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패키지 일정 대신 부부 고유의 취향과 동선을 반영한 '커스텀 럭셔리 허니문'이 새로운 신혼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한 나라 안에 품은 튀르키예가 대안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튀르키예 보드룸에 위치한 프라이빗 비치. /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튀르키예는 동남아시아처럼 뚜렷한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나라는 아니다. 대신 지역마다 기후 특성이 크게 갈리는 것이 특징이다. 안탈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은 여름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엔 온화하면서 비가 잦은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사실상 여름이 맑고 건조한 '건기'에 가깝고, 늦가을부터 겨울까지가 강수량이 몰리는 '우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스탄불이 자리한 마르마라해 연안은 한국과 비슷한 온대기후를 띠며, 여름엔 덥고 습하고 겨울엔 춥고 눅눅해 눈이 내리는 날도 있다.
실제로 이스탄불은 1월 평균 낮 기온이 8도 안팎이지만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고, 겨울철에는 한 달에 열흘 넘게 비가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파도키아를 포함한 내륙 지역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보여 새벽과 밤에는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한다.
여행업계는 이런 기후 특성 때문에 낮 기온이 15~25도 안팎으로 온화한 4~5월과 9~10월을 튀르키예 전역을 돌아보기 가장 좋은 시기로 꼽는다. 봄에는 이스탄불에서 튤립 축제가 열려 도시 곳곳이 꽃으로 물들고, 가을에는 맑고 바람이 잔잔한 날이 많아져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가 뜰 확률이 한층 높아진다. 반대로 7~8월은 유럽 전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성수기로, 지중해 연안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르고 숙소와 항공권 가격도 상승하는 시기다. 겨울철에는 안탈리아 등 휴양도시가 한적해지는 대신 카파도키아에는 눈 덮인 기암괴석이라는 계절 한정의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지중해를 대표하는 휴양지 안탈리아는 최고급 5성급 리조트부터 독채 프라이빗 빌라까지 다양한 숙박 인프라를 갖춰 신혼부부의 완벽한 휴식을 보장한다. 전용 카바나와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치 클럽, 에메랄드빛 바다를 프라이빗하게 누비는 요트 투어가 이곳 허니문의 백미로 꼽힌다. 활동적인 커플이라면 카쉬에서의 프라이빗 다이빙이나 케코바 카약 투어, 세계적인 코스로 명성이 높은 벨렉의 골프 라운딩까지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은은한 야간 조명이 켜진 아스펜도스 고대 유적을 거니는 밤 산책 역시 안탈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로맨틱한 장면으로 소개된다.
카파도키아 자료사진. / lapas77-shutterstock.com
에게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무을라 지역에는 마르마리스, 페티예, 보드룸 등 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자아내는 휴양지들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튀르키예의 생트로페'로 불리는 보드룸의 하이엔드 리조트들은 프라이빗 해변과 인피니티 풀, 24시간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를 갖춰 신혼부부에게 완벽한 휴식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스탄불은 장엄한 역사와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도시다. 오스만 제국의 실제 궁전을 리노베이션한 최고급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마치 왕족이 된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해 질 무렵 프라이빗 크루즈를 타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 사이를 항해하며 즐기는 선셋 칵테일도 이 도시에서만 가능한 낭만으로 꼽힌다. 유서 깊은 아야 소피아를 한적하게 둘러보는 프라이빗 투어와 보스포루스 해협 상공을 가르는 헬리콥터 투어 같은 신혼부부 전용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쇼핑을 즐기는 부부라면 니샨타시와 바으다트 거리의 세련된 명품 부티크는 물론,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그랜드 바자르에서 장인이 만든 공예품을 고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풍경을 원하는 커플에게는 카파도키아가 첫손에 꼽힌다. 새벽녘 하늘을 오색빛으로 수놓는 열기구에 올라 수백 년 역사의 계곡을 내려다보는 비행은 비현실적일 만큼 장엄한 장관을 선사한다. 고대 동굴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럭셔리 동굴 호텔은 특유의 아늑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허니문의 로맨스를 더한다. 요정의 굴뚝 사이를 달리는 프라이빗 승마 체험, 기묘한 지하도시 투어, 붉게 물드는 일몰을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낮에는 전통 하맘과 스파로 여유롭게 피로를 풀고, 저녁에는 미쉐린 가이드가 인정한 레스토랑에서 현지 와인을 곁들인 아나톨리아 전통 요리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파묵칼레 자료사진. / Esin Deniz-shutterstock.com
여기에 더해 최근 신혼여행 코스로 관심이 높아지는 곳이 파묵칼레와 에페소스다. 튀르키예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파묵칼레는 온천수 속 석회질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새하얀 계단식 지형으로, 1988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석회붕 위에는 기원전 2세기 페르가몬 왕국 시대에 세워진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유적이 남아 있다. 무너진 로마 시대 대리석 기둥이 온천수 속에 그대로 잠긴 이른바 '클레오파트라 풀'에서는 실제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수천 년 된 유적 위를 헤엄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했던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은 보존 상태가 뛰어나 방문객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꼽히며, 극장 꼭대기에 오르면 석회붕과 마을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근에는 파묵칼레와 비슷한 형태의 카클륵 동굴,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7개 교회 중 하나였던 라오디케아 유적도 자리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파묵칼레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에페소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운 이오니아 지역의 식민도시로, 기원전 600년 무렵 전성기를 맞았고 이후 로마제국 소아시아의 수도이자 제국 4대 도시 중 하나로 번성했다. 약 1만 2000권의 파피루스를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켈수스 도서관은 에페소스 유적 가운데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건축물로, 아름다운 건축 양식과 공간 배치 덕에 에페소스 유적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지름 135m, 높이 38m 규모로 약 2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원형 대극장은 로마시대 문화예술 공연장이자, 훗날 검투 경기가 열리던 장소로도 쓰였다. 상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던 에페소스는 아르테미스 신전과 도미티아누스 신전으로도 이름이 높으며, 인근의 조용한 마을 쉬린제에 들러 튀르키예식 과일 와인을 맛보는 일정을 더하는 여행객도 많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튀르키예가 지역별로 기후와 볼거리 편차가 큰 만큼, 방문 목적과 시기를 미리 고려해 동선을 짜는 것이 만족도 높은 허니문의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문화유적 중심의 일정이라면 봄과 가을이, 해양 휴양이 목적이라면 여름 성수기가 적합하며, 열기구와 겨울 설경을 원한다면 비수기인 겨울철도 나름의 매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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