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빛이 대지를 데우면 자연은 활기찬 움직임으로 그 열정에 보답한다. 은은한 봄기운이 여름의 선명한 색으로 변하는 일상적 자연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계절이 농익는 시간은 천천히, 하지만 올곧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티파니앤코의 전설적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와 그의 예술적 동반자 버니 멜론은 이러한 자연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많은 작품을 창조했다. 티파니앤코 하이 주얼리 수석 예술감독 나탈리 베르데유와 장인들이 변화하는 계절의 양상에 주목한 이유다. 주변이 온통 초록으로 물드는 6월, ‘블루 북 2026: 히든 가든’ 컬렉션이 봄에서 여름으로 시간을 확장했다. ‘히든 가든: 봄’이 탄생과 재생의 순간을 담아냈다면, 이번 ‘히든 가든: 여름’은 풍요로운 생명력에 주목했다. 짙은 녹음과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 그리고 자연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색채와 에너지를 포착한 컬렉션의 묘미는 탁월한 젬스톤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창조적 작품 세계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파라다이스 버드로 시작된다. 투명한 원석과 불투명한 스톤의 조합이 자아내는 창의적 도전은 티파니앤코의 대담한 비전을 대변한다. 호주산 볼더 오팔과 크리소프레이즈, 미국산 크리소콜라, 나미비아산 퍼플 캘세더니, 나이지리아산 스페사틴 등 희귀 원석이 생동감을 끌어올린다. 이어지는 컬렉션에는 꽃잎의 섬세한 형태에서 영감받은 데이지, 자연의 직조 질감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라피아, 만개한 꽃잎을 통해 생동감을 구현한 블로섬, 쟌 슐럼버제의 아카이브 작품에 등장하는 리본과 꽃봉오리에서 착안한 페탈스가 정원 풍경을 완성한다. 티파니앤코 수석 예술감독 나탈리 베르데유는 “눈부신 색채 속에서 펼쳐지는 새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컬러 스톤이 지닌 풍부한 매력을 기념하는 동시에 골드와 플래티넘이 교차하는 패턴 위로 피어난 꽃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합니다”라고 전하며 새롭게 공개한 하이 주얼리 챕터의 의미를 되새겼다.
interview
with Victoria Wirth Reynolds, Chief Gemologist and Vice President of High Jewelry Diamond and Gemstone Acquisition
티파니앤코가 발견한 수만 캐럿의 원석이 하이 주얼리라는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의 중심에는 수석 보석학자이자 하이 주얼리 다이아몬드 및 젬스톤 인수 부문 부사장 빅토리아 워스 레이놀즈가 있다. 40년 가까이 메종의 살아 있는 아카이브이자 수석 보석학자로서 지켜낸 신념은 현대 티파니앤코의 하이 주얼리를 다시금 정의하는 토대가 되었다.
1987년에 입사해 다채로운 원석이 하이 주얼리로 변모하는 전 과정을 목도했을 텐데요. 처음 마주한 티파니앤코의 옐로 다이아몬드가 건넨 전율과 수십 년이 지나 수만 캐럿의 원석을 다루는 위치에서 느끼는 전율은 어떻게 다를까요? 티파니앤코의 다이아몬드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약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깊은 영감을 주지만, 이전과 또 다른 차원으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하우스의 다이아몬드가 지닌 압도적 아름다움과 상징성은 시대를 초월해 변함없이 빛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책임 있는 원석 조달 분야에서 하우스가 구축해온 리더십은 이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하며, 그 빛을 더욱 찬란하게 합니다.
