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란 세력 총집결해 반미구호…이라크 내부선 일부 반발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서 치러진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행사가 이란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무대가 됐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아파 성지인 이라크의 나자프에 도착한 하메네이의 관은 질소가스와 드라이아이스 등 보존 장치가 설치된 차량에 실렸다.
장례 행렬은 나자프 공항에서 출발해 또 다른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를 거쳐 다시 나자프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행렬이 지나가는 도로에는 하메네이의 대형 초상화와 함께 검은 깃발과 미국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구호가 곳곳에 내걸렸다.
추모객들이 하메네이의 관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몰려들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장례 행렬에 운집한 인파는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친(親)이란 민병대인 인민동원군(PMF)은 장례 행렬 전 구간에 병력을 배치해 인파 관리 등 경비를 맡았다.
추모객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내에 설치된 확성기에서는 "수백만 명이 모인 오늘의 장면이 트럼프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또한 지난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육성 연설도 방송됐다.
이번 장례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한 당국자는 "이번 장례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이라크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 행사에는 이란의 고위 인사뿐 아니라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 등 이라크의 종교·정치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아파 소속 의원들은 통곡하면서 "우리의 지도자를 위해 복수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라크 정치분석가 모하메드 알자사니는 "수백만 명의 인파는 이라크와 이란이 하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며 미국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라크 내부에서는 이란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나자프의 한 상인은 "도시 곳곳에 무장세력과 치안 병력이 배치되면서 많은 시민이 집에 머물고 있다"며 "이란 지도자의 장례 때문에 이라크의 국가 기능이 사실상 멈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