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음 상상하는 일? 결국 살아 있음 증명하는 것”… 첫 개인전 마친 김모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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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죽음 상상하는 일? 결국 살아 있음 증명하는 것”… 첫 개인전 마친 김모연의 세계

문화매거진 2026-07-09 16:35:28 신고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모연 작가 / 사진: 김모연 제공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모연 작가 / 사진: 김모연 제공


[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어떨까.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오래전부터 종교와 신화를 통해 사후세계를 상상해 왔다. 천국과 지옥, 여러 겹의 관문, 영혼을 인도하는 존재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탄생한 이야기들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죽음 이후를 이해하고자 했던 인간의 마음만큼은 닮아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문화매거진과 만난 김모연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최근 예술공간 의식주에서 첫 개인전 ‘Styx(스틱스)’를 열고 ‘김모연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인 것. 그는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기독교와 힌두교, 이슬람, 켈트 신화 등 다양한 문화권의 사후세계 텍스트를 탐독하고, 이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화면 위에 그려낸다. 화면 속 인물은 어느 한 문화에 속하지 않는 초월적 존재처럼 보이고, 점으로 이루어진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 'Styx' 전경 / 사진: 김모연 제공
▲ 'Styx' 전경 / 사진: 김모연 제공


“첫 개인전을 끝낸 소감이요? 한 작품, 한 작품씩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달랐어요. 제 작업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게 되니 기분이 색달랐죠. 관객들도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작품에 맞춰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걸 지켜보며 ‘내 작품이 이렇게도 읽힐 수 있구나’를 깨달아서 좋았어요. 특히 예술공간 의식주란 공간 자체가 노출 콘크리트도 있고 오래된 건물이라 신전 같은 느낌이었잖아요? 이전부터 그런 공간에서 전시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제가 생각한 느낌이 꽤 나와서 재밌었어요.” 

반응 중 인상 깊었던 지점을 하나 꼽아달란 질문엔 ‘작품을 바라보는 문화적 해석’을 내놨다. 평소 작품에서 서구적인 이미지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전시장에서는 오히려 동양적이고 오리엔탈한 분위기를 받았다는 감상이 이어졌단다. 작가에겐 반가울 따름. 특정 문화권으로 규정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서구와 동양을 모두 품은 경계 너머의 존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간 역시 특정한 지역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랐던 만큼, 서로 다른 해석들이 나온다는 것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작업이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고.

“서구적이든 아시아적이든 그런 걸 떠나 오히려 섞여 있다고 느껴질 만큼 초월한 존재를 만들고 싶고, 또 그런 공간으로 연출하고 싶었는데 여러 말이 나오는 걸 보면서 ‘아, 내가 의도한 대로 되고 있나?’ 생각이 들었죠.”

▲ 껍데기를 비운 마른 땅, 2026
▲ 껍데기를 비운 마른 땅, 2026


그의 작업은 가족의 상실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인간은 결국 소멸한다’는 생각이 큰 무력감으로 남았다. 그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손에 잡은 것이 바로 종교와 신화 속 사후세계에 관한 기록이었다. 처음에는 인간이 왜 사후세계를 만들어 냈는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자료를 읽을수록 문화권은 달라도 놀라울 만큼 닮아 있는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천국과 지옥이라는 단순한 구분보다 여러 개의 관문을 지나야 하는 복합적인 구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더라고요. 이러한 세계가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며 만들어 낸 상상력의 산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흥미가 생겨 거기서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주목할 지점은 바로 작가가 죽음을 결코 절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을 보는 관객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런 부분을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되려 사후세계와 죽음을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작업하면서 슬프거나 두렵다기보다는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을 더 느끼자’는 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보는 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으면 해요.”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더욱 깊이 살아가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 그래서 사후세계에 대한 탐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개인전을 마친 뒤 오히려 공부해야 할 게 더 많아졌어요. 여러 텍스트를 찾아보고 읽어보려 했지만 구전으로 내려온 이야기도 워낙 많은 데다 번역 과정에서 달라진 해석, 같은 종교 안에서도 종파마다 조금씩 다른 사후세계의 묘사까지... 더 많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재미있어요. 어젯밤에도 보다가 잠들었어요. 하하.”

▲ 올가미가 불의 강을 넘을 때, 2026
▲ 올가미가 불의 강을 넘을 때, 2026


사후세계에 대한 탐독을 반복하는 작가의 모습과 작품이 결이 같이 한다. 점으로 화면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그렇다. 작가는 “현실 세계는 모든 사물이 선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사후세계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인 만큼 분명한 경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점과 점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경계가 흐려지는 화면은 바로 그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기존 동양화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 언어를 고민한 끝에 지금의 점묘 방식을 선택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큰 화면들도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10호에서 20호 사이의 작업이 대부분이었지만, 미지의 세계가 가진 공간성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과감하게 작품 규모를 확장했다.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 'Styx' 포스터 / 사진: 예술공간 의식주 제공
▲ 'Styx' 포스터 / 사진: 예술공간 의식주 제공


그는 이번 개인전을 성장의 과정으로 기억했다. ‘Styx’에 몇 점을 주겠냐는 물음에 “80점”이라며 미소지었다. 

“모든 작품을 신작으로 채우고 싶었지만,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었어요. 구작과 신작을 함께 걸다 보니 그 차이가 좀 보여서 20점이 빠졌어요. 그래도 성장했다고 느끼는 건 기법이든 색이든 조금 나아졌다는 거예요. 이전 작업과 신작이 함께 걸리면서 표현의 밀도 차이가 눈에 들어왔는데요. 예전엔 너무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너무 정리를 해버려서 점으로 느껴지지 않고 선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과도기였던 거죠. 지금은 다시 흐트러뜨리는 단계예요. 더 흐트러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만 35세 이전 여러 재단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는 것”이 꿈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먼 미래를 계획하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웃음) 35세 이전에 ‘영 아티스트’ 이런 거 한번 뽑히고 싶어요. 그 뒤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주어지는 일을 열심히 할 거예요. 내년 3월에도 개인전이 예정돼 있어서 여기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죽음을 탐구하지만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화면은, 오늘도 점과 점을 쌓으며 아직 누구도 본 적 없는 세계를 조금씩 완성해 나가고 있다. 김모연의 내일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 'Styx' 전경 / 사진: 김모연 제공
▲ 'Styx' 전경 / 사진: 김모연 제공


[작가 약력]
2026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석사 재학
2021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6 Styx, 예술공간 의식주 

[단체전]
2025 묵선전 ‘소리없는 잔향’, 충무로 갤러리
2025 three body exhibition, 오온 갤러리
2025 사유하는 형상들, 10의 n승 세운상가
2025 Re: union, 성균갤러리,
2025 제3회 도계展 상생 邂逅, 소달중학교(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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