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선 넘는 미술사'…오늘의 걸작이 된 어제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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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선 넘는 미술사'…오늘의 걸작이 된 어제의 스캔들

비즈니스플러스 2026-07-09 13:34:11 신고

'선 넘는 미술사' 표지 / 사진=한경arte
'선 넘는 미술사' 표지 / 사진=한경arte

'선 넘는 미술사'
이지호·280쪽·2만2000원


1912년 4월, 오스트리아의 젊은 화가 에곤 실레가 체포됐다. 죄목은 '외설물 유포'였다. 그가 그린 나체는 고전적 이상미를 갖춘 우아한 누드화가 아니었다. 인체는 뒤틀렸고 성적 욕망은 적나라했다. 재판장은 공판 도중 그의 그림을 법정에서 불태우며 공공도덕을 타락시켰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음란물'로 낙인찍혀 퇴출됐던 실레의 작품은 오늘날 현대미술의 걸작으로 격상돼 세계 주요 미술관에 당당히 걸려 있다.

신간 '선 넘는 미술사'는 이처럼 예술이 금기를 깨고 선을 넘었던 찰나의 순간들을 되짚는다. 한경아르떼의 화제 칼럼을 바탕으로 낸 이 책은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모더니즘 시대를 뒤흔든 천재 화가들과 명화 속에 숨겨진 아슬아슬한 스캔들을 다룬다.

오랫동안 신화와 종교의 언어로 포장됐던 누드화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욕망에 가득 찬 인간의 몸을 담대하게 표현했다. 사회의 법과 종교는 이들의 그림을 끊임없이 검열하며 위험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예술가들은 멈추지 않았다.

책은 관람객을 당당하게 응시해 외설 논란을 부른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신화의 거룩함 대신 여성의 강렬한 쾌락을 정면으로 담아 비난받은 클림트의 '다나에', 가랑이 사이의 털이 은밀히 드러났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전시 몇 시간 만에 철거당한 모딜리아니의 '산호 목걸이를 걸친 누드' 등 흥미진진한 비화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외설과 검열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경계가 어떻게 그려지고 지워져 왔는지 이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문화유산이 어제의 범죄로 취급받았던 역사를 통해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언제 외설이 되는가, 또 그 경계는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들여다본 것은 그림 속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규정해온 우리 자신과 사회의 시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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