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테 아트 페어 디렉터가 말하는 지금의 이머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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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테 아트 페어 디렉터가 말하는 지금의 이머징

노블레스 2026-07-10 10:00:00 신고

Installation View of Liste Art Fair Basel 2025. Photo by Silke Briel. Courtesy of Liste Art Fair Basel.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새로운 세대와 아직 국제 무대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이머징(emerging)’ 혹은 ‘라이징(rising)’, ‘신진’이라는 말로 호출되는 이들은 단순히 작업 초기 단계의 존재라기보다, 앞으로 동시대 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각자 시각적 감각과 언어를 이미 구축해가고 있는 이들은 현재의 미술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확장하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미술계는 언제나 이들이 앞으로 어떤 장면에서 더 넓게 소개되고 연결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될 새로운 구조와 관계를 조명한다. 스위스의 ‘리스테 아트 페어 바젤(Liste Art Fair Basel)’은 이러한 흐름을 일찍부터 감지한 플랫폼이다. 이 지점에서 페어를 이끄는 디렉터 니콜라 디트리히(Nikola Dietrich)의 이야기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리스테 아트 페어 바젤이 아직 충분히 국제 무대에서 부각되지 않은 작업들을 하나의 접점을 매개로 서로 연결하고, 이후 더 넓은 네트워크와 흐름으로 확장해나가는 과정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리스테 아트 페어 바젤 디렉터 니콜라 디트리히. Photo by Silke Briel. Courtesy of Liste Art Fair Basel.

31년에 걸쳐 리스테 아트 페어 바젤(이하 리스테)은 단순한 아트 페어를 넘어, 미술계에 고유한 신을 만들어왔어요. 지금 이 플랫폼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면? 리스테 아트 페어 바젤은 국제 미술계에서 필수적 ‘만남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어요. 갤러리, 작가, 컬렉터, 큐레이터, 비평가 그리고 일반 대중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동시대 예술의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집중된 환경을 제공하죠. 작가들에게는 매우 밀도 높은 국제적 맥락에서 자신의 야심 찬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리스테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조짐과 막 형성되기 시작한 흐름이 맨 먼저 가시화되는 발견의 장이기도 해요. 종합적 개요를 제시하기보다는 예술적 생산에 가까이 갈 수 있게 하는 곳이며, 새로운 실천이 형성되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는 플랫폼입니다. 제 생각에 리스테의 동시대성은 이런 ‘즉각적 접점(immediacy)’에서 나옵니다. 작업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기 전, 계속 변화하는 과정에서 관람객과 만나기 때문이죠. 우리는 동시대 미술의 국제적 흐름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어는 매년 새로운 갤러리를 유입시키며 끊임없이 스스로 갱신해왔어요. 이런 순환을 유지하는 핵심 원칙은 무엇인가요? 매년 새로운 동시대적 감각을 갱신해나가는 페어의 중심에는 균형 잡힌 큐레이토리얼 접근법이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더 젊은 갤러리들을 초청해 신선한 시각을 불어넣고, 부스에서는 야심 찬 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동시에 엄격하면서 일관된 선정 과정을 통해 페어 전반의 수준과 동시대적 적합성을 유지합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에 명확한 비전,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감각, 그리고 단기적 시장 검증보다 새로운 발견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어가 ‘이머징’ 혹은 ‘라이징’으로 호명하는 작가들은 단순히 경력 초기 단계에 있는 것 이상으로 보여요.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지만, 이미 다음 흐름의 조짐을 드러내죠. 이 이름들을 페어는 어떤 감각과 기준으로 포착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나이나 초기 경력 단계로 구분하지 않아요. 미술 중심지 밖이라는 지리적 요건, 제한된 전시 기회, 혹은 미술 시장의 구조적 장벽으로 인해 간과되거나 주변화된 작가들도 이머징 혹은 라이징에 포함될 수 있죠. 결국 이머징이라는 개념은 시기의 문제인 동시에, 동시대 장면에서 어떻게 가시화되는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적 절실함과 선명한 자기 언어입니다. 강한 개념을 기반으로 고유한 언어, 그리고 더 넓은 동시대 담론과 공명하는 힘을 갖춘 작업을 찾고 있어요.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작업에서 방향성과 필연성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는 단기적 화제성보다는 더 긴 시간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봐요.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장면과 관점에 가까이 머무르려 하죠.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는 대화와 섬세한 큐레이토리얼 감각, 그리고 충분한 숙의에 기반한 리스크 테이킹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결국 핵심은 동시대적 감각과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품은 작업을 발굴하고,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작가를 가려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죠.

RohwaJeong, Still Life (The Former Armed Forces’ Gwangju Hospital), Primary Practice, Seoul.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Installation View of Liste Art Fair Basel 2025, Booth 54, G Gallery, Seoul. Photo by Gina Folly. Courtesy of Liste Art Fair Basel.
Installation View of Liste Art Fair Basel 2025. Photo by Silke Briel. Courtesy of Liste Art Fair Basel.

