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차린 '유령 유통사'…수백억 의료비가 줄줄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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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차린 '유령 유통사'…수백억 의료비가 줄줄 새고 있다

연합뉴스 2026-07-08 11:4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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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간납업체 '셀프 납품·불법 리베이트' 검은 공생에 정부가 칼 뺐다

을지재단 병원에 매출 99% 의존 토탈메디칼…"정상 거래라 볼 수 없다"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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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정부가 국내 의료기기 유통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병원과 간접납품업체(간납업체) 간의 불공정거래 실태조사에 나섰다.

'셀프 납품', 불법 리베이트 등 검은 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의 의료비 상승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병원과 간납업체 간 비리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질서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해 지난 5월 말부터 병원에 의료기기 등을 독점 공급하는 간납업체의 운영 실태를 정밀 점검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 간납업체, 병원의 '쌈짓돈' 창구?…의료기기 유통구조 왜곡

병원은 통상 의료기기, 치료재료(치료에 사용되는 소모성 의료기기) 등을 제조업체로부터 도매업체를 거쳐 조달한다.

그런데 '다품종 소량'이라는 의료기기 납품의 특성을 고려해 도매업체와 병원 사이에 또 하나의 유통 단계로 간납업체가 끼는 사례가 많다.

유통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실상은 병원이 일종의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중간 이윤을 간납업체를 통해 취하려는 의도도 적지 않다.

초창기 간납업체들은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 사이에서 효율적인 유통을 자처하며 규모를 키웠지만, 유통 과정에서 입김이 커지기 시작하자 수수료를 높이고 편법 운영을 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유통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유통 비용만 중간에서 착취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질된 것이다.

리베이트 리베이트

[연합뉴스TV 제공]

일부 간납업체는 병원장의 가족이 소유·운영하면서 가족 병원에 '셀프 납품'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등 '특수관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벌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간납업체를 통해 싸게 사들인 의료기기·치료재료를 비싸게 산 것처럼 속여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 비용을 청구하거나, 간납업체 대표와 짜고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를 챙기는 비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

일례로 2023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친족이 운영하는 간납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사례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하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특정 전문병원과 간납업체 간의 불공정 거래를 거론하며 부당이익 편취 의혹 등을 추궁한 바 있다.

김 의원이 지목한 병원의 병원장은 간납업체의 지분이 없지만, 간납업체의 지분 100%를 보유한 업체를 소유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병원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간납업체가 해당 병원에 의료기기·치료재료 등을 독점 공급하고, 여기서 얻는 수익이 병원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 복지부, 실태조사 착수…특수관계 파악에 집중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업체의 운영 현황과 거래 구조, 시장 내 불공정 행태 여부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병원에 의료기기 등을 독점 공급하는 간납업체 경영진이 병원장의 배우자 및 친족 등과 특수관계는 아닌지,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기지는 않는지 등을 두루 살필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간납업체 관리·규제를 국정과제로 삼고 지난해 12월 말 의료기기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개정 법률은 2027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법률의 골자는 병원장·의료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업체와 해당 의료기관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병원장의 배우자를 비롯해 병원장과 2촌 이내 친족 등이 간납업체를 운영하거나 지배관계(50% 이상 지분 등)가 형성된 경우, 또는 의료기관이 간납업체의 임원 구성 및 사업 운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거래를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복지부는 병원과 간납업체 간 특수관계로 인한 불법 또는 탈법적 유통 질서 문제를 공정거래법만으로는 규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의료기기법에 이 같은 규정을 신설했다.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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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이 오랜 관행처럼 여겨졌던 간납업체 중심의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병원장이 간납업체의 지분 변동을 통해 특수관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주문한다.

즉 병원장이 3촌 이상인 사람을 간납업체의 대리인으로 내세우거나 지분율을 49.9%로 낮추는 등의 꼼수를 부려 특수관계가 아닌 것처럼 위장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를 '실질적인 지배자'로 볼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법과대학 교수는 "간납업체가 뒤늦게라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의료기기법이 개정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의료기기법은 구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제 돈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치가 담겨 있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탈메디칼 감사보고서 토탈메디칼 감사보고서

[토탈메디칼 감사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사립대병원도 간납업체 운영…을지학원-토탈메디칼의 '수상한 거래'

의료계는 특히 규모 있는 사립대병원이 간납업체를 소유·운영하면서 부당이익을 챙기는 사례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립대병원 재단이 직영하는 간납업체가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립대병원과 간납업체 간의 부정거래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립대병원 재단이 설립한 간납업체가 의료기기 업체를 상대로 과다 수수료를 챙기더라도, 의료기기 업체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다수 견해다.

을지재단 산하 병원들에 의료기기 등을 공급하는 토탈메디칼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탈메디칼은 의정부을지대병원 등을 실질적으로 소유·운영하는 을지재단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간납업체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과 홍성희 을지대 총장 부부가 2003년 설립했다. 애초 박 회장 부부 소유였으나, 이들이 2022년 보유하던 토탈메디칼 주식을 이유인베스트에 전량 매각하면서 이유인베스트의 자회사가 됐다.

이유인베스트는 을지재단의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수익사업을 위해 운영하는 수익사업체로, 을지학원 이사인 최헌호 전 을지학원 운영본부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을지학원이 이유인베스트를 통해 토탈메디칼을 손자회사로 거느리는 구조인 셈이다.

을지재단 및 이유인베스트 사무소 출입구 을지재단 및 이유인베스트 사무소 출입구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회장 부부가 을지학원과 이유인베스트를 통해 토탈메디칼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토탈메디칼과 이유인베스트 사무소가 모두 서울 을지로의 을지재단빌딩에 입주한 사실도 이런 추정에 힘을 싣는다.

토탈메디칼의 매출이 99% 이상 을지재단 산하 병원에서 나오는 점도 눈에 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토탈메디칼의 지난해 전체 매출 720억8천654만 원 중 99.6%가 의정부을지대병원(323억1천657만 원)과 대전을지대병원(239억4천234만 원), 노원을지대병원(155억6천390만 원)에서 창출됐다.

이렇게 얻은 이익은 이유인베스트와 을지학원을 거쳐 을지재단으로 흘러갈 것으로 추정된다. 토탈메디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억3천655만 원이었는데, 100% 투자사인 이유인베스트에 배당된 금액은 31억20만 원이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이 105.6%에 달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정상적인 거래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순현 김잔디 박수현 최원정 기자)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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