1980년대 후반의 주얼리 트렌드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였습니다. 하지만 티파니앤코는 탄자나이트나 차보라이트 같은 컬러의 혁명을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대중적 트렌드와 티파니앤코의 컬러 스톤 개척 정신 사이에서 입사 당시 당신의 안목은 어느 쪽을 향해 먼저 움직였나요? 하이 주얼리 분야에서 유색석의 미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습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원석은 오늘날 더욱 독창적이고 희소성 있는 보석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와 맞물려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색석의 다채로운 색채와 형태, 크기를 통해 무한한 창의적 표현의 영역을 열어주며, 디자이너들이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고객에게 깊은 감동과 의미를 전하는 단 하나의 하이 주얼리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스톤도 마주하셨을 것입니다. 물리적 결점을 찾는 일을 넘어 어떤 원석에서 티파니앤코의 운명 같은 특별한 빛을 발견하는지 기준이 궁금합니다. 또 보석학자로서 보석을 선별할 때 기술적인 부분 외에 어떤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하시나요? 티파니앤코의 사명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원석을 발굴하고 그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블루 북 컬렉션을 통해 경이로운 하이 주얼리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보석학적 관점에서 이는 원석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크기가 아닙니다. 뛰어난 색채와 예상치 못한 희귀한 원석의 조합, 그리고 다양한 커팅이 선사하는 우아함이 어우러지며 비로소 독창적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티파니앤코가 정립한 보석의 물리적 권위가 하우스의 토대라면, 그 위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쟌 슐럼버제의 예술성일 것입니다. 21세기의 커팅 기술과 새로운 유색 보석을 활용해 그의 비전을 현실로 구현할 때 보석학자로서 끝까지 고수하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쟌 슐럼버제의 유산을 계승하고 조명하는 일은 티파니앤코가 지닌 창의성과 예술적 비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상상력의 세계를 독창적으로 결합하며 주얼리 디자인의 새로운 경계를 개척했고,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 하우스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의 유산을 기린다는 것은 단순히 한 거장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조와 혁신을 이어갈 차세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전하는 과정입니다.
현대 티파니앤코 주얼리 디자인을 논하면서 버드 온 어 락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새가 앉아 있는 모양과 젬스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졌죠. 수석 보석학자로서 선택한 원석이 단순히 디자인의 재료에 그치지 않고, 하우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단서가 된 순간이 있었다면요? 보석학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원석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이는 결코 평범한 보석이 아닙니다. 독특한 형태와 경이로운 색채를 통해 작품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으니까요. 파라다이스 버드는 ‘버드 온 어 락’ 컬렉션에 적용한 원석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동감 넘치는 유색석과 예상치 못한 디테일이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과 환상의 세계를 조화롭게 연결합니다. 특히 각 버드 작품의 디자인은 보석이 탄생한 원산지와 그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색석 고유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곧 보석이 지닌 가장 순수한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와 경의를 담아냅니다.
히든 가든 컬렉션에서 보석학적으로 시도한 가장 모험적인 커팅이나 세팅 기법은 무엇이었나요? 네스트(Nest)는 티파니앤코가 추구하는 보석학적 완성도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핵심은 하이 주얼리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안목이 요구되는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의 정교한 매치였죠. 색상과 톤의 완벽한 조화를 구현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과정일뿐더러 스톤이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구성될 때 비로소 진정한 완성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에 모험적인 시도였습니다. 여기에 함께 구성한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선명한 대비는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 특유의 따뜻하고 풍부한 색감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티파니앤코에서 보낸 약 40년의 시간 중 훗날 티파니앤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단 한 점의 주얼리가 기록된다면 어떤 작품이길 바라나요? 하우스는 탁월한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유색석 커팅과 세팅 기법 면에서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 주얼리를 창조한다는 목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 한 점의 주얼리가 기록되는 것보다 현재 하이 주얼리 제작에 임하는 모든 이가 티파니앤코의 혁신과 탁월한 장인정신을 통해 클래식하면서 모던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을 직접 느끼길 바랍니다.
interview
with Nathalie Verdeille, Chief Artistic Officer, Jewelry and High Jewelry
‘블루 북 2026: 히든 가든’ 컬렉션은 물론 현대 티파니앤코의 하이 주얼리는 하이 주얼리 수석 예술감독 나탈리 베르데유의 안목에서 비롯된다. 직접 착용하고 싶은 주얼리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예술적 비전은 풍성한 볼륨감과 생동감 있는 색채, 관능적 곡선을 입고 작품의 형상을 갖춘다. 살결 위에서 살아 숨 쉬는 하이 주얼리가 탄생하는 이유다. 2021년 티파니앤코에 합류한 이후 그녀가 선보이는 혁신적 디자인은 쟌 슐럼버제의 독창적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
전통에 현대적 관점을 더해온 27년의 여정입니다. 수십 년간 하이 주얼리라는 정교한 세계에 임하면서, 하이 주얼리의 유연함(suppleness)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점이 인상적입니다. 레진 몰드부터 실버 프로토타입, 최종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저는 디자인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직접 작품을 착용해봅니다. 아름다움만큼 착용감 역시 중요하죠. 살결 위에서 소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순간의 감동, 바로 그 감정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로서 타협하지 않는 주얼리 본질의 기준이자 철학이기도 합니다.
