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수면 아래 잠자던 우발채무라는 이름의 뇌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뇌관의 중심에는 롯데건설이 서 있다.
우발채무란 무엇인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특정 조건이 성립하면 곧바로 현실의 빚으로 전환되는 잠재적 채무다. 평시에는 재무제표 각주 한 줄로 조용히 존재하다가, 위기가 닥치면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는 바로 그 조건이 성립했다는 신호탄이다.
■ 80%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
전국 20곳의 홈플러스 점포 개발사업(PF)에는 2026년 7월 3일 기준 선순위 대출 1조 5,108억원과 후순위 PF 보증 8,719억원이 얽혀 있다. 이 가운데 롯데건설이 짊어진 후순위 PF 보증액은 5,738억원으로, 전체의 약 80%에 달한다. DL이앤씨(1,425억원)가 자기자본 대비 2.7% 수준에서 리스크를 제한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이미 본PF 전환과 대위변제·채무인수로 해당 리스크를 해소했다. 네 개 건설사 가운데 유독 롯데건설만이 여전히 브릿지론이라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사업장을 얼마나 많이 끌어안았느냐, 후순위 보증을 얼마나 관대하게 내주었느냐의 문제다. 롯데건설이 참여한 13개 현장 가운데 11곳에서 후순위 리스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은, 이 회사의 PF 리스크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진다.
■ 7,294억원, 숫자 뒤에 숨은 구조
롯데건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규모는 후순위 PF 보증 5,738억원에 그치지 않는다. 샬롯펀드 편입분 5,554억원, 자사 보유 전자단기사채 184억원, 그리고 본PF로 전환됐음에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동점 관련 1,556억원까지 더하면 실질 부담은 7,294억원으로 불어난다. 신용평가사가 상동점을 두고 "인접 사업장과 얽힌 펀드 구조로 파산 리스크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고 평가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본PF 전환이라는 형식적 안전판이, 실질적으로는 안전판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건설 측은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2025년 말 1조 395억원이던 후순위 보증이 2026년 6월 말 5,738억원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감소의 실체는 부천상동점·동대문점의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된 결과일 뿐, 리스크 자체가 소멸한 것이 아니다. 위험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위험의 총량은 여전히 롯데건설의 대차대조표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 진짜 고비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타임라인이다. 2026년 8월 5,800억원, 10월 2,700억원의 선순위 대출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8,500억원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처는 2027년 3월, 샬롯펀드 만기와 함께 도래하는 후순위 PF 5,738억원이다.
만약 기한이익상실(EOD)이 선언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샬롯펀드 편입 채무 중 20%인 약 1,111억원은 단 1개월 안에 우선 상환해야 하고, 나머지 4,443억원은 2027년 3월 펀드 만기와 함께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계약 구조가 이미 예정해놓은 시나리오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폐지된 이상,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 폐점이 늘수록 커지는 이자 청구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김해점·가좌점·센텀시티점·동수원점 4곳이 문을 닫았고, 롯데건설은 이들 점포의 선순위 대출 이자 대여금으로 연 235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 점포까지 폐점이 확대되면 이 부담은 연 최대 500억원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나이스신용평가의 추산이다. 매출도 없는 빈 점포를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를 대신 물어주는 구조, 이것이 지금 롯데건설이 처한 현실이다.
■ "제한적"이라는 말의 무게
롯데건설은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자금 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관련 사업장 매각과 자산 유동화 등으로 확보한 자금이 있어 최악의 상황에도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한적'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정직한 진단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부채비율은 2023년 235%에서 2025년 186.7%로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2026년 1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는 1조 4,703억원, 장기차입금 및 사채는 1조 5,174억원으로 모두 증가 추세다. 특히 브릿지론 대출 잔액 2조 8,713억원 가운데 86.2%인 2조 4,754억원이 1년 내 만기라는 사실은, 홈플러스 리스크가 결코 독립된 변수가 아니라 롯데건설 전체 유동성 리스크의 일부라는 점을 방증한다.
한국기업평가 김미희 수석연구원은 DL이앤씨가 "PFV 출자자로 사업을 직접 추진하고 있어 후순위 신용보강만 제공하는 구조에 비해 선순위 대주와의 협의를 통한 사업 정상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짚었다. 뒤집어 말하면, 후순위 신용보강 구조에 갇힌 롯데건설은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한국신용평가 김상수 수석애널리스트 역시 "홈플러스의 실제 파산 및 청산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 만큼, 건설사별 대응 방안을 추가 검토해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언어는 늘 조심스럽지만, 그 조심스러움 자체가 이미 경고음이다.
■ 회사 존립의 문제는 아니라지만
물론 홈플러스 관련 리스크가 롯데건설 전체 PF 우발채무 3조 3,909억원 가운데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것이 곧바로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재무 위기는 언제나 '존립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안도감 속에서 서서히 곪아 터진다. 2026년 하반기 8,500억원, 2027년 상반기 5,738억원이라는 두 개의 만기 폭탄을 앞둔 롯데건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제한적"이라는 안이한 자기 진단이 아니라, 후순위 보증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을 어떻게 선제적으로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로드맵이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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