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국내 대중음악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 기획사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형 성장 이면에 드리운 양극화와 신인 감소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K팝의 지속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올해 신설한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을 내년에는 약 두 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음악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 도입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성장률은 ‘고공행진’…속도 뒤엔 구조적 균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은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15.4%, 32.4% 증가했다.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도 K팝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내부 구조는 점차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제작비 상승과 장르 편중, 대형 기획사 중심의 시장 재편, 지역 공연 인프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신인 아티스트 감소는 경고 신호로 꼽힌다. 지난해 써클차트에 진입한 신인 수는 전년 대비 약 40%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 기획사 간 제작비 격차가 최대 30배까지 벌어지면서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 “아이돌 한 팀에 100억”…현장선 ‘생존 위기’ 호소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토로했다. 우승현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장은 “아이돌 그룹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음반 판매 감소까지 겹쳐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알비더블유 대표 역시 “아티스트가 수익을 내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며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만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게임 중심으로 설계된 콘텐츠 펀드에 K팝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제작비 세액 공제 도입, 중견 기획사까지 지원 범위 확대, 지방 공연장 대관료 조정 등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음반 구매에 대한 소득공제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 정부 “인디·신인 중심으로 생태계 다양성 확대”
정부는 단기적 지원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장관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창작 기반이 넓어지고 다양한 장르가 살아나야 한다”며 “중소·중견 기획사가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인디 음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새로운 장르와 신인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내년 12월 개최 예정인 K팝 페스티벌 ‘페노미논’ 준비 상황도 공개했다. 최 장관은 “행사 골격이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이라며 “글로벌 팬 유입을 통해 K팝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미스틱스토리, CAM WITH US, RBW, FNC엔터테인먼트, EMA 등 주요 기획사와 관련 협회들이 참석해 정책 방향과 현장 과제를 공유했다.
K팝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넘어가기 위한 분기점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무게 중심을 넓히는 정책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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