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창립 80주년을 맞아 선보인 새 CI 캠페인 영상이 국제 광고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항공·육상·해운 물류를 한 화면에 엮은 브랜드 영상이 기업 홍보물을 넘어 글로벌 광고 무대의 평가 대상에 오른 사례다.
한진그룹 창립 80주년 NEW CI 캠페인 영상 일부 캡처
80년 역사, ‘멈추지 않는 구슬’로 풀었다
한진그룹의 창립 80주년 New CI 캠페인 영상이 2026 뉴욕페스티벌(New York Festivals) 광고제 필름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0월 그룹 창립 80주년을 계기로 공개한 새 기업이미지(CI) 캠페인 영상이 해당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국내 기업 출품작 가운데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한진그룹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영상의 중심 소재는 구슬이다. 1945년 한진상사에서 출발한 한진그룹의 역사를 하나의 구슬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구슬은 선로와 길, 항공기와 선박, 트럭, 호텔, 대학 등 여러 공간과 오브제를 지나며 그룹의 사업 영역을 연결한다. 단순히 연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류 기업이 가진 ‘이동’과 ‘연결’의 이미지를 시각적 장치로 바꾼 구성이다.
배경음악에는 한진그룹 사가의 멜로디가 활용됐다. 기업 내부 구성원에게 익숙한 상징을 영상 문법 안에 넣어 80년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도자료 성격의 영상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시간성과 사업 정체성을 짧은 필름 안에 담으려 한 시도로 평가된다.
뉴욕페스티벌은 어떤 광고제인가
뉴욕페스티벌 광고제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6 광고제 포스터
뉴욕페스티벌은 광고·방송·라디오·디지털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국제 시상식이다. 광고 부문은 필름, 디자인, 디지털, 브랜디드 콘텐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작품을 선정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2026년 수상작과 그랑프리, 베스트 오브 쇼 등을 별도 갤러리로 공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국제 광고제 수상은 단순한 상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항공·물류처럼 소비자가 매일 제품을 만지는 업종이 아닌 경우 기업 브랜드를 설명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물류 기업은 항공기, 선박, 트럭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을 보유하지만 실제 경쟁력은 노선망, 운항 안정성, 배송 인프라, 데이터 처리 능력, 글로벌 파트너십에서 나온다. 이런 무형의 역량을 소비자에게 짧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면 광고 영상의 역할이 커진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창립 기념 영상을 브랜드 방향을 설명하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성과를 소개하는 데 더해 앞으로의 사업 방향과 기업 이미지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 로고 교체, 전용 서체 도입, 컬러 체계 정비, 영상 캠페인이 함께 진행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CI는 명함이나 간판에 들어가는 표식을 넘어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여러 접점에 적용되는 브랜드 요소다.
한진그룹 새 CI가 담은 방향
한진그룹 제공
한진그룹은 지난해 창립 8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룹 비전 2045’를 발표했다. 2045년 창립 100주년을 겨냥한 장기 전략으로, 항공과 물류를 중심으로 한 그룹 정체성을 다시 정리하는 계기였다. 당시 한진그룹은 수송보국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새 CI도 이런 흐름의 일부다. 한진그룹의 새 로고는 기존 H마크를 재해석하고 영문명 ‘HANJIN GROUP’과 대한항공의 태극 마크를 함께 배치한 형태로 소개됐다. 블루 계열 색상은 유지하면서 선을 단순화하고, 그룹 전용 서체인 ‘한진그룹 산스’를 적용해 계열사 간 시각적 통일성을 높였다는 설명이 나왔다.
CI 개편은 소비자에게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그룹사에는 꽤 큰 작업이다. 항공기 도장, 물류 차량, 임직원 유니폼, 사옥 간판, 앱과 홈페이지, 홍보물, 광고, 공항 카운터 등 수많은 접점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지나치게 흩어지면 같은 그룹이라는 인식이 약해지고 반대로 지나치게 획일화되면 각 계열사의 개성이 사라진다. 한진그룹이 영상 캠페인을 함께 공개한 것도 새 CI를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그룹 정체성 재정비로 설명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항공·물류 업계, 브랜드 경쟁도 커졌다
한진그룹의 이번 수상은 국내 항공·물류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는 시점과도 맞물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국내 항공산업은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재편이 함께 진행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통합 대한항공 체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논의, 글로벌 노선 경쟁, 물류 디지털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 선택과 투자자 신뢰에 모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됐다.
물류 산업에서도 브랜드의 의미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시 배송, 운임, 네트워크 규모가 전면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친환경 운송, AI 기반 물류 관리,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고객 경험이 함께 평가된다. 소비자는 택배 상자 하나를 받을 때도 배송 추적, 반품 편의성, 파손 대응, 친환경 포장 여부를 따진다. 기업 간 거래에서도 물류 파트너의 브랜드 신뢰도가 계약 조건에 영향을 준다.
한진그룹 80주년 캠페인 영상은 구슬이 여러 공간을 지나 이동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영상에는 항공기, 트럭, 선박 등 물류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호텔, 대학 등 그룹 관련 사업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가 등장한다. 한진그룹은 이를 통해 창립 이후 이어온 사업 영역과 새 CI 공개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해온 그룹의 진정성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진그룹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더 넓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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