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폐합보다 먼저 해야 할 일, 국방부를 최전방으로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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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폐합보다 먼저 해야 할 일, 국방부를 최전방으로 옮겨라

뉴스비전미디어 2026-07-11 23:00: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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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지휘하에 국회 본관 앞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지휘하에 국회 본관 앞 ""3군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궐기대회 장면


대한민국 군 역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사상 처음으로 국회 앞에서 공동 궐기대회를 열었다. 평소에도 각 군은 전통과 문화, 임무가 달라 목소리를 함께 내는 일이 흔치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예비역 장성들, 사관생도 학부모들, 안보단체 관계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군 원로들이 특정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수준이 아니다. 대한민국 장교 양성 체계와 군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국방개혁은 필요하다. 시대가 변했고 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전차를 무력화하는 시대를 보여주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AI와 위성정보, 전자전이 현대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미래 전장은 총검술보다 인공지능, 데이터, 드론 군집체계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래전에 대비한다는 명분이 장교 양성 체계의 졸속 개편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정부는 합동성 강화를 이유로 가칭 '국군사관학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육사·해사·공사 생도들을 통합 교육한 뒤 후반기에 각 군 전문교육을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언뜻 들으면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보 정책은 기업 구조조정과 다르다.

해군 장교는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 공군 장교는 하늘과 우주를 이해해야 한다. 육군 장교는 지상전의 본질을 체득해야 한다. 각 군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전통과 문화, 리더십 교육은 단순한 교과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전투력의 일부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웨스트포인트(육사), 애너폴리스(해사), 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자는 논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합동성은 사관학교를 통합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전과 합동작전 교육을 통해 만드는 것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책 추진 과정이다.

군 경력이 20개월에 불과한 국방부장관이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이전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충분한 공론화 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은 많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군 경력의 길고 짧음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분야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전직 참모총장, 군단장, 사관학교 교장 등 수십 년 동안 군을 지휘했던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최소한의 절차다.

국방은 정치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군은 정치에 너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은 국민적 신뢰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정치권은 군을 의심하고, 군은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 그 결과 전투력보다 정치적 안전이 우선되는 이상한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군대는 원래 정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군의 인사와 조직, 교육체계까지 좌우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ROTC 29기로 임관해 백골부대 수색대대 소대장으로 복무했다. 당시 최전방 GOP와 수색작전 현장에서 배운 것은 교범보다 현실이었다. 군은 책상 위 보고서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경험과 전통, 그리고 장병들의 희생정신으로 유지되는 조직이다.

그래서 더욱 묻고 싶다.

지금 사관학교 통폐합이 그렇게 시급한 과제인가.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장교 지원율 감소, 초급간부 부족, 부사관 이탈 증가, 열악한 처우, AI 전력 구축 지연, 드론 전력 확충 부족 등이 훨씬 심각하다. 우수 인재가 군을 떠나고 있는데 간판부터 바꾸겠다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 ROTC중앙회와 3사관학교 총동창회, 학사장교 총동문회, 재향군인회까지 본격적으로 반대 대열에 합류한다면 이번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를 단순한 기득권 저항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상상력이다.

육사를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국방부부터 최전방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

포천·연천·철원 일대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국방 AI연구센터, 드론사령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집적한 미래형 군사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다. 북한에는 강력한 억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안보의 중심이 서울의 정치가 아니라 최전방 현장에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

세계는 지금 드론전쟁과 AI전쟁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군이 고민해야 할 것은 사관학교 건물의 위치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미래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 것인가이다.

국방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국가 생존의 문제다.

사관학교 통폐합이든 육사 이전이든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뿐이다.

"그 결정이 대한민국의 전투력을 정말 강화하는가."

그 답이 분명하지 않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숙고다. 안보는 실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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