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기아 오토큐에 입고된 2021년식 K9(오른쪽 두 번째)이 부품 공급 차질로 한 달 가까이 야외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차주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식 더 뉴 K9 차주는 지난해 겨울 계기판에 엔진 과열 경고등이 점등돼 기아오토큐 안동종합서비스를 방문했지만 이상 없다는 안내를 받고 차량을 계속 운행했다. 이후 지난달 12일께 다시 같은 증상이 발생해 재입고했지만 정비에 필요한 블로어 어셈블리 재고 부족으로 수리가 뒤로 밀렸다. 블로어 어셈블리는 엔진 냉각 계통 열을 식혀주는 냉각장치 관련 핵심 부품이다. 소비자가는 19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품은 ▲더 뉴 K9(2021년 5월 이후) ▲더 K9(2018년 4월~2021년 5월) ▲제네시스 G90(2018년 11월~2021년 12월) ▲제네시스 EQ900(2015년 이후) ▲제네시스 G80(2016년 7월~2020년 3월) 등에 공통 적용된다.
차주는 “기아 오토큐 측으로부터 부품이 없어 주문을 진행했다는 설명과 함께 현대모비스에 직접 문의해 달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이후 현대모비스 고객센터에 두 차례나 책임자의 회신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차량은 27일 넘게 기아오토큐 야외 주차장에 세워진 채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장기간 야외 방치에 따른 차량 손상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이번 사례는 차량을 외부에 장기간 보관하면서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며 “폭염 속 차량을 장기간 야외에 두면 고무와 플라스틱, 각종 수지류 등 비금속 부품의 열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증기간이 만료된 차량의 경우 품질 저하가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협력업체 간 납품단가 협상 지연을 지목한다. 1·2차 협력업체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한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가격 협의가 장기간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정비업계에서는 최근 부품가격 현실화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생산비 증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부품 제조원가가 크게 오른 만큼 일정 수준의 가격 조정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협력업체 간 가격 협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비부품 공급까지 중단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훈 대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며 벤더 간 가격 줄다리기 과정에서 소비자가 볼모가 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협력업체로부터 해당 부품을 공급받는 현대모비스는 현재까지 부품 공급 재개 시점이나 일정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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