는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아예 기능이 잠겨 있다.
이 와중에도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FSD를 몰래 활성화하는 이른바 '탈옥' 사례가 85건이나 적발됐을 정도로, 규제 공백 속 안전 문제가 실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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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미 로보택시를 굴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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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타이밍이다. 국내 여론이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에 힘을 싣던 바로 그 시점,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손잡고 아이오닉5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이미 운영 중이었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이상을 겨냥한 서비스로, 연말 상용화를 목표로 한 사실상 '최종 리허설' 단계다.
모셔널은 2024년을 기점으로 규칙 기반 자율주행에서 벗어나 인공신경망이 인지부터 제어까지 통합 수행하는 '거대 주행 모델(LDM)' 체계로 기술 스택 자체를 갈아엎었고, 우버·리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미 13만 회 이상의 실전 주행 서비스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국내에 자율주행이 없다"는 진단은 정확히는 "국내 소비자가 자율주행을 못 쓴다"는 뜻이지, "국내 기업이 자율주행을 못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기술은 이미 태평양 건너에서 승객을 태우고 있다. 다만 그 기술이 정작 한국 도로 위에는 없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 산업 보호"라는 명분이 정확히 누구를 보호하는 건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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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만 계속 봉 노릇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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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테슬라 오너들의 불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900만 원짜리 FSD 옵션을 구매하고도 기능을 온전히 쓰지 못했다며 차주 98명이 낸 매매대금 반환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번 v14 Lite조차 국내 판매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산 차량은 대상에서 빠졌다.
국제기준(DCAS)이 국내에 반영되더라도 국토부 추산으로 실제 적용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비자는 국내 산업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 사이 실제로 시장을 선점하는 건 국내 기업이 아니라 여전히 테슬라라는 역설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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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규제로 막는 게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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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사고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로 자율주행이 확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다만 지금 필요한 건 "속도를 늦추자"는 방어적 대응이 아니라, 국제기준 도입 절차를 서두르고 규제 샌드박스를 실제로 넓혀 국내 기업이 실증 데이터를 쌓을 기회를 앞당기는 공격적 대응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미 해외에서 실전 데이터를 쌓고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다. 국내 규제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국내 기업조차 정작 국내 도로에서는 검증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산업연구원은 함께 짚었어야 하지 않을까.
양봉수 기자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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