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지역화폐 코인화, "지방은행이 발행·정산 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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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지역화폐 코인화, "지방은행이 발행·정산 맡자"

한스경제 2026-07-11 12:26: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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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드림플러스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블록체인 DID와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연대 전략 워크숍’에 디지털융합산업협회 김기흥 협회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10일 서울 드림플러스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블록체인 DID와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연대 전략 워크숍’에 김기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디지털융합산업협회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시·군별로 쪼개진 지역화폐를 원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발행과 정산에 지방은행을 끌어들이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행정구역 안에 묶여 있는 결제망을 광역 단위로 연결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정책지원금의 부정사용과 정산 지연을 줄이자는 것이다.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와 블록체인융합기술포럼(BCTF)은 10일, 드림플러스 회의실에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블록체인 DID와 지역화폐의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연대 전략 워크숍’을 열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와 법적 성격·지역경제 파급 효과·기술 실증(PoC)·준비금 관리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 행정구역에 갇힌 지역화폐···광역 결제망 제안

논의는 시·군별로 갈라진 운영 구조에서 출발했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장은 "각 지자체의 지역화폐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사용처와 결제망이 행정구역 안에 묶여 있다"고 진단했다. 할인 상품권에 머물지 말고 지역 소비와 기업 활동, 정책자금을 잇는 금융 인프라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서울·경기 등 광역단체가 공통 표준을 먼저 마련한 뒤 다른 지자체로 참여를 넓히는 방안을 내놨다. 주민과 기업, 지방은행을 아우르는 광역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화폐 사용 범위를 복지지원금과 정책자금, 지역기업 간 결제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정책자금을 지역에 묶어 두는 효과에 주목한 의견도 나왔다. 성기철 금융위원회 국장은 "지역화폐나 지역 스테이블코인만으로 지방소멸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방정부 예산과 정책지원금 일부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면 지역에서 생긴 자금과 부가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지역 안에서 도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국장은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정책적 자율성과 재정 독립성, 지방 정책금융기관·지방은행의 협조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 공급 기능이 중앙정부와 정책금융기관에 몰린 현행 구조에서는 지역이 자체 금융 생태계를 꾸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운영 주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상당수 지자체가 시스템 구축·운영을 민간 사업자에 맡겨, 사업자가 철수하면 결제 기반과 이용자 정보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성 국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광역단체가 운영 주도권을 쥐고 지방은행이 발행과 준비금 관리, 결제·정산에 참여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지역 간 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강성조 세종연구원 정책협력관은 한 지역에서 발행한 지역화폐를 인접 지역에서 쓸 수 없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사용 제한이 이용자 불편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 간 경제활동까지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기술 도입에 앞서 주민과 소상공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결제 환경과 지역 간 호환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경기도 2억원 실증···발행부터 정산까지 검증

이 같은 광역 결제망 구상은 경기도 연구용역을 통해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사업비 2억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안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연구 기간은 8개월이다. 지역화폐와 정책지원금 가운데 우선 적용 사업을 정하고, 기존 지급·정산 방식과 견줘 거래 속도와 행정 효율성,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따지는 사업이다.

실증의 밑그림으로는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구조가 제시됐다. 신범석 토큰스퀘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을 대안으로 내놨다. 폐쇄형 시스템은 사업자가 바뀔 때마다 플랫폼을 다시 깔아야 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은 공통 기반 위에 지자체별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책임자는 "이용자가 수수료를 내려고 별도 가상자산을 들고 있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발행 주체가 수수료를 대신 부담하고 고령층·소상공인은 QR코드만으로 결제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접근성과 함께 지역 간 이동을 고려한 결제 체계도 거론됐다. 외국인 관광객과 주민이 하나의 지갑에서 여러 지역화폐를 충전·사용하려면 지갑과 회계, 정산을 잇는 공통 기술 표준이 필요하다. 지자체마다 별도 시스템을 두더라도 이용 단계에서는 하나의 결제망처럼 작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증의 순서와 검증 항목도 제시됐다. 김봉규 지크립토 전무는 경기도 PoC를 발행·유통·결제·정산 전 과정 검증과 개별 정책사업 적용으로 나누는 방안을 소개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생애주기를 먼저 점검한 뒤 도민·가맹점 의견을 모아 복지지원금이나 바우처 등 적용 대상을 고르는 방식이다. 검증 대상에는 할인 한도를 넘긴 중복 사용, 정산 지연, 정책자금 집행 내역의 실시간 확인 문제가 포함됐다. 현재는 사업자마다 이용 정보가 나뉘어 있어 같은 사람이 여러 가맹점에서 할인을 중복으로 받아도 즉시 잡아내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풀 기술적 대안도 뒤따랐다. 사용 목적과 한도를 미리 정하는 프로그래머블 결제,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이용 자격과 누적 사용액을 확인하는 영지식증명, 발행 코인과 준비자산이 맞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준비금 증명 기술이 실증 대상에 오를 예정이다.

기대 효과는 수치로도 제시됐다. 심재현 경기대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정산을 도입하면 처리시간이 90% 이상 줄고 운영 비용은 30~50% 감소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정책자금의 지급 목적과 수령인·사용처·집행 시점을 하나의 데이터로 묶으면 복지지원금이 당초 대상과 용도에 맞게 쓰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절감 규모와 지역 내 소비 증가 효과는 경기도 실증과 비용·편익 분석을 거쳐 확인해야 한다.

▲ 독립 블록체인·통합 지갑···발행 책임도 숙제

결제망을 깐 뒤에는 지역별 정책 자율성과 이용자 편의를 함께 확보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최수혁 심버스 대표는 지자체마다 독립된 블록체인을 두되, 이용자는 하나의 지갑에서 여러 지역화폐와 바우처, 기업 포인트를 관리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모든 지역화폐를 한 사업자가 통합 운영하면 지역별 정책을 반영하기 어렵고 특정 업체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함께 지자체·지방은행·기술기업이 검증 노드를 나눠 맡고, 지역별 결제량을 감당할 처리 성능과 DID 기반 본인 인증,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비한 보안 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거론됐다.

기술 구조 못지않게 제도 설계도 숙제로 꼽혔다. 김기흥 회장은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의 운영 조건으로 △원화와 1대1 가치 연동 △발행액 전액에 해당하는 안전자산 신탁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지급수단과 연계한 유통 구조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 준수 체계를 제시했다.

해외 사례도 참고 대상으로 거론됐다. 김 회장은 "미국 지니어스법과 유럽연합의 가상자산시장법(MiCA), 일본·홍콩의 관련 제도를 놓고 준비자산의 보관·공시 방식, 발행·중개 주체, 이용자 보호 규정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법과의 정합성도 과제로 지목됐다. 김 회장은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과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사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과 발행 주체, 준비금 관리, 유통·상환 책임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은행과 지자체, 기술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제도적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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