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담합’ 반복되는데···전량구매·사후정산 관행 개선안은 ‘표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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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담합’ 반복되는데···전량구매·사후정산 관행 개선안은 ‘표류 중’

이뉴스투데이 2026-07-09 15:2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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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오일뱅크 쥬유소. [사진=연합뉴스]
HD현대오일뱅크 쥬유소.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검찰의 정유 4사 담합 기소를 정점으로, 정유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거론돼온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전 여파로 실시된 최고가격제에 대한 정부의 손실 보전 논의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 담합의 구조적 개편 여론까지 일면서 향후 정유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유가 담합 혐의를 중심으로 정유업계를 기소했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두 회사가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했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를 추종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 경쟁 제한 효과는 약 26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담합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경쟁사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담합 의혹은 과거부터 반복돼 왔다.

담합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과점시장 특성이 꼽힌다. 국내 시장은 4개 정유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유가와 환율, 국제 석유제품 가격, 물류비 등 동일한 원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제품 간 차별성도 크지 않아 업체별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은 과점시장인데다 국제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 특성상 업체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어렵다”며 “이같은 구조 때문에 담합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는 가격 담합 의혹에 그치지 않고 정유시장의 거래 구조 전반으로 논의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검찰은 정유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전량구매계약도 문제 삼으면서 오랜 거래 관행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상당수 브랜드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 회사의 석유제품만 공급받는다. 검찰은 이러한 구조가 주유소의 거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해 4개 정유사를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후정산제 역시 개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사후정산제는 공급 시점과 최종 정산 시점이 달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주유소가 가격 변동 위험을 부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는 국제가격을 반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주유소들은 공급가격 예측이 어렵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호소한다. 가격 산정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정치권도 거래 관행 개선에 나선 상태다. 지난 4월 9일 국회 을지로위원회는 정유업계와 ‘주유소-정유사 간 사회적 대화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거래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협약에는 브랜드 주유소의 정유사 제품 의무구매 비율을 기존 100%에서 60%로 낮춰 나머지 40%는 다른 정유사의 제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유소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정유사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또 주유업계가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지적해 온 사후정산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다 투명한 공급가격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국회에는 사후정산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도 상정돼 있다. 개정안은 정유사와 석유수출입업자가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사전에 고지하고 실제 거래도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정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가격의 불투명성을 줄이고 가격 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다만 업계는 정치권과 합의한 전량구매계약 및 사후정산제 개선 방안이 제도적 한계로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량구매계약 비중을 60% 수준으로 낮추더라도 이를 확인하거나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어 실제 이행 여부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석유사업법상 거래 정보가 비밀유지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정부도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 내역을 확인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거래 정보를 공개할 경우 계약 위반 여부를 둘러싼 손해배상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현실적으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후정산제 역시 주유소가 원하면 적용할 수 있는 구조여서 대부분의 주유소가 이를 선택하는 만큼 제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2013년 대법원이 사후정산을 공정거래법상 불이익 제공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을 고려하면, 현행 법체계와 판례에 비춰 이를 위법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 기소는 정부가 검토 중인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는 공급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당시 정유사들이 상당한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이익을 예상한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정부가 손실보전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손실 규모와 가격 결정의 적정성, 원가 산정 방식 등을 보다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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