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최태원 회장 ‘나스닥 승부수’ 주목
곽노정 CEO “2027년 최악의 메모리 부족”
TSMC처럼 장기 프리미엄 유지되나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SK하이닉스
[포인트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뉴욕 증시 승부수가 통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동맹의 중심축인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 데뷔 첫날 폭등세를 연출하며 화려하게 입성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거래되는 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이 국내 보통주 가격을 16% 이상 웃돌면서, 과거 대만 TSMC가 보여준 자본시장 내 ‘미국 프리미엄’ 현상이 SK하이닉스에서도 재현될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 첫 진입한 SK하이닉스 ADR이 공모가인 149달러 대비 13.08% 높은 168.49달러에 첫날 거래를 마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장중 주가 상승률은 최고 14%를 기록하며 뉴욕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나스닥 거래 개시를 기념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경영진이 직접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를 찾아 오프닝 벨을 울리며 글로벌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로이터는 한국의 억만장자가 던진 위험한 도박이 마침내 뉴욕에서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곽노정 CEO “2027년 최악의 메모리 쇼티지 온다”…수요 초과 2030년 지속
외신들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직상장 효과와 더불어 경영진이 제시한 압도적인 미래 청사진에 주목했다. 곽노정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역대 최악의 공급 부족(쇼티지) 직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인프라 확대로 인한 반도체 수요 폭발 흐름은 오는 2030년을 넘어설 때까지 공급을 계속해서 앞지를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업황 모멘텀을 바탕으로 임시 티커에서 오는 13일부터 정식 티커인 ‘SKHY’로 전환돼 정규 거래에 돌입하는 SK하이닉스 ADR에 대해 파생상품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외신 소식통에 따르면 나스닥 데뷔 후 영업일 기준 이틀 뒤부터 본격적인 옵션 거래가 개시될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본주-ADR 상호전환 비대칭성에 격차 장기화 전망…TSMC 사례 주목
자본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 본주와 미국 ADR 간의 커다란 가격 차이다. 첫날 마감가인 168.49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주당 약 253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날 한국 증시에서 마감한 SK하이닉스 보통주 종가인 218만원보다 무약 16%나 비싼 가격이다. 보통주 1주가 ADR 10주에 매칭되는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보다 훨씬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줄 일곱 번째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 Nasdaq, Inc. 2026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본주와 예탁증서 간 ‘상호전환의 비대칭성’이 지목된다. 미국 시장의 ADR을 취소해 한국 본주로 바꾸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한국 본주를 다시 미국 ADR로 전환할 때는 회사 측의 동의와 복잡한 예탁기관 절차가 개입해 공급이 실시간으로 늘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F-1)에도 공급 총량이 일정 한도를 넘길 경우 사전 동의가 필요해 전환이 제한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자유로운 차익거래가 막히면서 미국 시장의 공급 부족에 따른 프리미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대만 TSMC가 걸어온 길과 판박이다. TSMC 역시 대만 본주를 미국 ADR로 신규 발행하는 과정에서 규제와 총량 제약에 부딪혀 차익거래가 제한됐다. 그 결과 TSMC ADR 프리미엄은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불어 닥친 2024년 이후 평균 17.5% 수준까지 치솟으며 장기 안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투자자들이 미국 접근성 부족에 따른 지속적인 프리미엄 형성에 베팅할 것이라며 예탁증서를 매수하는 동시에 국내 본주를 공매도하는 전략이 첫날부터 당연한 선택지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장기 프리미엄 유지를 점치면서도 신중론을 유지했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격차가 서울 본주의 주가 상승으로 좁혀질지 아니면 미국 시장만의 독자적인 프리미엄으로 남을지는 정규 장 개시 이후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후자로 결론 날 경우 이번 나스닥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보다는 두 시장 간의 접근성 격차를 증명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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