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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한때 국내 2위 대형마트였던 홈플러스가 어쩌다 벼랑 끝에 몰렸을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201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MBK는 7조 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무차입 인수합병(M&A)에 가까웠다.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자금을 빌린 것은 MBK였지만 빚을 갚아야 할 주체는 홈플러스였던 것이다. 홈플러스가 MBK에 인수되자마자 떠 앉아야 했던 빚은 4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인수 이후 신규 투자와 점포 효율화 등이 이뤄져야 했지만 MBK는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6년간 몰두한 것은 알짜 점포 부지 매각과 함께 일부 재임차(세일앤드리스백) 등이 전부였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2021 회계연도에 적자(영업손실)로 돌아서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적자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1년 133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5464억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누적 적자는 2조 7341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해 3월 홈플러스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더 악화하자 이달 3일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고 14일 안에 자금조달(2000억원)을 조달하면 폐지 결정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한 셈이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결국 벼랑끝에 몰린다면 홈플러스에 직접고용된 1만 3000명, 납품업체 등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되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 문제가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은 서로 핑퐁게임만 벌이고 있다.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을 대출하면 그중 1000억원에 관해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메리츠는 MBK가 먼저 1000억원을 자체 조달하면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김병주 MBK 회장이 개인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대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홈플러스가 파산하게 된다면 MBK뿐 아니라 정치권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2013년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대형마트를 타켓으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영업을 제한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할 때 월 2회 의무휴업, 심야영업 금지 규제 등에 갇힌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 유통업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약 28%에서 최근엔 8% 수준까지 급락한 반면 쿠팡 등 이커머스 비중은 6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맞물려 뒤늦게나마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했지만 이마저도 당내 저항과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에 좌초되고 말았다. 활로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서 홈플러스 파산 사태와 관련, MBK와 메리츠를 상대로 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자 유통업계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대형마트를 옥죄고 있는 대못부터 뽑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원칙적으로는 대주주의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선다면 매우 나쁜 기업회생 선례를 남길 게 뻔하다. 결국 MBK가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약탈적 금융 논란’에서 그나마 면죄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홈플러스 파산 데드라인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MBK가 우선 답을 내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당장 수만명의 생계가 달린 홈플러스의 회생 불씨를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각 등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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