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깊은 산자락,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은 집이 있다. 조용한 시골살이를 꿈꾸며 터를 옮긴 부부의 삶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구조한 생명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어느새 이들의 가족은 무려 41마리에 이르렀다. 작은 강아지부터 노견, 고양이까지… 상처 입은 존재들을 외면하지 못한 선택이 지금의 대가족을 만든 것이다.
이 집의 하루는 ‘돌봄’으로 시작해 ‘돌봄’으로 끝난다. 아내는 매일 세 끼를 손수 챙긴다. 각종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식사는 웬만한 사람 밥상 못지않은 정성이다. 남편은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맡으며 균형을 맞췄다.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까지 도맡는다. 이제는 이 생활이 삶의 중심이 됐다.
문제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병원비와 관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연간 비용만 억대, 지금까지 들어간 돈도 수십억에 달한다. 그럼에도 부부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남은 자산까지 보태 새로운 보금자리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벽도 존재한다. 구조 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을 피하는 개들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기본적인 관리도 어려운 상황. 긴 시간에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은 부부에게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또 다른 걱정은 고령의 구조견 ‘엘리’다. 심각한 건강 상태로 구조된 이후 안정이 필수지만, 보호자가 보이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을 드러낸다. 단순한 분리불안으로 보기에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행동들. 작은 자극에도 위험이 따를 수 있어 부부는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전문가의 진단과 해결책이 필요한 순간. 설채현 수의사의 관찰 끝에 드러난 원인과 접근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대가족이 다시 안정된 일상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오는 11일 밤 10시, 산골 부부와 41마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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