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_Pub: 망돌의 이력서] 망한 아이돌, 대기업 회사원으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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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_Pub: 망돌의 이력서] 망한 아이돌, 대기업 회사원으로 재탄생하다

투데이신문 2026-07-10 10:39: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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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작가가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작가가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망돌’이라는 단어 안에는 어쩌면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한 사람의 열정이 담겨 있을 수도 있어요”

‘망한 아이돌’을 줄인 말인 ‘망돌’은 대개 실패하거나 주목받지 못한 아이돌을 낮춰 부르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상현 작가는 이 단어를 자신의 책 제목 가장 앞에 내세우며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노력을 실패가 아닌 하나의 이력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스스로를 ‘망돌 출신’이라고 소개하는 이 작가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8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고, 데뷔 후 약 1년간 무대에 올랐다. 해외에서 예상 밖의 인기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바라던 성공에는 닿지 못했다. 팀이 해체된 뒤에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취업을 준비했고 현재는 대기업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작가는 “무언가를 오래 사랑하고 몰두해본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이라도 언젠가는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삶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세상에 내놓은 첫 책, <망돌의 이력서> 는 아이돌의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삶의 재기록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부터 긴 연습생 생활, 팀 해체와 취업 준비, 직장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했던 시간까지 한 사람이 실패라고 여겼던 경험을 어떻게 삶의 자산으로 바꿔왔는지를 담았다.

그는 이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이야기한다. 아이돌 활동을 마친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이들에게 다른 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선례’이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한다. 다음은 이 작가와의 일문일답.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는 <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는 <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작가 ©투데이신문

Q. ‘망돌’이라는 표현이 스스로에게 꽤 아픈 단어일 수도 있는데. 책 제목으로 <망돌의 이력서> 라는 표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망돌’은 인터넷에서 주로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부정적인 의미를 극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망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조건 실패한 아이돌의 모습만 떠올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 단어 안에는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의 열정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나에게는 8년 동안 연습하고 1년간 활동했던 시간이 담긴 말이다. 누군가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단단해지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재조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원고를 구상할 때부터 제목을 <망돌의 이력서> 로 정했다. 출판사에서는 너무 부정적인 의미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제목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Q. 아이돌 활동을 마친 뒤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그 중에서도 직장인의 길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연습생과 아이돌 생활을 포함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안정한 수입과 생활을 경험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가진 ‘직장인’을 선택했다. 물론 직장인이 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취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대학 졸업, 자격증, 공백기 없는 경력 등 정해진 경로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경로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는 선택이 맞는지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돌 출신 직장인의 선례가 돼보자’는 생각도 했다. 내가 특별히 뛰어나서 선례가 되겠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돌 산업의 이면은 시장이 커질수록 ‘전직 아이돌’의 수도 함께 늘어나며 이들은 활동을 마친 뒤 다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 많은 청년이 한 차례 좌절하고 실패했다고 느낀 상태에서 다시 사회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선례가 돼 아이돌을 그만둔 뒤에도 길이 없다고 느끼거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를 주고 싶었다.

Q. 그렇다면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

가수를 꿈꾸며 연습생 생활을 하던 시절에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꿈을 이뤘는지 궁금했다. 나 역시 언젠가 원하는 자리에 올라가면 그동안 노력했던 과정을 에세이로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마음으로 더 열심히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팀이 해체되고 나서는 ‘이제 나는 책을 쓸 일이 없겠구나’라고 느꼈다. 그러다 직장인이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시간을 잘 극복한다면 성공한 아이돌의 이야기가 아닌 또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고 봤다.

그렇다고 취업에 성공해 책을 바로 쓴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극복 과정을 이야기하면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이 7년 차에 접어들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뒤에야 이제는 책을 써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아이돌 활동 당시의 이상현 작가 모습 [사진 제공=본인]

Q. 아이돌 생활과 직장 생활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인다. 두 삶을 모두 경험하면서 발견한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

취업 시장 역시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는 아이돌 시장과 비슷하다. 아이돌은 노래와 춤으로 경쟁하고 취업 준비생은 자격증과 경력, 이른바 스펙으로 경쟁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아이돌과 직장인 역시 정해진 시간과 규칙에 맞춰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연습생과 아이돌도 전속계약을 맺고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야 한다. 직장인 역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내야 하기에 두 직업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정해진 체계 안에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무엇보다 연습생 생활을 통해 근성을 배웠다. 당시에는 하루라도 연습을 빠지면 데뷔조에서 탈락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내 입지가 위태롭다고 느껴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아이돌 생활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몸에 밴 성실함은 여전했던 것 같다. 학교를 하루라도 빠지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꾸준히 수업에 나갔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일찍 출근해 확인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한다. 결국 아이돌을 꿈꾸며 간절하게 도전했던 시간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Q. 과거의 실패와 상처를 다시 꺼내 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책을 쓰면서 감정이 많이 북받쳤다. 군 복무를 할 때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는데, 책을 집필하며 필연적으로 그 기록을 다시 읽게 됐다. 당시에는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해 적어 내려간 기록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마주하니 그때의 감정과 상황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특히 중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이야기를 쓸 때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취업 준비 과정을 정리할 때는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다시 돌아보며 혼자 울컥하거나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과거의 시간을 하나씩 마주하고 정리한 뒤 책을 출간하니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학창시절 친구들뿐 아니라 회사 사람들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세히 알게 되니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힘들었던 시간을 다시 꺼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Q. 책의 목차 가운데 ‘태양과 빙하 사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를 담은 표현인가.

