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 갈등, 문제는 파업보다 '미래 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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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사 갈등, 문제는 파업보다 '미래 물량'

프라임경제 2026-07-10 09:55: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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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GM 노사 갈등이 다시 생산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이하 노조)는 오는 13일부터 조기출근과 잔업,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14일에는 6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 투쟁 방향도 논의한다.

이번 갈등은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교섭 난항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쟁점은 임금표 안에 갇혀 있지 않다.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은 기본급과 성과급 수준뿐 아니라 신차 배정, 미래차 전환 계획, 국내 공장의 지속가능성이다. 올해 임단협이 한국GM의 미래 물량 논쟁으로 커지는 흐름이다.

노조 요구안에도 이 흐름이 드러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기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은 지난해 한국GM 총매출액 12조6000억원의 10% 가운데 15%인 1891억원을 6300명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 

1인당 30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점심시간 20분 연장, 2027년까지 주 4.5일제 도입, 후속 차량과 미래차·차세대 엔진 생산 물량의 국내 배정도 요구안에 담겼다.

요구안만 보면 임금과 복지 확대 요구가 전면에 서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압박하는 대목은 미래 물량이다. 기본급과 성과급은 올해 협상의 숫자지만, 후속 차종과 미래차 배정은 부평·창원·보령 사업장의 다음 시간을 좌우한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이 출고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9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투쟁 지침 4호를 통해 전 부서 협의 중단을 지시했다. 하계휴가 공사 관련 협의는 예외로 뒀지만, 13일부터 교섭 타결 시점까지 조기출근과 잔업,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투쟁 지침을 어기면 강력한 보복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13차 교섭 이후 나온 노조 입장은 더 강했다. 노조는 한국GM이 12차 교섭에서 처음 제시한 안에 대해 "터무니없는 임금과 성과급, 신차 및 미래차 전환 계획이 전무한 제시안"이라고 반발했다. 13차 교섭에서도 진전된 안이 나오지 않았고, 일부 추가 제시안도 구두 설명에 그쳤다며 한국GM을 질타했다.

안규백 지부장은 교섭 이후 "사측은 현장 분위기를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조합원들은 회사를 살리는 데 앞장섰지만, 회사가 아무런 작은 희망마저 주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노조는 다음 주 교섭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기본급, 성과급, 미래 발전 전망을 포함한 포괄 제시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불만은 이해할 대목이 있다.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국내 공장 지속성 논란을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부평2공장 생산 중단과 일부 직영정비센터 폐쇄 논란도 현장 불안을 키웠다. 현재 생산 차종이 수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도 다음 세대 제품 배정이 보이지 않으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GM 창원공장 전경. ⓒ 한국GM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의 2018년 정상화 합의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시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과 GM 투자가 함께 투입됐고, 한국 사업 유지와 지분 보유를 둘러싼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산은이 2028년 5월까지 한국GM 지분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시간표와 연결된다.

2028년은 한국GM 노사 모두에게 상징적인 시한이다. 산은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할 때 행사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미래차 전환 계획과 신차 프로젝트를 강하게 요구하는 흐름도 이 불안과 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노조의 방식에도 비판은 따른다. 잔업과 특근 거부는 생산 차질을 부르는 압박 수단이다. 한국GM은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생산 일정이 흔들리면 글로벌 판매망과 선적 일정, 협력사 납품 계획까지 부담이 번질 수 있다. 노조가 생산을 협상 카드로 꺼내는 순간 "또 생산 차질이냐"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완성차 공장의 잔업과 특근은 단지 노동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수출 물량 대응, 납기 관리, 협력사 가동률, 부품 재고 운영과 이어져 있다. 특히 한국GM처럼 국내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을 해외 시장으로 보내는 구조에서는 생산 차질이 곧 글로벌 배정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노조가 미래 물량을 요구하면서 현재 물량의 안정성을 흔드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GM 창원공장 임직원들과 미팅을 진행 중인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 사장의 모습. ⓒ 한국GM
한국GM 책임도 작지 않다. 한국GM이 국내 공장에 대한 장기 계획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갈등은 매년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임금과 성과급 숫자만 제시하고 신차 배정, 전동화 전환, 생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답을 비워두면 노조의 불안은 더 커진다. 올해 교섭이 임금 협상에서 지속가능성 논쟁으로 번진 것도 사측의 설명 부족과 연결된다.

한국GM 노사 갈등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노조는 생산을 볼모로 잡는 방식이 문제이고, 사측은 미래를 비워둔 협상이 문제다. 노조는 생산 차질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측은 국내 공장의 다음 역할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임단협을 마무리하기 어렵다.

한국GM은 지금까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을 앞세워 수출 중심 생산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구조가 당장 무너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다음 차례다. 현재 차종 이후 부평과 창원 공장에 어떤 제품을 맡길지,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한국 공장이 어떤 역할을 받을지에 대한 답이 뚜렷하지 않으면 현장 불안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차 전환은 완성차 업계 전체의 과제지만, 한국GM에는 더 민감한 문제다. GM 글로벌 생산망 안에서 한국 공장이 맡는 역할이 제한되면 국내 고용과 협력사 생태계도 흔들린다. 반대로 한국 공장이 수출 경쟁력과 생산 안정성을 입증하면 신차 배정 논의에서 설 자리를 넓힐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반복되면 스스로 협상력을 깎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월 '한국지엠 직영 정비 일방 폐쇄 규탄 항의행동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조합원들이 직영 정비 폐쇄 중단을 요구했던 모습. ⓒ 연합뉴스
다음 교섭은 그래서 중요하다.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과 성과급,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원가와 생산성, 국내 공장이 요구하는 미래 물량이 한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어느 한쪽의 양보만으로 풀기 어렵다. 사측은 숫자 너머의 계획을 내놔야 하고, 노조는 미래를 요구하는 방식이 현재 생산 기반을 흔들지 않도록 선을 잡아야 한다.

한국GM의 올해 임단협은 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협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2028년 이후 한국 공장의 위치를 둘러싼 불안이 교섭장 안으로 들어왔다.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가 생산 차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하다. 동시에 사측이 신차와 전환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같은 갈등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에 필요한 것은 파업 수위 경쟁도, 임금 숫자만 오가는 협상도 아니다. 국내 공장이 앞으로 어떤 차를 만들고, 어떤 기술 전환을 맡고, GM 글로벌 생산망 안에서 어떤 역할을 확보할지에 대한 답이다. 

노조가 생산을 흔들수록 미래 물량 확보 명분은 약해지고, 사측이 미래 계획을 비워둘수록 현장 불안은 커진다. 한국GM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결국 '미래 물량'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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