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룸’이 외국 공포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자, 현실 속 ‘백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온라인에는 백룸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모은 ‘백룸맵(지도)’ 사이트가 등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를 따라 실제 장소를 방문하는 ‘백룸 투어’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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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백룸은 개봉 45일째인 이날 관객 수 120만882명를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영화 ‘어스’ 이후 7년 만에 외국 호러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넘었다.
백룸은 2019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인터넷 밈(meme)이다. 노란 벽지와 형광등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나 텅 빈 사무실처럼 익숙하지만 어딘가 현실과 다르게 느껴지는 공간을 뜻한다. 특별한 요소가 없어도 적막감과 반복되는 구조 자체가 기이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를 찾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화가 흥행하자 온라인에는 백룸맵까지 등장했다. 이용자들이 백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보해 공유한 지도다. 지하통로·계단실·상가·주차장 등 장소 유형별로 검색할 수 있고, 형광등·끝없는 복도·정적·폐허 감성 등 분위기 유형도 표시된다.
이 지도엔 전국에 총 49개 장소가 등록돼 있는데 각 장소에는 “한때는 사람이 많았지만 점차 사람이 사라지자 빛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리미널(liminal·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 있는 듯한 공간에서 느끼는 낯선 감각)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싼다” 등 설명이 적혀있다.
백룸맵에 등록된 서울 중구 밀레오레 상가도 설명대로 ‘리미널 감성’이 짙었다. 8일 오후 찾은 건물 1~9층 상가에는 간간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업무시설이 있는 13~18층은 오가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건물 중앙이 아래층까지 뚫린 구조에 양옆으로 같은 모양의 창문과 복도가 층층이 이어지면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건물에서 일한다는 A씨는 “최근에 젊은 학생들이 와서 사진 찍고 가던데 그거(백룸맵) 때문이었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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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는 백룸맵을 따라 실제 장소를 찾는 이른바 ‘백룸 투어’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영화를 본 뒤 백룸맵을 따라 서울지하철 광운대역 지하통로와 태릉입구역 승강장 등을 찾고 블로그에 후기를 올린 대학생 조성헌(20) 씨는 “익숙한 공간인데도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느낌이 들어 신기하고 멍했다”며 “영화 같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백룸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지도에 등록된 장소뿐 아니라 스스로 백룸 같은 공간을 찾아 공유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신촌 메가박스와 압구정나들목 지하보도 등을 백룸 같은 공간으로 소개하는 게시물이 잇따르며 저마다의 백룸 성지를 찾는 문화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문화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려는 새로운 소비 형태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유행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심리와 SNS를 통한 인증 문화가 맞물리면서, 영화나 인터넷에서 본 공간을 직접 찾아가는 백룸 투어도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백룸 명소를 찾는 이들이 늘며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알려진 백룸 장소 중에는 최근 시설 관리 인력 축소 등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된 홈플러스나 노후 상가, 폐건물도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업 중인 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 때는 출입 통제 구역에 들어가거나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은 자제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화장은 “상업시설이나 전시 공간처럼 방문을 전제로 하는 장소는 문제가 없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폐가나 노후 시설을 찾는 것은 사고 위험이 있다”며 “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시설을 공포 체험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은 종사자나 관계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만큼 이용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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