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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오는 11월9일부터 술병 전면에 ‘음주운전 금지’ 경고문구 또는 그림을 추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 1995년 주류 경고문구 표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30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 모든 주류는 ‘음주운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명확한 문구나 그림을 주상표(전면 라벨) 하단에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다만 수입주류의 경우 시행일 이전에 반출되거나 수입신고한 경우에 한해 2027년 5월 8일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둔다.
국내 주류 제조사들은 신규 라벨 도입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도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기존 라벨 디자인을 폐기하고 인쇄 동판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 데다 캔·페트병·유리병 등 용기별로 공정을 다시 맞춰야 해 전환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와인과 위스키 등 수입 주류 업계의 시름은 더 깊다. 통상 수입 주류는 해외 현지에서 라벨을 부착해 들여오거나 국내 입고 후 별도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해외 제조업체가 한국 시장만을 위해 전면 한글 경고그림 라벨을 따로 제작해 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수입사들이 제품을 들여온 뒤 국내에서 일일이 스티커를 덧붙이는 보수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면에 경고 표시를 붙이도록 하는 규제는 사실상 전 세계 최초이기 때문에 한국 수출 물량에만 별도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와이너리나 증류소의 생산 스케줄이 대개 연 단위로 짜여 있어 공정을 바꾸기 어렵다 보니 결국 국내에서 추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류업계는 규제 시행 전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고를 서두르고 판촉 활동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주류 시장 자체가 크게 침체돼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털어내려 노력 중이지만 시장이 너무 얼어붙어 있다”며 “회사가 최소한의 마진은 남겨야 하니 무작정 싸게 팔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우려는 장기적인 소비 심리 위축이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도수가 낮은 술, 무알코올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주류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술병 전면에 들어설 강력한 경고 문구와 그림은 주류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켜 구매 의욕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주류 산업이 더 위축될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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