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가 저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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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가 저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나만아는상담소 2026-07-11 22:14:22 신고

나르시시스트가 저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오랜 시간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지 어언 8년이 되어간다. 나르시시스트와 연애를 끝내고 찾아오는 이들 중, 열에 여덟은 대부분 이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자기밖에 모르는, 타인의 고통에는 그토록 무감각한 그들이 과연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였냐고 묻는 것이다. 관계의 씁쓸한 중간과 끝을 돌이켜보면 이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내담자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이 질문을 되뇌는 이유는 분명하다. 관계의 시작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러브 바밍(Love Bombing)’이라 불리는 그 맹렬한 구애의 시기를 떠올리면, 마치 운명이라는 착각(깨알 책 홍보)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처음의 그 눈부셨던 완벽함과, 이후 나를 정서적으로 피폐하게 만든 상대의 모습. 그 큰 간극 사이에서 길을 잃고 지독한 인지부조화를 겪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단호하게 “그렇다”이다.

다만 그 사랑의 대상이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그들이 사랑에 빠진 것은’실제의 당신’이 아닌 그들은 오직 자신의 머릿속 환상으로 정교하게 빚어낸,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한 대상으로서의 당신을 열렬히 사랑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 삶이라는 연극의 연출가다. 그는 스스로의 완벽함을 돋보이게 해 줄 가장 훌륭하고 흠결 없는 상대역으로 당신을 캐스팅했다.

그렇기에 당신이 그 완벽한 배역에서 벗어나, 지극히 취약하고 인간적인 맨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그는 묘한 배신감을 느낀다.

어느 날 당신이 직장 생활의 피로를 토로하거나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기대어 올 때, 그는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는 대신 차갑게 거리를 둔다. 그리고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난 당신이 독립적이고,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의존적이지 않아서 좋았는데.”

보통의 연인이라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관계의 단단함을 다져가겠지만, 그들에게 그런 현실적인 모습은 불쾌한 오점일 뿐이다.

힘든 이야기 하나 맘 놓고 할 수 없는 관계라니, 이럴 거면 연애를 왜 하나 싶겠지만, 애초에 그들이 원한 것은 땀 흘리고, 갈등하고, 삶의 무게에 휘청이는 ‘평범한 인간’과의 교감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직 완벽한 자신이라는 거울에 비칠, 그토록 완벽한 환영이 필요했을 뿐이다.

당신이 그가 만든 기준과 환상에 부합하는 존재로 머물러 있을 때, 그는 분명 당신을 열렬하게 사랑했다. 그 감정 자체는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현실의 당신이 불쑥 끼어들어, 그들의 환상을 산산이 부숴버리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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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진 소장 저 | 북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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