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교육현장을 가다 수원 고색고등학교
자율형 공립고 2.0 지정교인 수원 고색고등학교(교장 김봉혁)가 경기도교육청의 ‘경기외국어미래교육 선도학교 LAON’으로 선정돼 AI 기반 에듀테크를 활용한 맞춤형 영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순우리말 ‘라온’에서 유래한 LAON 사업은 경기도내 100개교가 참여 중이다. 고색고는 이번 선정으로 확보한 예산을 투입해 공통영어 수업의 20%를 말하기·듣기 중심의 AI 맞춤형 수업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영어학습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영어 배웠는데 왜 말을 못할까”... 평가가 만든 교실의 벽
고색고 1학년 교실. 학생들은 크롬북 화면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끼고 영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곧 화면에 자신이 말한 문장이 텍스트로 뜨고 어디가 틀렸는지 표시된다. 학생이 발음을 고쳐 다시 말하면 AI는 다시 피드백을 돌려준다.
이는 올해 학교가 ‘LAON 선도학교’로 선정되면서 달라진 교실 풍경이다. 많은 한국인이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고도 외국인 앞에서 입이 굳어버리는 경험을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학교에서 영어를 읽고 해석하는 법은 배웠지만 말하는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팽명장 영어교사는 영어 교육의 현실적인 벽을 고민했다. 듣기·말하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평가가 읽기 중심이다 보니 수업도 거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고 수업을 바꾸려면 평가부터 바꾸는게 필요하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그가 먼저 손댄 것은 수업이 아니라 평가였다. 듣기·말하기를 수행평가 항목에 넣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EBS 전국 영어 듣기평가는 참여하는 학교가 해마다 줄면서 경기도에서는 사라진 상태다. 수업에서도 듣기·말하기 활동은 평가와 연결되지 않다 보니 점점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던 차에 경기도교육청 LAON 선도학교 사업 공문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 기반 영어 학습 프로그램 클래스업도 이때 처음 알게 됐다. 듣기·말하기 수업을 AI로 지원하는 도구였다. 마침 좋은 대안이 생긴 셈이었다. 이 사업을 신청할 때 동료 영어 교사들의 반대도 있었다. 듣기 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부분이 부담이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달랐다. AI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발음과 표현을 즉각 점검해 주니 교사 혼자 감당해야 했던 부분이 크게 줄었다.
■ “틀려도 돼, AI가 바로 고쳐줄게”... 영어로 입 열린 학생들
영어 말하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틀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실에서는 틀려도 괜찮다. 자신이 말한 문장이 화면에 뜨고 어디가 틀렸는지 AI가 바로 짚어준다. 처음 그 화면을 본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웅성거렸다. “선생님, AI가 제 표현을 고쳐줬어요.”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말하면 AI는 또 피드백을 내놓는다. 틀리고, 고치고, 다시 말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됐다.
말하기뿐만 아니라 쓰기 수업도 달라졌다. 학생들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써 내려간다. 학생이 초안을 AI에 넣으면 어디가 어색한지 짚어준다. AI를 수업에 쓴다고 하면 학생이 AI한테 다 시키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있지만 수업에서 의도한 지점에서만 AI를 사용하고 있다. AI가 다 해주는 게 아니라 학생이 쓴 글을 더 잘 다듬는 도구로 쓰고 있다.
학기말에는 ‘나만의 3분 스피치’ 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심 분야를 주제로 영어 발표 스크립트를 직접 쓰고 AI 피드백으로 다듬은 뒤 청중 앞에 섰다. 강당을 가득 채운 친구들 앞에서 3분간 영어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억양이 어색하고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학기 초보다 분명히 나아져 있었다. 3월에 수업 시간 마이크를 입에 대고 수줍어하던 학생들이 강당 무대에서 영어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터뷰 줌-in
팽명장 교사 “의사소통 역량평가... 라온 수업 이후, 듣기 점수 향상”
“연구과제 때문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의사소통 역량평가에서 라온 수업 이후로 듣기평가 점수가 전체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어요.”
팽명장 교사는 “영어 듣기평가에서 학생들의 자신감이 전체적으로 올라간 거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팽 교사는 정보교과를 전공했지만 영어교사로 임용시험에 합격하면서 2016년 교직을 시작했다. 2023년 초빙교사로 고색고로 발령받은 이후 교육과정 부장, 자공고 2.0 연구학교와 라온 선도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라온 선도학교 선정으로 예산과 클래스업(듣기, 말하기에 특화된 AI도구) 등이 제공되면서 수업 중 듣기, 말하기 수업이 개별적으로 가능해졌고 영어수업 AI를 활용한 ‘맞춤형 듣기 수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어수업의 현실적인 벽을 잘 알고 있었다. 듣기·말하기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평가가 읽기 중심이다 보니 수업도 거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며 “수업을 바꾸려면 평가부터 바꾸는게 필요했다”고 했다.
팽 교사는 “평가 기준을 미리 설정해 두면 AI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짚어 주고 학생은 그걸 보면서 스스로 고치고 다시 표현한다”며 “교사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즉각적인 개별 피드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동료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에서도 교사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즉각적으로 돌아가는 피드백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에게는 학교가 라온 사업을 추진하기 전 가정통신문을 통해 ‘수업만 잘 받아도 일정 성취 수준을 얻을 것’이라며 꾸준히 정보를 보낸 것이 주효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말하기, 듣기가 다뤄지는 게 아이들에게 좋은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팽 교사는 학교에서의 경험을 교실 밖으로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영어 교사들과 함께 학습공동체 ‘창의인성영어수업디자인 연구회’를 꾸려 AI 활용 수업 사례를 나누고 있다.
그는 “혼자 연구하면 수업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동료 교사들과 서로의 교실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고 그렇게 수업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자신이 학교에 다닐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요즘에는 수업 도구가 많아졌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업에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팽 교사는 “아이들이 영어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되기 바란다”며 “많은 수업 도구와 방법 등을 제대로 활용해 아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영어 교사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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