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동두천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그늘을 끌어올렸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꼬꼬무’는 ‘쪽방촌의 이방인’ 편을 통해 1992년 동두천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과 그 배경을 다뤘다. 김풍, 김태훈, 김성은이 리스너로 참여해 무거운 서사를 함께 따라갔다.
26세 여성 윤금이 씨는 처참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범행의 잔혹성은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는 미군 병사였고, 사건은 곧 제도적 문제와 맞물렸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신병이 미군 측으로 넘어가며 국내 수사는 제약을 받았다.
김태훈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현실이 치욕스럽다”고 토로했고, 김풍 역시 분노를 드러냈다. 방송 내내 무거운 여운이 이어졌다.
사건 이후 동두천은 거센 반응으로 들끓었다. 식당과 택시에서 미군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시민들은 생계를 감수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지역의 분노는 전국으로 번졌다.
사법적 결말 또한 논란을 키웠다. 1심 무기징역에서 2심 징역 15년으로 감형, 대법원 확정으로 이어진 판결은 공분을 자극했다. 가해자는 복역 중 특혜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가석방 상태로 출국했다. 책임 인정이나 반성은 없었다.
방송은 사건의 배경으로 기지촌 구조를 정면으로 짚었다. 외화 획득을 이유로 성매매를 묵인하고 관리했던 과거 정책, 그 속에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낙인과 통제가 드러났다. ‘애국자’라는 명명과 ‘양공주’라는 낙인이 공존했던 모순된 현실이었다.
당시 정권은 기지촌 내 성매매를 사실상 묵인했을 뿐 아니라,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외화 획득 수단으로 활용했다. 취업을 미끼로 어린 소녀들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가 벌어졌지만 제대로 제지되지 않았고, ‘기지촌 정화대책’이라는 명목 아래 여성들은 ‘애국자’로 호명되면서도 강제 검진과 수용소 감금 등 통제의 대상이 됐다.
이에 김풍은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전 미군 위안부 최 씨(가명)는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며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가 나라에 의해 버려졌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으며 당시의 상처를 전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도 이어졌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의견들이 온라인을 채웠고, 사건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꼬꼬무’는 이번 방송을 통해 과거의 기록을 현재로 끌어올렸다. 잊혀졌던 이름들이 다시 호명된 시간이었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방송.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