유연한 하이 주얼리를 설계할 때 쟌 슐럼버제의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기술적 힌트도 있었나요? 쟌 슐럼버제의 비전은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하우스는 이러한 장인정신의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더욱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대표적 유산 중 하나는 바이메탈(bimetal)의 예술입니다. 골드와 플래티넘을 결합하는 기법인데, 물성이 다른 두 금속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동시에 티파니앤코만의 독보적이면서도 미학적인 시그너처죠. 이번 컬렉션에서는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옐로 골드 사용을 절제해 형태의 윤곽을 강조하고, 미묘한 대비를 통해 입체적 작품에 깊이감을 부여했습니다. 내부에서 빛이 스며 나와 디자인 전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요.
주얼리의 뒷면 마감이나 잠금장치의 메커니즘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능적 디테일도 특별합니다. 개인적으로 움직임이 살아 있는 주얼리를 선호합니다. 주얼리는 몸을 장식하고 실루엣을 새롭게 정의하는 조형물이면서도 가볍고 편안해야 하죠. 이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대비를 활용합니다.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과 젬스톤이 지닌 소재의 밀도, 패턴의 중첩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블로섬’에서는 이러한 대비가 피부 위에서 피어나는 꽃봉오리 형태로 구현됩니다. 골드 베이스 위에 플래티넘 꽃잎,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골드 디테일이 겹겹이 쌓이며 복합적 구조를 형성합니다. 빛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하며 살아 있는 꽃다발 같은 인상을 만들어내죠. 이 모든 과정에는 수많은 연구와 프로토타입 제작, 그리고 미세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빛을 사로잡고 존재감으로 놀라움을 주면서도, 몸 위에서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안착하는 완벽한 균형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1950년대 쟌 슐럼버제와 2026년의 나탈리 베르데유가 바라보는 자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쟌 슐럼버제는 “저는 모든 것이 자라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합니다. 불균형하고 우연적이며 유기적이고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죠. 우주의 불규칙성을 포착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자연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창조적 정신을 모든 컬렉션에서 이어가고자 합니다. 슐럼버제처럼 하나의 요소를 또 다른 요소와 연결하며 작품을 구축해나갑니다. 줄기, 잎, 꽃잎 하나하나까지 살아 있는 존재처럼 생각하며 디자인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가 모여 스스로 성장하듯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때로는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 탄생합니다. 저는 이것이 슐럼버제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감함을 장려하는 초대장과도 같습니다. 자연의 불규칙성을 포착하고, 주얼리에 자연이 지닌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죠.
쟌 슐럼버제의 뮤즈 버니 멜론은 정제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했습니다. 이번 컬렉션도 이 비전을 이어가고자 하는 전략일까요? 자연은 모든 창조의 어머니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색채나 패턴, 질감도 자연이 먼저 보여주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마치 하나의 주얼리 컬렉션처럼 자연 또한 계절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색채와 형태, 리듬을 선보입니다. 2026 컬렉션도 이러한 순환과 변형의 원리에서 출발했습니다. 각 챕터는 저마다 시적인 방식으로 이를 보여줍니다. 또 완벽한 핑크·오렌지 색조를 지닌 파파라차 사파이어와 데님 블루 컬러의 몬타나 사파이어 같은 희귀한 젬스톤은 나비의 화려한 변신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해석하려는 하우스의 철학을 드러냅니다. 각 작품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자연을 응축한 하나의 조각과도 같습니다. 환상적인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자연. 티파니앤코는 이를 장인정신의 엄격함과 현대적 창의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합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니까요.
‘히든 가든’이라는 이름처럼, 이번 컬렉션에 공들여 숨겨놓은 디테일이 있을까요? 이번 컬렉션에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발견되는 디테일이 있습니다. 자연이 그렇듯이 꽃이나 날개, 잎사귀의 아름다움도 한눈에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비(Bee)’ 다이아몬드 링에서는 골드와 플래티넘, 다이아몬드로 표현된 벌이 세팅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비밀은 하이 주얼리의 본질과도 같습니다. 착용하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친밀한 즐거움, 그리고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거죠.
하이 주얼리는 동시대 미감을 기록하는 매개이기도 합니다. 나탈리 베르데유가 완성한 디자인 언어 중 어떤 요소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티파니앤코의 기준’으로 남길 바라나요? 어떤 디자이너들은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과거를 지우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스토리텔러에 더 가깝습니다. 티파니앤코에는 150년에 걸친 방대한 아카이브가 존재합니다. 어떤 것은 이미 아이콘이 되었고, 어떤 것은 아직 스케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다시 세상에 소개될 가치가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예술적 흐름 속에서 과거와 대화를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수많은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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