당시의 나는 태양보다는 빙하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홍콩이라는 태양과 한국이라는 빙하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해외 활동만을 목표로 아이돌 준비를 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홍콩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도 국내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은 계속 남아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한국 출신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외에서 주목받는 분위기가 있었던 만큼 내가 얻은 인기 역시 그런 흐름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 한편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팀을 알리기 위해 방송 관계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리며 기회를 찾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홍콩에서 받은 관심은 태양처럼 뜨거웠지만, 정작 국내에서 내가 마주한 현실은 빙하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인정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Q. 그렇게 태양 혹은 빙하와도 같은 시간을 지나 직장인이 됐는데.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력이 회사 생활에서 장점으로 작용한 순간도 있었나.

아이돌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없었다. 특이하고 강렬한 이력인 만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입견이 생길 수 있었다. 특히 경력이 없던 신입사원 시절에는 ‘과연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다만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개인의 몫이었다고 본다. 본래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처음 HY에서 영업 업무를 맡았을 때는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 제품을 알리는 일에 아이돌 활동 경험을 활용했다. 

또한 가상 아이돌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도 아이돌 시장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이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여졌다. 식품 마케팅 분야에서는 낯선 방식이었기 때문에 아이돌 활동 경력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경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돌이라는 이력에 기대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실력으로 증명하려 했고 실력이 부족하다면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돌 출신 대기업 직장인, 이상현 작가 [사진 제공=본인]
아이돌 출신 대기업 직장인, 이상현 작가 [사진 제공=본인]

Q. 이른 나이에 성공을 대단히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는 실패나 방향 전환을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돌에서 직장인으로 진로를 바꾸면서 ‘늦었다’는 감각과 어떻게 싸웠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늦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돌 활동을 끝내고 대학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에도 복학생 가운데 나만 아무런 준비 없이 돌아온 것 같았다. 대부분은 창업이나 해외 봉사처럼 진로와 관련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사람들이었다. 무척이나 초조했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았다. 

물론 제때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한 친구들과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영어 성적이었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어릴 때 받는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취준 시절, 시험이나 지원에서 탈락해도 슬퍼할 시간이 없이 다시 준비했다. 돌이켜보면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늦었다는 불안에 머무르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나가려고 했다.

Q. 그럼에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아이돌 연습생의 길을 선택할 건가.

무조건 다시 선택할 것 같다. 아이돌이라는 꿈을 여전히 좋아한다. 지금은 나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돌에 도전하기 어렵지만 회사원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음악방송을 챙겨 보고 시간이 생기면 연습실에서 춤을 춘다. 활동 당시에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은 기억을 남겨줬고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꿈이기도 하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보다 더 열심히 도전할 것 같다.

몇 년 전 각자의 생업이 있는 멤버들과 모여 다시 무대를 준비한 적이 있다. 각자 학교나 회사 생활을 병행하면서 연습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마이크를 차고 무대에 올랐을 때 정말 행복했다. 내가 여전히 무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연습생과 아이돌로 지낸 시간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큰 경험 중 하나이고 끝까지 무언가를 좋아하고 몰두해본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과를 알더라도 같은 길을 선택할 것 같다.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는 <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작가 ©투데이신문<br>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는 <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작가 ©투데이신문

Q. 아이돌·배우·예술가처럼 불확실한 길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의 가능성을 너무 낮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 가지 꿈에 오래 도전하다 보면 그 길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모든 시간이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고 몰두한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배운 끈기와 책임감, 사람들과 협업하는 법,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다른 일을 시작할 때도 분명 자산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타리스트가 음악을 그만두고 취업 시장에 들어오면 기타를 연주한 경험이 당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연습하며 쌓은 집중력과 무대 경험, 사람들과 호흡을 맞춘 기억은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도 결국 자신만의 이력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자산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불가능하다’고 미리 선을 긋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중년이나 노년이 됐을 때 두 번째 이력서를 쓸 수 있을 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그때 어떤 목표를 이뤄놓았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를 위해 계속 공부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회에 진입하려는 전직 아이돌을 돕는 일이다. 전직 아이돌 가운데는 자신이 쌓아온 시간을 경력으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일반적인 취업 경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스스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처음 조직에 들어갔을 때 과거의 경험에 따라붙는 꼬리표와 주변의 시선을 경험했기에 그 힘듦을 이해한다. 그래서 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공백이 아닌 경력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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