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이후 첫 토지임대부 공공분양 정책이 서울 마곡17단지에서 시험대에 올랐으나, 정책 간 충돌과 현장의 혼선으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약속됐던 전용 대출 상품이 축소된 데 이어, 그나마 확정된 정책 대출마저 일선 은행 창구에서 제대로 취급되지 않아 당장 8월 말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잔금 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마곡17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뉴홈 나눔형’ 공공분양으로 공급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2022년 사전청약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LTV 80%, 연 1.9 ~ 3.0% 고정금리, 최장 40년 만기의 전용모기지를 핵심 금융지원 방안으로 제시했다. 당첨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4년간 자금 계획을 세웠으나, 본청약 과정에서 안내된 조건은 크게 달랐다.
본청약 접수 7시간 뒤에야 '대출 축소' 통보…실제 대출액은 40% 수준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본청약 신청 당일인 3월 10일 접수가 시작된 지 7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야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이유로 디딤돌대출의 LTV가 최대 60%로 제한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미 오전에 청약을 마친 당첨자들은 뒤늦게 핵심 대출 조건이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됐으며,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추가 자기자금 부담을 떠안은 채 청약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여기에 토지임대부 주택에 적용되는 '방공제(5,500만 원)' 사실마저 명확히 고지되지 않아,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당초 예상했던 분양가의 80%에서 절반 수준인 약 40%대(분양가 3.5억 원 기준 약 1억 5,500만 원)로 쪼그라들었다. 금리 역시 연 1.9 ~ 3.0% 고정금리에서 더 높은 변동금리로, 만기는 40년에서 30년으로 악화됐다.
엇박자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주택을 '셀프 낙찰' 받은 신혼부부 입주예정자 A씨의 경우, 청약에서는 무주택자로 인정받았으나 대출 심사에서는 1주택자로 간주돼 생애최초 혜택과 방공제 면제를 받지 못하는 등 부처 간 제도가 충돌하며 피해자를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7월 대출 열렸지만 은행 창구는 '나 몰라라'…SH 급기야 '대출 촉구 공문' 발송
당초 발표된 전용모기지 무산 이후,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율을 거쳐 이달 1일부터 일반 디딤돌대출 대상에 토지임대부 주택 요건을 추가했다. 대출 기간(최대 30년)과 일반 디딤돌대출 수준의 금리, LTV 최대 60%가 적용된다.
HUG는 지난달 중순 시중은행에 이를 사전 공지하며 내부 교육 등 준비 기간을 줬으나, 정작 7월 1일 대출이 개시되자 일선 은행 영업점들은 "해당 사항에 대한 지침이 없다"며 원활한 대출 접수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대한경제신문은 2026년 7월 6일 자 기사를 통해 정부와 일선 은행 간의 엇박자를 강하게 지적하며, 은행 창구의 '나 몰라라' 식 대응 탓에 8월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심각한 '잔금 대란'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디딤돌대출은 통상 실행 50일 전에 신청해야 하므로, 8월 말 입주 예정인 마곡17단지는 늦어도 7월 초중순에는 대출 접수가 들어가야만 잔금 확보가 가능하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H는 최근 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HUG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디딤돌대출 안내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SH는 공문을 통해 "수분양자들이 각 영업점에서 즉시 대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은행권의 조속한 대응을 요청했다.
정책 일관성 결여 비판…10일 국토부 앞 시위 예고
약 4년간 정부 발표를 신뢰하고 다른 주거 선택을 포기한 수분양자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대출 지연이나 금융 규제의 문제를 넘어, 정부 정책의 '신뢰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금 조달 위기에 내몰린 마곡17단지 입주예정자와 고덕강일3·마곡16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오늘(10일) 국토교통부 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열고, 당초 약속했던 토지임대부 전용모기지 원안(LTV 80%·고정금리·최장 40년) 이행과 대출 관련 부처 및 기관 간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토지를 공공이 보유해 무주택 서민의 초기 주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토지임대부 정책. 그러나 공급 정책과 금융 지원 간의 극심한 엇박자, 그리고 현장의 탁상행정이 겹치면서 애꿎은 청년·무주택 실수요자들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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