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 동반자였다. 유라시아 초원에서 사람과 함께하기 시작한 말은 이동과 운송, 농경,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자동차와 철도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이동 수단이었다.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말의 존재감은 같았다. 몽골에선 삶 그 자체였고, 아라비안은 세계적인 명마 혈통의 뿌리가 됐다.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서러브레드를 육성하며 경마 문화를 꽃피웠다. 우리나라 역시 고구려 고분벽화와 제주 조랑말, 조선시대 역참 제도 등 말과 함께한 역사를 이어왔다.
현재도 말은 세계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6080만 마리의 말이 사육되고 있으며,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말과 당나귀, 노새 등 사역동물이 약 6억명의 생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화와 도시화로 말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은퇴한 말의 복지 문제와 열악한 사육 환경,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 등 새로운 과제도 떠올랐다. 이에 국제사회는 동물복지 기준을 강화하고 은퇴 경주마 보호 사업 등을 확대하며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와 은퇴 경주마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세계 말의 날 기념경주'도 열린다.
'세계 말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달려온 동반자의 가치를 되새기고, 앞으로도 말과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할 미래를 고민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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