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한때 마약을 하고 수감 생활까지 했던 출소자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성노동에 종사했던 여성은 절대 자신의 과거를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한다. 이들은 편견 어린 시선을 견디며, 이를 평생 씻어낼 수 없는 치욕이라고 느낀다."
책 <차실 여인의 마음>(리원쉬안 지음·진주가원 기획·곽규환 옮김·누항 펴냄·316쪽)은 대만 타이베이 구도심 완화 홍등가 및 '차실(茶室)'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의 생애사를 담아 냈다. 차실은 주로 노년 남성을 대상으로 술과 차를 접대하는 여성 종업원이 상주하는 저렴한 축에 속하는 유흥업소로, 종업원 역시 대부분 중년 여성이다. 이 공간에서 종종 성매매와 연결되는 종업원으로 생활했거나 거리 성매매에 나섰던 여성들, 차실에서 청소부나 공연자로 일했던 여성 12명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완화 거리에서 이 여성들을 오랫동안 지켜 보고 지원한 기독교 단체 진주가원은 서문에서 여성들의 삶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두 개의 핵심 개념을 짚었다. 빈곤과 가부장제다."삶의 방식이 얼마나 다르든, 이 여성들에게는 하나의 짙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1950~1970년대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당시의 남존여비 문화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어린 나이에 사회로 나가 일하면서 가계의 한 축을 함께 떠받치며 오빠와 남동생을 공부시켰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여성이 성폭력을 겪었고 이를 은폐하고 피해자에 낙인을 찍는 문화로 인해 가해자 등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하거나 결과적으로 성매매 편입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대부분 여성들이 원가족 및 결혼 뒤 얻은 새 가족으로 인해 삶에 결정적 타격을 입었지만, 평생 이들에 대한 돌봄과 부양을 시도했다.
진주가원은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이 현재는 모두 은퇴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성들은 진주가원이 제공한 지속적 도움과 지지를 통해 다른 일을 할 용기와 기회를 얻었다. 이는 여성들의 삶이 빈곤과 가부장제라는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삶의 방식을 바꾸기 어려운 중·노년기에 외부 도움으로 이를 해 낸 여성들을 보면, 조금만 덜 가난했다면, 똑같이 가난했더라도 가족으로부터 딸이라고 학교도 보내지 않아 글을 못 읽는 수준으로 차별 받지 않고 약간의 지원과 지지만 얻었더라면, 소녀 시절 다양한 재능을 뽐냈던 그들의 삶이 지금과 다른 경로로 나아갔을 거라고 상상하게 된다.
자연스레 이러한 생각을 이끌어 내는 덴 이 책이 택한,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의 생애를 통째로 보여주고자 한 고민 깊은 서술 방식이 기여했다. 진주가원은 서문을 통해 "그녀들이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기 바랐다"며 책을 통해 "성노동이 그녀들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들 또한 누군가의 딸이었고 엄마이며 할머니이고, 각자 고유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한 참여자들의 "애씀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매매 여성 삶의 파편에 천착해 '자발성'이니 '강제성'이니를 놓고 다투는 대상화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책에 진주가원 활동가 3명의 생애사와 활동기가 차실 여성들의 생애사와 거의 유사한 형식으로 실린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 활동가는 책에서 "나는 구원자가 아니라 동반자다"라고 밝혔는데 차실 여성들과 활동가 생애사의 나란한 배치는 이 말에 진정성을 부여하고 "당신과 그녀들 사이에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하고자 했다는 기획 의도에도 부합한다. 이는 연구 참여자의 삶에 충분히 다가가지만 판단은 유보하고 이들의 삶과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동시에, 연구자 자신이 누구인지는 드러내 독자의 판단을 돕는 방식을 취하는 문화인류학의 문화기술지적 기술과 닮은 점이 있기도 하다.
책을 구성하는 핵심 공간인 차실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인터뷰 참여자들이 언급한 대만의 가수, 음식까지 빼곡히 설명한 '옮긴이 주'는 1950년대부터 대만에서 살아 온 여성들의 삶과 2026년에 한국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 간 거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책엔 본문과 별도로 기획자와 저자 인터뷰가 따로 실리기도 했는데 이는 출판사가 번역자에게 의뢰한 것이라고 한다. 쉽지 않은 소재를 정성 들여 풀어낸 책이다.
타국의, 생면부지 여성들의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와 이들이 생활하는 어디서 본 듯한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전세계적으로 여성들에 가해진 비슷한 짜임의 성차별적 구조를 실감하게 된다. 더불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지금은 전혀 별개의 무거운 죄로 수감돼 있는 한때 한국을 통치했던 정치인의 발언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도 새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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