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1~6월) 한국 게임 산업은 성과와 규제, 그리고 인공지능(AI)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기록적 흥행이 한쪽에서 터지는 사이, 반대편에서는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과징금 심의가 시작됐고, 그 밑바닥에서는 AI가 개발 방식 자체를 바꿔놨다.
가장 뚜렷한 성과는 콘솔에서 나왔다. 펄어비스는 2026년 6월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Crimson Desert)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600만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출시 첫날 200만장, 한 달이 채 되기 전 500만장을 기록한 데 이어 출시 83일 만에 600만장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가 5월 발표한 2026년 미국 비디오게임 판매 순위에서 붉은사막은 연간 누적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기존 프랜차이즈가 장악한 글로벌 콘솔 시장에 신규 IP(지식재산)로 진입해 거둔 이례적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붉은사막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었다. 크래프톤 자회사 언노운월즈가 개발한 서브노티카2가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단계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도 흥행세를 이어갔다. 게임와이가 상반기 흐름을 종합한 결과, 모바일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PC·콘솔 패키지로 글로벌을 겨냥한 전환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온라인 부문은 대형 신작보다 클래식 IP의 재부상이 두드러졌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클래식이 상반기 PC방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고, 발로란트·오버워치·FC온라인·배틀그라운드 등 기존작이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다. 시장을 뒤흔들 대형 온라인 신작의 공백은 상반기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게임사들의 이러한 혁혁한 성과의 반대편에는 규제가 있었다. 2026년 7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앱마켓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구글 엘엘씨, 구글 아시아 퍼시픽, 구글코리아 등 3개 법인에 송부하며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문제가 된 계약은 2019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약 6년 9개월간 운영된 GVP(Games/Google Velocity Program), 이른바 프로젝트 허그다.
공정위는 구글이 게임사에 출시 시기와 품질 등을 경쟁 앱마켓보다 플레이스토어에 우선하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설정하도록 하는 최혜대우 조건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클라우드·광고 도구·유튜브 등 자사 플랫폼 서비스 비용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지원 규모가 플레이스토어 매출과 연동되는 누진 구조였다는 점도 지적됐다. 계약 대상은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펄어비스·컴투스 등 국내 5개사와 라이엇 게임즈·액티비전 블리자드 킹 등 해외 17개사를 합쳐 22곳이다.
규모가 상징적이다. 공정위가 산정한 관련 국내 매출액은 92억1777만 달러, 약 14조1600억 원이다. 과징금 상한인 6%를 적용하면 최대 8496억 원으로, 2017년 퀄컴 사건(1조311억 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구글은 2023년에도 원스토어 배제를 이유로 421억 원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어 5년 이내 재적발에 따른 가중 대상이지만, 공정위는 가중되더라도 상한은 동일하게 8496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대목은 게임사 면책이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구글의 압도적 지배력을 감안할 때 게임사가 자금 지원 패키지를 거절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원을 받은 행위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계약 당사자인 게임사들은 피심인에서 제외됐다.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에서 구글플레이 점유율은 80% 이상, 원스토어는 10%대에 머문다. 게임와이 취재 결과, 이번 사안의 본질은 수수료 논쟁을 넘어 모바일 게임 유통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로 수렴한다.
세 번째 축은 AI였다. 크래프톤은 2025년 10월 23일 AI 퍼스트(AI First) 전환을 선언하고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 구축 등에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 실행이 상반기에 본격화했다. 게임와이 취재 결과, 크래프톤은 2026년 4월 AI 프론티어 본부를 신설해 AI 인력을 기존 80명에서 160명으로 두 배로 늘렸고,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엔비디아 GPU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자체 AI 모델 라온을 개발하며 게임에 생성형 AI를 접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AI 내재화는 크래프톤만의 흐름이 아니었다. 엔씨소프트는 AI 전문 자회사 NC AI를 설립해 투자를 이어갔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의 72.0%가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현장에서 AI는 이미 표준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I 기본법 시행과 함께 AI가 사용된 게임물의 표시 의무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용자의 AI 생성물 거부감도 여전하다. AI 사용 여부를 둘러싼 고지 문제나, 사용했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행위는 소비자 기만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게임와이가 분석한 결과, 상반기 AI 쟁점은 '얼마나 쓰느냐'에서 '어떻게 밝히느냐'로 옮겨갔다.
세 축을 관통하는 공통 변수가 있다. AI 투자가 메모리·GPU 수요를 밀어 올려 콘솔 하드웨어 생산 비용과 게임 개발비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이다. 서카나도 AI 데이터센터발 램·GPU·스토리지 수요가 콘솔 하드웨어 생산 비용을 끌어올린다고 짚었다. 성과가 커질수록 비용 구조가 시험대에 오르는 구조다.
상반기를 돌아보면 붉은사막이 600만 장을 판매하며 스텔라 블레이드와 P의 거짓 등에 이어 K-게임의 글로벌 인기를 이어갔다는 점, 그리고 AI가 게임 업계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 가장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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