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사실상 청산 위기에 몰리면서 경영을 맡아왔던 김광일 MBK파트너스(MBK) 부회장의 책임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 부회장이 네파와 고려아연 등 다른 투자기업의 이사회에서도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 실패를 둘러싼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일한 경영진이 다른 핵심 기업의 의사결정에도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업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린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일부 사업 매각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14일 안에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MBK의 경영 전략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했고, 이후 점포와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그러나 늘어난 금융비용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장기 투자보다 재무적 성과에 무게를 둔 경영이 결국 회생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인수 초기부터 이사회에 참여했으며, 2024년부터는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MBK 측은 재무 안정화와 경영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입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표 취임 약 1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책임론도 함께 불거졌다.
MBK는 인수 당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안정을 약속했지만, 이후 점포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직원 수는 인수 당시보다 크게 감소했고, 업계에서는 기업의 장기 경쟁력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부회장이 다른 MBK 투자기업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롯데카드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네파와 고려아연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과거 롯데카드가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를 겪었을 당시에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MBK의 투자기업 관리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 제재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일 MBK에 대한 직무정지 등을 포함한 중징계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관심은 고려아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25년부터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핵심광물과 첨단소재 생산을 기반으로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국가기간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단기간 투자수익 회수를 추구하는 사모펀드식 경영 방식이 장치산업의 특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계 역시 홈플러스 사례가 고려아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최근 홈플러스 노조와 연대 의사를 밝히며 MBK 경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관련 논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투자 성과뿐 아니라 투자기업에 대한 책임경영 여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며 "동일한 경영진이 여러 기업의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만큼 시장의 검증도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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