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선 붕괴 임박?...리서치센터장들 '추세 하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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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선 붕괴 임박?...리서치센터장들 '추세 하락 아니다'

이데일리 2026-07-09 14:51:24 신고

[이데일리 김경은 신하연 김윤정 기자] 코스피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이 800선이 무너지면서 국내 증시 고점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증권가는 이번 조정의 배경을 반도체 한 종목의 문제가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금리, 수급 쏠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실제로 꺾였다고 볼 만한 신호는 아직 없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코스닥이 반도체 하락에 동반 약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 모멘텀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이데일리가 9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긴급 증시진단에 따르면, 이번 조정은 실적 악화가 아니라 높아진 기대치와 지정학적 노이즈, 외국인·개인의 동반 매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발 변동성이 겹치면서 발생한 ‘수급 충격’의 성격이 강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_[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_[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반도체·지정학·금리·수급 복합작용

코스피는 6월 반도체·인공지능(AI)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인 9385.59포인트까지 오른 뒤 6월 말부터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며 7200선대로 밀려났다. 고점 대비 하락 폭은 20%를 넘어섰고, 하락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월 고점 대비 20~30%대 조정을 받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급락의 방아쇠로 반도체 이슈 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등을 지목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란 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았던 영향이 크다”며 “미국 금리가 올라가며 반도체라는 특정 섹터의 문제라기보다 위험자산으로서의 주식 전반이 같이 밀리는 국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초 이후 가파르게 오른 데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실적 시즌 전후 이벤트가 소진되며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국내 수급 사정과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에서 두드러지는 대목은 외국인에 이어 개인까지 매도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22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여기에 개인 매수 여력까지 약화되면서 시장을 지지해줄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수급 공백 속에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왔음에도 기관투자가들마저 매수에 가담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2배 안팎으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저점까지 하락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지면 저가매수 기회임에도 위험가치(VaR), 벤치마크 추적오차, 손실한도 부담 때문에 기관 내부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걸려 오히려 매수를 주저하게 되는 역설적 구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피크아웃론은 ‘과도’...레버리지는 ‘변동성’ 키운 듯

최근 시장을 흔든 외국계 IB(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조정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과도한 해석”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빠지면 피크아웃 얘기는 바늘과 실처럼 따라나온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이 갑자기 안 좋아진다는 우려가 있는 게 아니라 주가가 빠지니까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센터장 역시 “모건스탠리라고 해서 정답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뷰는 여전하고, 사이클 고점 징후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황승택 센터장은 “물량 공급 자체는 2028년부터 늘어나는 구조라 그전까지는 공급부족(쇼티지)이 지속될 것이고, 특히 고성능·저전력 메모리(LPDDR) 쇼티지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공급이 풀려 주가가 떨어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사이드카는 총 49회(코스피 31회, 코스닥 16회), 서킷브레이커는 8회 발동됐는데 이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한 달 반 만에 사이드카 16회, 서킷브레이커 5회가 나왔다.

이진우 센터장은 “상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워낙 시가총액 상위 1, 2종목에 수급이 집중된 영향이 커 보인다”며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증폭기 역할을 하는 게 레버리지 ETF인 만큼, 안정적인 수급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충격이 덜할 텐데 지금은 불안정한 수급 사정에서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단타 매매에 대해 “이런 장에서는 정말 위험하다”며 “3~4거래일씩 연속 하락하는 시장을 매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이런 변동성 속 레버리지 투자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향후 변수와 지지선은?…CPI·빅테크 실적이 분수령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대세 하락이 아닌 일시적 수급 충격으로 진단하면서도, 향후 변수로는 오는 14일 발표될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이달 말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꼽았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대세 하락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공포감에 코스닥 대표 종목들의 뚜렷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국면”이라면서도 “삼성전자 실적과 D램 장기 수요가 연말까지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은 조정일 뿐 대세 하락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승택 센터장 역시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계기로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밴드를 조정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지난 3월 이란 전쟁 직후 한 달간도 시장이 정신없이 흔들렸지만,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 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증시 변수와 관련해서 이진우 센터장은 “이번 주말 예정된 SK하이닉스 나스닥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에 이어 기업 실적 발표에서의 구체적 가이던스, 미국 빅테크의 투자 가이던스 상향 여부를 하나씩 확인해가는 증명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불안과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증시 하단으로 대체로 7000선 초반대를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 7550~7650선을 1차 하단으로 제시하고, 이를 이탈할 경우 7100~7250선을 다음 지지선으로 봤다. IBK투자증권은 7300선 부근에서 강한 지지대를, 대신증권은 7000선 이탈도 가능한 언더슈팅 국면이나 이 경우엔 분할 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반도체로 쏠림에 소외...독자생존 과제

코스닥이 800선 붕괴에도 뚜렷한 반등 없이 반도체 조정에 동반 약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자금 쏠림 구조를 짚는 분석이 많았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코스닥으로 자금을 옮길 이유가 부족했다”며 “지금처럼 주도주인 반도체가 크게 조정받는 상황에서는 코스닥이 독자적으로 오르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개인들이 코스닥을 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나 관련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코스닥을 받아줄 매수세가 약해진 상태”라며 “코스닥이 회복하려면 결국 수급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2016년 반도체 활황 이후 2017년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코스닥이 폭등했던 사례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그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활성화 정책, 특히 승강제가 우량주 중심 ETF와 장기 자금 유입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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