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디지털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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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디세이] 디지털 에티켓

경기일보 2026-07-08 19:10: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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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마음 아파하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함께 있던 단체 카톡방이 있었는데 그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믿고 의지했던 한 회원이 가장 먼저, 그것도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갔다고 한다. 남은 사람들 모두가 당황했지만 특별히 그 모임을 이끌어 왔던 지인은 그 일로 많이 힘들고 서운해했다. ‘그동안의 관계가 이것밖에 안 됐나’ 하는 생각에 회의감마저 들었다고 했다.

 

사람은 실제 공간에서는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 함께 밥을 먹던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문을 닫고 나가지는 않는다. 모임을 마칠 때도 “수고했습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긴다. 그런데 디지털 공간에서는 만남도 헤어짐도 너무 쉽게 여긴다. 손가락 하나로 방을 나가고, 대화를 지우고, 관계를 정리한다. 하지만 나간 것은 화면 속 방일 뿐인데 남은 상처는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다.

 

디지털 에티켓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예절이다. 예전의 예절이 어른께 먼저 인사하는 것이나 밥상과 길거리와 회의실에서 드러났다면 오늘의 예절은 문자와 댓글과 단톡방에서도 드러난다. 기술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따뜻하게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디지털 능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디지털 인격이다.

 

단톡방은 단순한 대화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곳에는 함께 웃었던 시간, 나눴던 소식, 축하와 위로의 말들이 쌓여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알림창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관계의 작은 거실일 수 있다. 그래서 방을 나가는 일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모든 관계를 억지로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관계를 정리해야 할 때도 있고 조용히 물러나야 할 때도 있다. 다만 떠남에도 예절이 필요하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을 나가게 됐습니다”, “모두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이 정도의 짧은 인사면 충분하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지막 온기를 남기면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식보다 마음이다. 침묵은 편할 수 있지만 때로는 차갑고, 짧은 인사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때로는 오래 남는 배려가 된다.

 

디지털 시대에는 말이 너무 빠르다. 손가락은 마음보다 앞서고, 전송 버튼은 생각보다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보내기 전에 한번 멈춰야 한다. 이 말이 상대를 세우는 말인지, 불편하게 하는 말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 소식이 모두에게 필요한 말인지, 한 사람에게만 전해야 할 말인지 구별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자극적인 영상, 날 선 댓글, 무심한 퇴장은 모두 디지털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변화와 빠른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빨라져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다. 화면은 차갑지만 그 너머에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므로 디지털 에티켓은 단순한 매너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도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관계는 큰 사건으로만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무심함이 쌓여 멀어지고 짧은 한마디가 없어 서운함이 깊어진다. 반대로 관계는 큰 선물로만 회복되지도 않는다. 작은 인사, 따뜻한 문장, 조심스러운 배려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붙든다. 이제 그 관계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어진다. 손가락에도 예절이 필요하다. 떠날 때도 인사를 남기는 사람, 말할 때도 마음을 살피는 사람,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예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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