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Far From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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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Far From Home’

문화매거진 2026-07-08 15:46:57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집이라. 요즘 동료 작가가 실없이 하는 농담의 주제 중에는 내 공간이 있다. 집이라기엔 뭐하고, 게스트하우스보다는 고정된 공간, 안전하게 잠을 자기 위한 공간- 작은 거처에 관해서다.

지난날 그를 나의 작은 거처에서 재운 적이 있었는데 그리 좁은 줄은 몰랐는지 퍽,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조금 친하다 싶은 자리에선 딱한 눈빛으로 #원룸 #네모박스 #작은공간 등에 대해 말하는데 글쎄, 볼을 긁적이며 생각하길. 집의 크기와 모양을 측은지심의 연유로 삼는 것이 낯설었다. 그건 내가 따져보지 않던 종류였다.

▲ 인사1010 청년작가 프로젝트 'Far From Home' / 사진: 유정 제공
▲ 인사1010 청년작가 프로젝트 'Far From Home' / 사진: 유정 제공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다녔다. 이 동네 저 동네 옮겨 다니며, 내게 맞는 분위기가 무엇인지 찾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돈된 집을 구할 때도, 정돈해야 하는 집을 구할 때도 있었다. 방이 몇 개이기도, 하나이기도 하기를 나이에 비례하지 않고 다녔다. 

지금은 나의 대부분의 생활을 화실에 두고, 원룸에 들어와 있다. 잠만 자기에 적절한 곳을 구한 것인데 이따금씩 스물 언저리 첫 독립을 하며 구했던 방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비로소 내가 내 공간을 알맞게 선택하고 있다는 기쁨과 회환이었다.

나는 그렇게 국내에서 떠돌고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구역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문화, 그 각자가 무리 지어 있는지 신기하다. 하물며 여러 나라의 문화를 떠도는 이들의 시야는 어떠할까. ‘Far From Home’전의 이야기를 빌려 본다.

▲ 'Far From Home' / 사진: 유정 제공
▲ 'Far From Home' / 사진: 유정 제공


사진작업을 하는 김지수 작가와 사운드작업을 하는 박인영 작가는 외국생활을 통해 ‘HOME’이라는 개념을 물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다음과 같다. 

“나는 다양한 문화 속을 떠돌며, 정체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아온 Third Culture Individual이다. 어느 한 곳에서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뿌리 없는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중략) 집이자 마음속 고향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 개념은 언제나 나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았다. ‘Far From Home’은 이러한 경험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중략)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집이란 특정 장소나 뿌리, 국적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략) 우리의 기억과 가치, 함께 나눈 순간들이 모여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해 나간다는 것을.”

한때는 부의 상징이라 불리던 고가의 주거공간이 불과 한두 해 만에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다. 그곳의 가치는 언제든 붕괴될 수 있는 외부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반면, 개인의 기억과 가치, 순간이 모인 곳이 집이라는 말은 어떠한가? 

▲ 'Far From Home' / 사진: 유정 제공
▲ 'Far From Home' / 사진: 유정 제공


모든 가구가 낮았던 옛날 집, 벽과 천장에 덧대어진 나무의 짙은 갈색, 세발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부딪히던 베란다... 그 한쪽에선 매년 붉은 동백이 피고 지었다. 여전히 동경하고 그리워하도록 남아 있는, 필자의 기억에 낱말을 붙인다면 그와 같을 것이다. 집을 그리움으로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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