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NXP와 ADI가 국내 유통업체에 판매 마진율을 정해 거래를 강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을 받게 됐다. 위반 사실이 인정될 경우 두 회사에 부과될 과징금은 최대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사무처는 NXP와 ADI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고, 각 회사에도 발송했다고 8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행위 사실과 위법성 판단, 조치 의견 등을 담고 있다. 당사자에게 심사보고서가 송부되면 공정위 제재 절차가 시작된다.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NXP는 국내 자동차용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ADI는 온도·소리·영상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아날로그 집적회로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국내 유통사에 ‘표준 공급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 뒤 유통사가 고객에게 할인 판매를 승인받으면 표준 공급가격과 할인 판매 가격의 차액을 환급하는 ‘S&D(Ship&Debit)’ 거래 방식을 운영했다. S&D 거래 자체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다만 공정위는 두 회사가 이를 거래 제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NXP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S&D 거래를 통해 특정 유통사가 거래처를 확보하면 다른 유통사는 해당 거래처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독점 유통권을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사별 마진율도 사전에 정해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파악됐다.
ADI도 2020년부터 현재까지 거래하는 유통사들의 마진율을 사전에 정해둔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유통사들이 거래처에 제품을 재판매할 가격도 지정해 이를 따르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NXP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고 경영에 간섭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DI에 대해서는 마진율을 사전에 정한 행위를 경영 간섭으로 봤다. 또 유통 단계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NXP의 위법 행위 관련 매출액은 거래상대방 제한 행위가 약 8억8천만달러(약 1조3천억원), 경영 간섭 행위가 약 6억6천만달러(약 1조원)로 추산됐다. ADI는 경영 간섭 행위와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의 관련 매출액이 각각 8억달러(약 1조2천억원)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련 매출액의 최대 4%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NXP에는 최대 920억원, ADI에는 최대 960억원의 과징금이 내려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효과가 같은 거래 분야에 미치면서 금액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액될 수 있어 실제 부과 금액은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에 대한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를 열람·복사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받는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의 의견을 검토한 뒤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자 미래 성장 동력인 반도체 분야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유통사의 거래처 및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자율적 결정 권한을 보장하겠다”며 “이와 함께 유통사 간 가격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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