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공포영화가 있다면 단연 ‘옵세션'(Obsession)일 것이다. 제작비 단 75만 달러(한화 약 10억 원)로 제작되어 글로벌 흥행 수익 4억 달러를 돌파하는 역대급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1999년생 크리에이터 출신의 신예 커리 바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선보인 이 작품은 기존 호러 장르의 전형적인 문법을 완벽하게 비틀며 현대인들의 심리적 불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 ‘원 위시 윌로우’가 불러온 잔혹한 기적
영화의 중심에는 구제불능의 로맨티스트이자 음악가게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 ‘베어'(마이클 존스턴)가 있다. 베어는 오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니키'(인데 나바레트)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지만,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제대로 고백조차 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용기 없음에 좌절하던 베어는 우연히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비로운 장난감이자 부적인 ‘원 위시 윌로우'(One Wish Willow)를 손에 넣게 된다. 반신반의하는 마음과 깊은 절망감 속에서 그는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며 부러뜨린다.
놀랍게도 소원은 현실이 된다. 다음 날부터 니키는 베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며 벅찬 사랑을 고백한다. 평생을 바라왔던 꿈이 이루어진 순간, 베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 듯했다. 하지만 강제로 뒤틀린 감정의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둡고 사악했다.
▲ 관계의 종말, 광기와 집착의 심리 호러
영화 ‘옵세션’이 선사하는 진짜 공포는 기괴한 괴물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바로 ‘강요된 감정’이 형태를 잃고 변질되어 가는 심리적 파멸 과정에 있다.
처음에는 달콤했던 니키의 애정 표현은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변해간다. 니키는 베어가 아주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지고, 다른 이성과 대화하기만 해도 통제 불가능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밤마다 허공을 보며 기괴하게 웃거나 울부짖고,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니키의 정신은 처참하게 붕괴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니키 역을 맡은 배우 인데 나바레트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순수한 사랑의 눈빛에서 순식간에 광기와 분노, 공포로 얼룩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름 돋는 열연으로 소화해 내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베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저주를 풀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의 결말부는 정신을 차린 니키의 눈앞에 펼쳐진 피투성이 현장과 잔혹한 현실을 비추며 관객들에게 묵직하고 서늘한 충격을 남긴다.
▲ 현대적 사랑의 불안을 투영한 메타포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적인 고어 스릴러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가 집요하게 조명하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인정 욕구’와 ‘버림받기 싫은 불안’이다.
베어는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받기 싫어하고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좋은 남자 콤플렉스’를 대변한다. 그러나 상대의 자유의지를 무시한 채 소원으로 옭아맨 사랑은 결국 서로를 파멸시키는 독이 되었다. 영화는 “강제로 얻어낸 감정을 과연 진정한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소유욕과 집착이 어떻게 폭력으로 변질되는지를 영리한 메타포로 보여준다.
‘옵세션’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만 있다면 거대한 자본 없이도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해 낸 수작이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심리적 압박감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긴 여운을 남긴다.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선개봉을 통해 국내 관객들과 먼저 만난 ‘옵세션’은 오는 9월 2일 극장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시 해당 작품은 상영 직후 “절대 혼자 보러 가지 마세요”, “부천 영화제 원탑”, “왜 올해 공포영화 순위 1윈지 알겠음”, “진짜 끝까지 숨막힌다. 아직도 후유증이 등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허장원 기자 / 사진= ‘옵세션’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