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이 ‘안보 위해 세력’ 리스트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간인 사찰’이 부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종합특검팀은 국가정보원의 12·3 내란 가담 정황을 확인하면서 실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이 문건을 국가안보실에 보고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권력 정점이던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이 최종 보고 대상자였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지난 4월까지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40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수년간 민간인을 사찰한 정황을 포착했다. 윤석열정부에서 미운털이 박힌 이들을 반국가 세력 및 종북좌파로 규정짓고 사실상 ‘반국가 세력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다.
없던 TF
국정원은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에 현안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이 팀이 만들어진 시기는 2023년 11월이다. 종합특검팀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국정원장 직무대리 시절 팀 설치를 지시했다고 의심한다.
앞서 안보조사국은 12·3 내란 당시 계엄사령부·합동수사본부에 연락관이나 조사관 파견을 준비했다. 김남우 전 기획조정실장 산하 인사 부서의 요청에 따라 계엄사에 파견할 중견 간부 2명을 선발했다. 안보조사국은 과거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던 부서로 국정원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사라졌었다.
종합특검팀의 의심은 현안 TF 운영 책임관급 간부 A씨의 진술로 시작됐다. A씨는 종합특검팀에 “TF는 홍 전 차장이 직무대리 시절 설치를 지시했고 이런 활동 결과는 안보조사 담당 부서장을 거쳐 홍 전 차장에게 보고됐고 최종적으로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안 TF는 계엄 산하 대통령실 요구에 대비해 안보 위해 세력 수백명의 명단인 이른바 ‘반국가 세력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윤석열씨의 긴급명령 발령을 통해 대공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충무계획 상에 규정된 부서 임무에 대해 법적 검토와 조치 방안을 담아 대통령실에 보고할 보고서까지 준비했다.
현안 TF는 대북 연계 의심자들의 동향을 추적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에는 김건희씨에게 디올백을 준 최재영 목사를 비롯해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형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포함됐다. 시민단체로는 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이 들어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현안 TF는 블랙리스트 외에도 여러 보고서를 작성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건 2024년부터로 추정된다. 현안 TF는 A씨의 진술처럼 정기적으로 부서장을 거쳐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게 보고했다.
국정원 2차장 현안 TF 사실상 반국가세력 명단 작성
대북 연계 의심·관련성 높은 인물 동향 추적해 정리
김 전 차장은 이 보고서를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넘겨 분석을 지시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은 이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현안대응팀은 안보실의 미스터리로 알려졌던 조직이다. 육군사관학교 60기 인간정보 특기(HUMINT·820) 정보사 공작원이던 오모 중령이 있던 곳이다. 오 중령은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 특수대대장 출신으로 2022년 8월 국정원 비서실 공작특보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듬해 말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다. 정보현안대응팀에는 오 중령 외에도 국정원 2급 단장, 4급, 2급 요원 등이 있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6월 초 HID를 방문했다. 오 중령이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차장의 방문 6개월 이후다. 안보실에 HID 출신이 파견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안보실에는 정보사 인원편성표(TO)가 없었다. 김 전 차장이 오 중령을 안보실로 데려오기 위해 없던 ‘국정원 공작특보’ 자리를 만들어 특별하게 챙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특히 오 중령은 인성환 전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차장이 아닌 김 전 차장이 검토했다.
정보사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정보사 출신이 국정원으로 이직할 때는 최소 여단장이나 사령관이 추천해야 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다”며 “오 중령의 경우 국정원에서 먼저 연락이 와 ‘걔 데려갈 것’이라고 통보 형식으로 못 박아 모두가 황당해했다. 그냥 부대도 아닌 HID 대대장을 무작정 데려가겠다고 하니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보고받고 안보실 2차장 정보현안대응팀에 분석 지시
'이례적 인사’ 정보사 HID 오모 중령 있던 미스터리 조직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다.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혔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보현안대응팀은 ‘대북 특수정보’만을 다루지 않았다. 대북 연계 의심과 관련성을 종합한 보고서를 분석하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블랙리스트에 최 목사에 관한 자료가 포함돼있고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체포자 명단에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발견된 명단에서 최 목사만 누락된 점을 근거로 홍 전 차장이 현안 TF에서 구성 지시 및 운영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여 전 사령관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체포 대상 인사 14명을 적게 된 배경은 다르다. 2024년 10월 말부터 12월 사이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야기한 내용을 기억하려고 순간순간 적어 놓은 것이다. 여 전 사령관 휴대전화 메모에 14명 이름이 기록된 시점은 2024년 11월9일이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에 “여인형에게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들의 명단을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이 평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 전시 합수본에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조국 등 14명도 김용현이 계속 말하니까 적게 된 것이다. 이 사람들에 대해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수사 오류?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 산하 방첩부서가 작성한 문서에서 소관 업무와 무관한 ‘종북세력’이 언급되는 점도 주목한다. 국가방첩 담당 부서장 B씨는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종북세력은 방첩담당 부서 업무와 무관하고 상부의 관련 지시로 방첩 담당 부서 문건에서 계속 등장하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종북좌파 등의 특이 동향을 밀착 감시하겠다’는 보고를 받거나 지시했다고 보고 있으나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진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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