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놓친 K-방산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1천600조 원대의 미국 함정시장을 정조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후 양 정상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군함 건조와 관련한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
미 국방부(전쟁부)와 해군도 최근 각각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 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을 국내 조선사들에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미 선박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존스법 등의 규제로 진척이 없던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군함 10척 신속 건조 가능한가" 李대통령 "당연히 가능"
靑 "美측, 군함 韓서 건조도 배제 안 하는 듯…실무협의서 구체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나토 환영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군함 건조와 관련한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고 청와대가 8일 밝혔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리셉션 및 환영 만찬에 참석해 여러 나토 동맹국 정상 등과 환담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달 16~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약 2시간 동안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군함 10척을 신속히 건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당연히 가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를 '마스가'(MASGA)를 위한 조선 협력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국 예산으로 건조되는 함정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과 '존스법' 등 규제 장벽을 놓고 해법을 찾고 있는 와중에 양 정상이 군함 건조 관련 협의를 하면서 미 군함 건조 방식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 내 건조도 배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존스법은 미국 연안 항로에서 운항하는 선박의 경우 △미국 건조 △미국 국적 △미국인 운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미국 군함 및 부품 건조를 해외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일 몽골 울란바타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받고 있다"며 "미국 법에 군함이 있고 군수지원함이 있고, 상선 계열 군을 지원하는 선박도 있고, 선박 종류마다 적용되는 법 내용도 조금씩 달라서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 정상 간 나눈 얘기가 상세히, 체계적으로 이뤄진 대화는 아니다"라며 "만찬장에서 잠시 서서 나눈 대화여서 대화 내용들 전체가 아귀가 들어맞다기보다 조각조각이다. 이걸 가지고 실무협의를 하면서 구체화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공간을 파악해서 채워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함을 포함한 미 선박 규제를 담고 있는 존스법,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과 관련해 "현행법을 어떻게 우회할 건지, 해소할 건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그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웨이버(유예)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을 거고 여러 방법이 있을 건데 어떤 방식으로 하자는 건지 파악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군함 건조는) 우리로서는 중요한 협력이다. 우리가 조선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가지고 있고, 한미 간 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마스가도 있어서 여러 가지 조합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협력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동맹 간 공조도 튼튼해질 거고, (대미) 투자도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 경제적 편익도 있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 국방부·해군,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에 건조·설계역량 질의
양국 정상이 G7 정상회의 이후 불과 3주 만에 다시 만나 군함 건조 협의를 이어간 가운데,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와 해군이 최근 국내 조선사들에 전투함·급유함 관련 정보 요청(RFI)을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은 각각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에 대한 RFI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에 전달했다. 이는 마스가 논의 이후 미국 측이 한국 조선업계의 함정 건조 역량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다.
RFI는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른 절차로, 정부가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해 가격·인도 조건·시장 정보를 파악할 때 활용된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회신했으며, 급유함 RFI에는 삼성중공업까지 포함해 총 3개사가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 실적, 설계 인력과 역량, 연간 건조 가능 규모 등 조선소의 종합적인 역량을 담아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한국 해군 최신예 호위함 '울산급 배치-Ⅲ(충남급)'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급 배치-Ⅲ는 길이 129m, 폭 14.8m, 높이 38.9m, 경하배수량 3,600t급으로, 기존 인천급·대구급 대비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선도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고, 후속함 일부는 한화오션과 SK오션플랜트가 맡았다. 지난 5월 미 국방부 실사단은 SK오션플랜트 고성사업장을 방문해 건조 중인 울산급 배치-Ⅲ에 직접 승선해 내부를 점검하기도 했다.
앞서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올해 2월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소규모 함정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RFI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추진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향후 미국이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경우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은 해군 함정을 지난해 말 기준 296척에서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30년간 총 364척, 연평균 12척의 신규 함정이 필요하며, 연평균 300억 달러(약 45조 원), 총 1조 750억 달러(약 1,6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최근 국내 기업들이 고배를 마신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큰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조선협력센터 이달 문 연다…'마스가' 프로젝트 탄력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를 위한 '한미 조선협력센터'도 이달 23일 문을 연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행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정인섭 한화오션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조선 3사의 최고 경영진의 참석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하며, 강경화 주미대사도 행사에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5월 김정관 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워싱턴 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센터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 지원을 맡게 된다. 또한 미국 조선소 생산성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센터가 출범하면서 마스가 프로젝트도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 지원을 맡게 되며, 미국 조선소 생산성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 3사는 이번 개소식을 계기로 마스가와 관련한 현지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전투함을 건조하기 위한 라이선스 획득 절차를 밟고 있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 역시 각각 헌팅턴 잉걸스,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 등 현지 조선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아울러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2건씩, 총 4건의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계약을 수주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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