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최근 세계 방산시장에서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기술이전 등을 포함한 산업협력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래 K방산 수출의 핵심 플랫폼으로 꼽히는 KF-21의 수출 전략으로 '진화적 공동연구개발'과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제시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차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은 개별 기체의 성능을 넘어 개발 방식에서도 공동개발이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차세대 전투기는 스텔스와 인공지능(AI), 무인기 협업, 전자전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야 하는 만큼 개발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개발 비용과 기술 부담까지 커지면서 다수의 항공 선진국이 여러 국가가 기술과 비용을 분담하는 공동개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일본·이탈리아는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을 통해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고, 프랑스·독일·스페인이 추진해 온 미래전투항공체계(FCAS)도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전투기 수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우수한 성능의 전투기를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기술이전 등을 포함한 산업협력 역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 수출 전략으로 '진화적 공동연구개발'을 제시했다. 기존 전투기를 공동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KF-21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모델이다.
KAI의 김재홍 수출사업본부장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방산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기존 플랫폼과의 상호운용성 확보와 진화적 공동연구개발, 그리고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KF-21의 핵심 수출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잠재적 협력 국가들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꼽았다. 이와 함께 FA-50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KF-21 협력까지 확대하는 구상도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우리보다 먼저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5세대와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KF-21 기반의 성능 개량형을 조속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로드맵으로 김 본부장은 먼저 전자전 임무를 수행하는 KF-21 EJ(Escort Jammer)를 개발하고, 이후 내부무장창과 고도화된 항전시스템 등을 적용한 KF-21 EX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협업전투기(CCA)와 다목적 무인기를 연계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구축해 차세대 전투기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는 단계적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차세대 6세대 전투기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며, 유럽도 5세대를 건너뛰고 6세대로 직행하려다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FCAS는 차세대 전투기와 무인기, 전투 클라우드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사업이지만, 참여 기업 간 역할 분담과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KAI가 KF-21 EJ와 EX를 거쳐 협업전투기, 다목적 무인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발전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기술적 부담을 고려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KAI는 또한 공동개발의 전제 조건으로 독자 기술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100%에 가까운 국산화를 달성해야 내재적인 경쟁력이 확보되고 수출도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국내 양산과 유지보수가 가능해야 전력 운용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핵심 부품과 소재 국산화가 이뤄져야 산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현재 KAI의 체계종합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핵심 부품과 소재, 핵심 기술은 추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국책 연구개발(R&D)과 성능개량(PIP), 국제 공동개발, 국내 사업화를 연계해 KF-21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전자전과 정보융합 능력, 대레이더미사일 등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김 본부장은 제안했다
또한 산업협력도 국가 차원의 표준 패키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요구에 따라 산업협력 방안을 조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수출금융과 기술수출 제도도 시장 변화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KAI가 제시한 '진화적 공동연구개발'은 단순히 해외 파트너를 늘리는 전략이 아니다. KF-21의 단계적 성능개량을 통해 독자 기술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개발과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차세대 전투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도 차세대 전투기 개발 환경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센터장은 “6세대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국제 공동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동개발을 하면 우리 포션은 줄어들더라도 수출 물량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기술을 함께 공유하고 공급망을 나누는 형태의 공동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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