페어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특히 갤러리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있다면요? 단일한 기준은 없어요. 항상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먼저 갤러리 자체를 면밀히 살펴봅니다. 설립 초기 단계, 전시 이력, 프로그램의 일관성과 밀도,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역할과 의미까지 고려하죠. 갤러리가 기존의 것을 모방하거나 반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적 비전으로 운영하는지에 비중을 둡니다. 또 참여 작가와 함께 리스테에 제안하는 기획의 전체 완성도 역시 중요해요. 이들의 지원서는 보이는 가치뿐 아니라, 페어 전체의 역동성과 맺는 관계 속에서 개별적으로 평가되죠. 즉 얼마나 설득력 있고 다양하며 흥미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지가 관건이에요. 우리는 하나의 취향이나 특정한 흐름을 따르기보다, 폭넓은 예술적 접근과 감각에 열려 있습니다. 동시에 컬렉터와 전문가, 그리고 다양한 대중의 서로 다른 관심 역시 주의 깊게 살피죠. 리스테는 많은 갤러리와 작가에게 첫 국제 무대가 되기도 해요.

플랫폼이 이후의 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요? 우리는 그들이 국제 미술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여기에는 페어 현장의 일회성 소개를 넘어서는 장기적 인지도 형성과 함께 갤러리와 작가 사이, 그리고 더 넓은 미술계에서 동료 간 전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 역시 포함되죠. 이러한 관계는 페어 이후에도 계속 확장되는 경우가 많고, 새로운 기회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어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죠. 새로운 궤적이 형성되고, 주목받고, 이후 국제 전시와 협업, 지속적 국제 교류를 통해 활동 영역을 더 확장해나갈 수 있게 하는 공간입니다.

최근 아트 페어는 특정 장소를 넘어 도시 기반의 네트워크 장면으로 확장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참여 갤러리 역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듯한데, 서로 다른 도시와 맥락의 갤러리들이 한데 모일 때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요? 아트 페어는 독립적 이벤트라기보다 더 규모가 큰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점차 개최 도시의 문화 생태계에 깊이 자리 잡으며 갤러리와 기관, 로컬 신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중심이 존재하는 구조라기보다, 분산된 형태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 안에서 페어는 더 넓은 문화적 지형에 놓인 하나의 거점(node)처럼 기능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도시를 문화적 허브로서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그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시너지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직접 맞닿는 곳에서 발생해요. 서로 다른 도시와 맥락에서 온 갤러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할 때, 그들은 단순히 작품만 선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저마다 그만의 시각과 작가, 그리고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까지 함께 가져오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맥락이 교차하며 새로운 대화와 관계가 형성되는 교류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이상적 페어는 관람객과 작가, 갤러리스트 모두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확장해나가는 플랫폼으로 작동합니다.

Mackerel Safranski, Wearing a Blue Dress behind the Curtain, A-Lounge, Seoul.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Moon Issac, A Series,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2017, G Gallery, Seoul.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올해는 실린더, 에이라운지, 프라이머리프랙티스, 휘슬, 지갤러리, 상히읗 등 서울 기반 갤러리도 참여합니다. 이 페어를 통해 소개하는 서울 기반 갤러리와 작가들의 국제적 확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은 특히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역동적이고 국제적으로 연결된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또 한국의 깊은 미술사 역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린더, 프라이머리프랙티스, 휘슬, 상히읗 같은 갤러리는 각자의 관점과 감각을 지닌 채 참여하고, 그것이 더욱 폭넓은 국제적 환경에서 생산적인 긴장과 교차를 만들어냅니다. 리스테는 국제 네트워크로 진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컬렉터, 큐레이터, 기관 등 새로운 층위의 관람객에게 자신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노출을 넘어,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은 자신의 작업을 더 넓은 담론 안에 위치시키고, 페어 이후에도 이어질 관계를 형성하게 되죠. 그러므로 일회성 노출에 머무르기보다, 지속적 국제 교류를 확장할 수 있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오늘날 아트 페어는 거래의 장을 넘어 관계와 담론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리스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리스테는 다층적으로 작동하는 플랫폼입니다. 미술품 거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아트 페어를 정의하는 기준은 아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갤러리와 작가의 밀도입니다. 분명한 방향성과 자신만의 강한 목소리, 그리고 단순한 시장가치보다 예술적 가치에 중점을 둔 작업이 핵심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을 이른 시점에 마주하고, 그것과 깊이 있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이후 기관 전시나 다른 맥락에서 이 작가들을 다시 만나며 그 변화와 성장 과정을 계속 추적할 수 있는 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는 변화나 흐름은 무엇인가요? 리스테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실천 자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작가들이 변화하는 사회적 · 정치적 · 기술적 조건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이 작업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살피는 거죠. 동시에 우리는 더 넓은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갤러리의 운영 방식, 네트워크의 형성 방식, 그리고 서로 다른 로컬의 맥락이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흐름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새로운 작업과 움직임을 꾸준히 지지하면서, 그것들이 어떤 조건에서 형성되고 발전하는지 계속 살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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