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과거 방위병 복무 시절 군무이탈(탈영) 의혹이 다시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한차례 제기됐던 의혹이 최근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고발 조치로 이어지면서, 안 장관의 리더십과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예비역 해군 소령인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안 장관이 과거 탈영 사실을 숨기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사건은 용산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 1984년 육군 제35사단 예하 부대에서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중 소속 부대장의 위법적인 동의하에 약 7개월간 부대에 출근하지 않는 등 군무를 이탈했다.
이후 서울에서 헌병대에 체포돼 약 30일간 구금됐으며, 탈영 및 구금 기간을 포함해 총 8개월을 추가 복무한 뒤 1985년 8월 소집 해제됐다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관련 수사 기록과 인사 명령 등 병적 자료가 군에 보관돼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병적 자료를 공개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하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겠다. 반대로 장관이 허위 증언을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군무이탈은 없었다”고 직접 부인한 바 있다. 통상적인 방위병 복무 기간(14개월)보다 8개월가량 더 복무한 점에 대해서는 “대학 재학 기간이 잘못 산입된 병무 행정 착오”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어머니가 부대에 식사를 대접해 3일간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라며 되레 ‘병무 행정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소장은 바로 이 청문회 증언이 명백한 ‘위증’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병적 기록표에는 입대일, 전역일뿐만 아니라 상벌(사유, 근거 등) 사항이 명시되는데, 안 장관의 주장처럼 단순 병무 행정 착오였다면 공식적인 ‘병적 기록 정정 절차’를 통해 바로잡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장관이 자신을 병무 행정의 피해자라고 표현하면서도 기록을 정정하지 않은 것은, 실제 병적 자료에 행정 착오가 아닌 ‘군무이탈’로 기록돼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이 재점화하자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란 등과 엮어 안 장관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자신의 병역 의혹조차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장병들에게 군 기강을 말할 수 있겠나”라며 “납득할 만한 해명을 못한다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날 한동훈 무소속 의원 역시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 탈영병 출신이라면, 그것을 청와대가 인사검증 등을 통해 알고도 임명했거나, 간과한 것이라면 ‘초대형 국정 농단’”이라며 “즉시 병적 기록 등을 공개해서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9일 페이스북에 “안 장관의 방위병 복무 시절 탈영설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안 장관이 자신의 병적기록부를 공개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안 장관이 본인의 병적 기록부를 공개하지 않고 이 상황 때문에 군의 지휘체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안 장관의 인사 검증 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몰랐다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은 대통령께서 직접 수습하시는 수밖에 없다”며 “안 장관 인사 검증 시에 이 사실을 청와 대참모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밝혀주고, 국군통수권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해주시기 바란다. 우리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지난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64년 만에 탄생한 비(非) 장성 출신 ‘문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 당시 군의 체질 개선을 이끌 적임자라는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25일 취임한 안 장관은 군 내부의 내란 청산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굵직한 국방 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인의 병역 이력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재가열되면서, 국방개혁의 동력은 물론 군 통수권의 권위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군 안팎에서는 장관의 병역 이력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를 증명하 듯, 이미 지난달 18일 국회에 올라온 안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은 현재 3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해당 청원에는 방첩사령부 해체, 예비군 훈련 사망 사건 등과 함께 안 장관의 리더십 부재가 국가 안보에 우려를 키운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추진되고 있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에 대해 각 군의 전문성을 해칠 수 있다는 시선도 군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군무이탈 의혹과 관련해 정상적으로 복무를 완료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을 뿐, 의혹을 해소할 만한 구체적인 병적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년 전 제기됐던 인사청문회 속기록 자료를 보면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이 개인 자격으로 병적 자료 정정을 요청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 자격에 대해서는 답이 제한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은 안 장관 본인에게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경찰의 고발 사건 수사 결과와 함께, 이번 의혹이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조속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적 자료 공개를 통한 정면 돌파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느냐, 안 장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용산경찰서는 오는 16일 김 소장을 소환해 국회에서의 허위 증언 의혹과 관련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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