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 랜탱크가 그려낸 테크 패션, 장 폴 고티에 2026-2027 FW 오트 쿠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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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 랜탱크가 그려낸 테크 패션, 장 폴 고티에 2026-2027 FW 오트 쿠튀르

마리끌레르 2026-07-10 15:59:01 신고

해체와 실험,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는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의 첫 장 폴 고티에 오트 쿠튀르.

듀란 랜팅크, 테크 쿠튀르의 시대를 선언하다

7월 8일(현지 시간), 파리 생마르탱 거리에 위치한 장 폴 고티에 본사 그랜드 볼룸. 사방이 하얀 미래적인 느낌의 공간 안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란 랜팅크가 장 폴 고티에에서의 역사적인 첫 쿠튀르 데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타이틀은 ‘테크 쿠튀르(Tech Couture)’. AI와 디지털이 창작의 언어를 장악하는 이 시대성에 맞는 가장 도발적인 무대였죠. 듀란 랜팅크는 쇼 노트에 “나는 이번 컬렉션을 실험을 위한 연구실로 바라본다”고 적으며, 전통적인 오트 쿠튀르의 장인 정신과 현대의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대담한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모든 장식을 걷어낸 순백의 공간은 그 실험의 결과물인 의상 자체가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되도록 설계된 선택으로 다가왔죠.

Jean Paul Gaultier

마리 앙투아네트와 3D 프린팅의 만남?

듀란 랜팅크가 이번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바로 프랑스 패션의 시초 격인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베르사유 궁전 내부 인테리어와 여왕의 침실 벽지 문양을 정교한 자수 기법으로 구현한 드레스들이 그 시대의 화려함과 위엄을 머금은 채 런웨이에 올랐는데요. 다만 그 방식은 전혀 고전적이지 않았습니다. 듀란 랜팅크는 역사적 아카이브의 풍성한 볼륨감을 고정하기 위해 기존의 철사나 코르셋 대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형태를 완성해냈죠. 수천 개의 3D 프린팅 스케일을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수 놓은 뱀비늘 스타일의 드레스는 걸을 때마다 마치 ASMR 같은 작은 사운드를 내기도 했습니다. 양쪽으로 거대하게 날개처럼 펼쳐지는 튈 스커트와 토르소가 떠오르는 왜곡된 모양의 피스, 바닥까지 늘어지는 리본까지. 재활용 아카이브 원단과 산업용 폼 소재가 장인의 손끝을 거쳐 하나의 조형 작품으로 완성되는 이 순간들이, 과거의 화려함을 미래의 기술로 다시 쓴 듀란 랜팅크의 방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AI 시대, 오트 쿠튀르는 어디로 향하는가

장 폴 고티에가 1990년대 마돈나(Madonna)의 콘 브라 투어로 패션의 경계를 허문 것처럼, 듀란 랜팅크는 이번 쇼를 통해 패션이 기술과 만났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오트 쿠튀르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습니다. 그가 이야기한 ‘테크 쿠튀르’, 이것은 단순한 컬렉션의 주제가 아닌 지금의 패션이 향하고 있는 방향 자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3D 스캔으로 인체를 데이터화하고, 산업용 소재와 장인의 손끝이 만나며, AI가 창작의 언어를 바꾸는 이 시대에 오트 쿠튀르는 더 이상 단순히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행위에 머물지 않습니다. 발렌시아가가 디지털 스캔 데이터로 인체에 맞는 구조물을 완성하고 바이오 엔지니어링 소재를 최초로 도입하듯,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들이 앞다투어 기술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죠. 듀란 랜팅크의 이번 장 폴 고티에 오트 쿠튀르 데뷔 쇼는 그 거대한 흐름 위에서 가장 파격적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 무대였습니다. 기술이 패션의 적이 아닌, 오트 쿠튀르를 더 쿠튀르답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Jean Paul Gaultier 유튜브
Jean Paul Gaultier 유튜브

브라보! 장 폴 고티에의 새로운 시작

쇼장에서 듀란 랜팅크의 오트 쿠튀르를 직접 지켜본 원조 거장 장 폴 고티에는 런웨이 끝에 나온 그를 두 팔로 껴안으며 “브라보!”를 외쳤습니다. 박수와 함께 전해진 그 포옹은 하우스의 유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건네는 가장 뜨거운 승인이었죠.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기술과 실험으로 쿠튀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 듀란 랜팅크의 첫 무대. 장 폴 고티에라는 이름이 다시 한번 패션계의 가장 흥미로운 이름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듀란 랜팅크가 앞으로 써 내려갈 오트 쿠튀르의 다음 챕터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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