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N] "한가운데, 흥겨운데"… 록 사운드 입은 서도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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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N] "한가운데, 흥겨운데"… 록 사운드 입은 서도민요

뉴스컬처 2026-07-09 11:22: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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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공연 예결밴드. 사진=국립남도국악원
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공연 예결밴드. 사진=국립남도국악원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서도민요의 애수는 낮게 가라앉지만, 예결밴드의 무대에서는 드럼과 베이스, 해금과 일렉기타를 만나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한(恨)의 정서는 발라드와 재즈의 질감으로 부드럽게 번지고, 흥(興)의 기운은 록과 컨트리, K팝 리듬을 타고 객석을 깨운다. 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무대에 오르는 예결밴드 ‘한(恨)가운데, 흥(興)겨운데’는 서도민요를 현재의 밴드 언어로 다시 부른다.

서도민요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에서 전승된 노래다. 평안도 수심가, 황해도 산염불·난봉가·몽금포타령 등이 널리 알려졌다. 콧소리를 섞어 잘게 떠는 요성과 서북 지역 특유의 사설 감각이 두드러진다. 분단 이후 월남한 전문 소리꾼들이 전승의 큰 몫을 맡았고, 현재도 보호와 교육 속에 명맥을 잇는다.

예결밴드는 소리꾼 예결을 중심에 삼은 서도민요 프로젝트다. 서도민요 소재와 탄탄한 밴드 사운드를 섞어 퓨전국악 장르를 선보여 왔다. 2019년 ‘놀량(Let’s Play)’으로 예결밴드 이름을 알렸고, ‘잘 가셨구나’, ‘뒷산타령’, ‘ROLL’, ‘새(Bird)’, 2026년 싱글 ‘내가 돌아간다’까지 발매 이력을 쌓았다. 예결밴드는 서도민요를 대중음악 장르와 섞어 거리감을 줄이고, 공연·방송·음반·예능 무대에서 관객에게 다가가 온 국악 예술가다. 소리꾼 예결의 가창을 중심에 삼아 조화로운 편곡, 공감 가능한 주제, 세련된 색채를 추구한다. 전 연령층이 들을 수 있는 국악을 목표로 삼고, 익숙한 어쿠스틱 대중음악 편곡을 토대 삼아 11장 앨범을 발매했다다.

공연은 ‘한(恨)’과 ‘흥(興)’ 두 단어가 핵심이다. 1막은 서정적인 서도민요를 중심에 세워 이별, 그리움, 기다림, 바람의 감정을 노래한다. 2막은 밴드 소리가 중심에서 월드뮤직, 컨트리, 트위스트, 레트로, K팝 등 여러 장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관객은 듣는 감상에서 따라 부르고 박수 치는 참여로 이동한다.

1막은 ‘한(恨)’의 정서를 따라간다. 출발점은 ‘내가 돌아간다’다. ‘닐리리아’의 가락과 사설을 보사노바 색채로 옮긴 곡이다. 원곡의 희망찬 기운은 통통 튀는 반주와 높은 음역을 길게 밀어 올리는 보컬로 되살아난다. 서도민요 특유의 익숙한 사설이 현대적 리듬과 만나며 예결밴드식 첫 호흡을 연출한다. 뒤이어 ‘뒷산타령’은 짝사랑을 품은 처녀의 마음을 컨트리풍 리듬에 얹는다. 떠나려는 사람에게 “그쪽으로 가면 호랑이가 나온다”고 귀엽게 막아서는 설정은 서도민요의 해학을 살린다. 사춘기적 설렘과 장난스러운 말맛이 여유로운 밴드 사운드 위에서 가볍게 튄다.

‘그라소나를 위한 난봉가’는 사설난봉가와 경복궁타령을 아이리시풍 음악으로 풀어낸 곡이다. 그라소나는 아일랜드어로 즐거운 사랑을 뜻한다. 킥 드럼의 산뜻한 박과 소리 반주가 어울리며, 난봉가의 질펀한 흥을 이국적 색채로 바꿔 낸다. 전통 가락은 낯선 리듬 안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배치기’는 풍어제를 지내며 만선을 기원하던 노동요 형식의 민요를 재즈 질감으로 옮긴다. 부모의 사랑과 생계의 무게, 연평도 조기잡이의 바람이 사설 안에 담긴다. 메기고 받는 구조는 짧고 선명한 대중가요식 호흡으로 다시 짜이며, 바다 노동요의 투박한 힘을 부드러운 밴드 편성 안에 앉힌다.

‘앓이’는 평안도 민요 긴아리와 자진아리의 사설을 섞어 홀어머니의 애환을 노래한다. 떠난 임을 그리워하면서도 남은 아이들을 위해 버티려는 마음이 보컬의 감정선을 따라 짙어진다. 곡 후반으로 갈수록 눌려 있던 정서가 터져 나오며 1막의 한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금다라꿍’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전설적 서정으로 풀어낸다. 과거 연인을 떠올리는 마음, 서로의 집 사이 놓인 거리, 기다림의 떨림이 밴드 편곡 안에서 발라드적 여운을 얻는다. 민요 사설의 고운 질감은 과장 없이 스며들고, 낮은 감정은 차분한 울림으로 남는다.

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공연 예결밴드. 사진=국립남도국악원
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공연 예결밴드. 사진=국립남도국악원

 

2막은 흥(興)의 기운을 끌어올린다. ‘싸름’은 무더운 여름날 쓰르라미가 짝을 찾아 노래한다는 설정을 밝은 훅으로 풀어낸다. 관객이 주제 선율을 따라 부르는 구간도 마련돼 공연장은 감상 공간에서 참여 공간으로 바뀐다. 반복되는 선율은 쉽고 경쾌하며, 무대의 공기는 한층 가벼워진다. ‘풍구’는 무쇠도 녹이는 대장간의 뜨거운 바람을 사랑의 열기에 빗댄다. 혼자 달구경을 나간 낭군을 향한 애간장 타는 마음은 해학적인 가사와 빠른 속도 속에서 웃음으로 전환된다. 트위스트 춤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은 예결밴드가 가진 대중적 감각을 보여준다.

‘경발림’은 산타령의 신명을 4박 계통 리듬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후렴에서 도드라지는 장단은 관객의 몸을 자연스럽게 흔든다. 연주자별 섹션과 솔로는 밴드 구성원의 개성을 살리며, 서도민요가 가진 원초적 흥을 풍성하게 키운다. 마지막 ‘놀량’은 서도민요 원형을 살리면서 페스티벌 록의 에너지와 결합한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은 사계절을 지나가는 벌스 구성으로 펼쳐진다. 후반부에는 웅장한 마이너 레트로 록 사운드가 치고 올라오며 공연의 속도를 최고점까지 밀어붙인다. 한에서 흥으로 옮겨 온 예결밴드의 여정은 이 곡에서 가장 뜨거운 마침표를 찍는다.

서도민요 프로젝트가 대중음악의 언어를 선택한다는 점은 예결밴드의 특징이다. 보컬 조예결의 소리는 전통 발성의 굴곡을 간직한 채 마이크 앞에서 가까워진다. 해금은 선율의 비애를 당기고, 일렉기타는 리듬의 날을 세운다. 키보드는 화성의 폭을 넓히며, 베이스와 드럼은 민요의 사설에 걷는 속도와 뛰는 박동을 나눠 준다. ‘한가운데, 흥겨운데’는 제목 자체가 공연의 구조다. 한을 지나 흥으로 가는 길은 서도민요가 가진 정서의 양면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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