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손해보험업계가 장마철 기후 리스크에 따른 사고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차량 침수 예방과 현장 대응 역량 강화가 수익성 방어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간 발생한 차량 침수사고는 총 3만5011건이었다. 이 중 95.7%(3만3490건)가 집중호우와 태풍 등이 잦은 7월부터 10월에 발생했다. 전체 차량 침수피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7%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폭우가 집중된 7월 16~20일, 8월 3~4일과 13일, 9월 6~7일 등 열흘 남짓한 기간에 차량 침수 피해가 7050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침수 피해의 90.8%에 달한다.
다만 최근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누적 강수량보다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이에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와 빗길 교통사고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손해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보험개발원의 '보험종목별 원수·보유별 실적 대비 보험료·손해율'을 분석한 결과, 장마와 태풍이 집중되는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3년 81.5%에서 2024년 85.0%, 지난해에는 91.1%까지 상승했다. 여름철 기상이변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기후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수익성 관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5년 만에 보험료를 인상했음에도 손해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손해율 관리와 비용 효율화, 리스크 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업계는 올여름 장마와 태풍, 국지성 집중호우를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비공임과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인 손해액 증가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자동차보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가 손해보험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올해 1~5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4.7%로 지난해 동기(82.8%) 대비 1.9%포인트(p) 상승했다.
손해율 상승은 주요 손해보험사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합산 손익은 4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사후 보상보다 사전 예방에 무게를 두고 침수 대응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 손해보험사 등이 협력해 2024년 6월부터 운영 중인 '긴급대피 알림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보험사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 현장 순찰 인력이 침수 위험 지역에 주차된 차량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차주에게 즉시 대피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정 재난 기간에 한정되지 않고 상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 도입 첫해인 2024년에는 1174건의 알림이 발송됐으며 지난해에는 2802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안내 문자를 받은 차량 가운데 9대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침수 피해를 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정보를 활용한 제도적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기상청과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월 26일 기상감정 활성화와 기상정보 기반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기상감정 활용 분야 발굴을 비롯해 기상·기후 리스크 기반 보험상품 개발 확대, 보험금 산정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 기상산업과 보험산업 간 협력 기반 구축 등 4대 과제를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개별 손보사들도 침수 위험 알림부터 긴급 출동, 현장 복구 지원까지 대응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침수예방 비상팀'을 운영하고 있다. 비상팀은 올해 4월부터 상습 침수지역 227곳·둔치주차장 280곳·지하차도 830곳 등 전국 1300여 곳의 침수 취약지역 정보를 최신화하고 협력업체별 순찰 구역도 사전에 지정했다. 대표 침수 취약지역 23곳은 정밀 조사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배수시설 개선 등 환경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차량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응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기상 악화로 침수차량 보상과 긴급출동 서비스가 집중되는 상황에 대비해 단계별 대응체계를 운영한다.
이번 비상대응 프로세스는 피해 상황에 따라 ▲사전준비 ▲예방 ▲초기관제 ▲현장관제 ▲비상캠프 5단계로 운영된다. 단계별로 기상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현장 순찰과 긴급대피 안내, 비상 지원 인프라 확보, 비상캠프 운영 등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해상은 전국 단위 견인지원망과 침수인지시스템을 운영하며 장마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대치권 등 상습 침수 구간을 중점 관리하고,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에 따라 견인지원단을 투입하는 한편 차량보상 현장캠프를 설치해 신속한 보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DB손해보험은 SOS서비스 특약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배터리 충전과 타이어 교체를 비롯한 열 가지 긴급 출동 지원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일상화되는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손보사들이 침수 예방·긴급 출동·현장 복구 지원 등 사전 대응 체계를 한층 고도화하는 동시에 정교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후 리스크 대응과 함께 경상환자 '8주룰' 등 보험금 누수를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차량 침수와 빗길 교통사고가 동시에 늘어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후 보상보다 상습 침수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차량을 미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전 예방 활동이 피해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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