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자유를 담은 욕망의 실루엣, 펜디 26-27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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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자유를 담은 욕망의 실루엣, 펜디 26-27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마리끌레르 2026-07-11 21:49: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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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은 펜디의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

펜디의 고향 로마에서 펼쳐진 키우리의 첫 펜디 쿠튀르

지난 9일, 이탈리아 로마 국립근현대미술관에서 펜디의 2026-2027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공개됐습니다. 1925년 탄생한 펜디의 고향이자 브랜드의 뿌리가 담긴 도시에서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처음 선보인 쿠튀르 컬렉션은, 화려함보다 몸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했는데요.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남긴 유산과 펜디 아틀리에의 장인정신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풀어낸 이번 컬렉션은 펜디 쿠튀르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욕망에서 시작된 유려한 실루엣

키우리가 첫 펜디 오트 쿠튀르 컬렉션 쇼를 통해 풀어낸 핵심 화두는 ‘욕망’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향한 갈망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창조의 에너지였죠. 특히 그는 몸이 느끼는 자유와 감각에 주목했고, 런웨이에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드레이핑과 실루엣이 등장했습니다. 정해진 형태에 몸을 맞추는 대신 입는 사람의 움직임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죠. 누구나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고, 무엇이든 욕망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컬렉션 전반에 녹아 들었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몸에 달라붙지 않는 튜닉을 비롯해 기모노에서 영감 받은 재킷과 코트, 로브 형태로 재해석된 아우터 등 여러 아이템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허리를 조이거나 몸의 선을 강조하는 대신, 넉넉하게 떨어지는 실루엣과 가벼운 소재로 움직임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옷을 완성했습니다. 벨벳 소재에 실크 안감을 덧대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드레이핑으로 조각 작품 같은 입체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냈죠. 신체를 규정하는 옷이 아니라, 입는 사람의 움직임과 개성을 따라가는 옷. 그것이 키우리가 쿠튀르라는 언어로 풀어낸 ‘욕망’이었죠.

소재의 정교한 조합으로 완성된 쿠튀르의 언어

이번 시즌, 키우리의 유려한 쿠튀르 컬렉션을 완성한 중심에는 펜디 아틀리에의 정교한 장인 기술이 있었습니다. 그는 시스루 소재도 과감하게 사용하며 섬세함과 관능미가 공존하는 피스들을 선보였는데요. 새틴과 시스루 실크 같은 우아한 소재 위에 소용돌이와 사선 패턴을 더하는가 하면, 블랙 프린지가 살랑이는 시스루 드레스로 실루엣을 은은하게 드러냈죠. 레이스와 벨벳이 더해진 로브와 가죽 파이핑으로 어깨선을 강조한 아우터는 소재와 디테일의 조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정교한 자수가 더해진 케이프와 풍부한 텍스처가 돋보이는 퍼 아이템 역시 쿠튀르 하우스다운 섬세한 손길을 드러냈는데요. 특히 남은 퍼와 가죽 조각을 이어 꽃무늬 패턴을 완성한 롱 코트는 버려질 수 있는 소재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입히며 장인정신의 진가를 보여주었습니다. 1920~30년대의 아르데코풍 스팽클을 더한 피스는 곡선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컬렉션에 더욱 선명한 예술적 감각을 불어넣었죠. 얇은 시어 원단 사이로 은은하게 드러나는 가죽과 깊게 파인 네크라인, 슬릿 디테일은 쿠튀르 특유의 관능적인 매력을 극대화했습니다. 과거 칼 라거펠트가 사랑했던 예술적 코드와 펜디 특유의 장인정신, 키우리만의 현대적인 감각이 컬렉션에서 어우러지며 다양한 소재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담아냈죠.

펜디 헤리티지를 담은 컬러 팔레트

이번 펜디 쿠튀르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는 블랙과 파치먼트 컬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차분한 분위기의 옅은 아이보리 톤이 감도는 파치먼트는 펜디의 정체성이기도 한데요. 1933년 양피지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러기지 라인 페르가메나(Pergamena)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앞서 공개된 크루즈 2027 컬렉션에도 등장했던 파치먼트 컬러는, 이번 쿠튀르 쇼에서도 펜디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 컬러로 완성한 팬츠 수트는 1970년대의 우아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떠올리게 했죠. 과거의 틀에 머무르는 대신 자신만의 시대를 만들어 간 인물들이었던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와 펜디 자매들에 대한 칼 라거펠트의 동경을 담아낸 디자인이었습니다. 과거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함께 변화해 온 펜디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죠.  

칼 라거펠트에게 보내는 헌사의 전시

쇼가 열린 로마 국립근현대미술관에서 이튿날부터 전시 ‘Fendi / Karl Lagerfeld 1985 After steps through work’도 함께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1985년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전시를 41년 만에 재현한 것으로,  칼 라거펠트가 펜디에서 쌓아 올린 창조적 유산을 다시 마주하는 공간인데요. 전시장에는 라거펠트가 남긴 2,000여 점의 스케치 중 약 200점과 함께, 모피와 가죽을 다루는 다양한 기법을 실험한 샘플 보드와 패턴, 토일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스케치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하나의 쿠튀르로 완성되기까지, 펜디 아틀리에의 창작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죠. 칼 라거펠트의 시선과 펜디 아틀리에의 장인정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영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조명했습니다.

1985년 당시 패션을 미술관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전시는, 41년이 지난 지금 패션 하우스가 아카이브를 통해 역사를 선보이는 흐름 속에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더합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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