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지식채널e’가 인터넷 괴담부터 고대 문명, 그리고 현대인의 관계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서로 다른 시대와 영역을 가로지르지만, 결국 인간의 본능과 선택을 향해 수렴하는 이야기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이어지는 방송은, 공포의 근원과 역사 속 인간의 선택,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관계의 방식까지를 한 호흡으로 엮어낸다.
■ 텅 빈 공간이 만들어낸 공포의 구조
첫날 방송은 인터넷을 뒤흔든 괴담 ‘백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동일하게 반복되는 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불안해지는 감각을 파고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진 한 장. 그러나 여기에 수많은 서사가 덧입혀지면서 ‘백룸’은 하나의 거대한 공포 체계로 확장됐다. 프로그램은 이 현상을 유행이 아닌, 인간 인지 구조의 문제로 접근한다.
문을 지나며 기억이 흐릿해지는 ‘문간 효과’,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서 발생하는 방향 감각의 붕괴 등 뇌가 느끼는 혼란을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익숙함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불안이 증폭되는 역설적인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 피로 완성된 경기, 아즈텍의 선택
14일에는 시선을 과거로 돌린다. 멕시코 고대 문명 아즈텍의 공놀이가 무대다. 일상적인 스포츠로 보였던 이 경기는 사실 생존과 신앙이 얽힌 거대한 의식이었다.
경기 결과는 곧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패배는 끝이 아니라 제물로 이어졌고, 경기장은 곧 제단과 맞닿아 있었다. 잔혹해 보이는 이 구조는 태양을 살리기 위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방송은 이를 폭력의 역사로 소비하지 않는다. 극한의 선택 속에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믿음의 방식 등을 짚어내며 ‘경쟁’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 연결을 갈망하는 시대의 역설
마지막 날은 현재로 돌아온다.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서로를 바라보고 연결된다. 그러나 동시에 피로와 고립감도 커지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만들어낸 ‘보여지는 나’와 실제의 자신 사이의 간극, 끊임없이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문제로 떠오른다. 연결을 위해 만든 공간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아이러니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 대한 반작용도 나타난다. 꾸미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거나, 더 좁고 깊은 관계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다. 변화하는 플랫폼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연결되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라는 점을 짚는다.
EBS ‘지식채널e’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현상을 하나의 질문으로 묶어낸다. 인간은 왜 두려워하고, 무엇을 위해 선택하며,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는가.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세 편의 이야기가 한여름 밤, 조용한 파장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밤 12시 40분 EBS1에서 방송.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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