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주절벽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공급 보완책으로 내세웠던 공공정비 사업장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구역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이 정체된 정비사업을 빠르게 풀겠다며 제도를 도입한 지 6년째지만, 후보지 지정이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전년 대비 48% 급감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87%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물량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대부분이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공정비가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향후 입주난과 전세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정비는 LH와 SH가 시행자로 참여해 장기간 정체된 노후지를 빠르게 정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용적률 상향, 종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통합심의, 사업비 융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10년가량 걸리던 정비사업을 5년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하지만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기준 공공재개발 선정구역 35곳 가운데 착공에 들어간 곳은 없다.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도달한 곳도 0곳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신설1, 양평13, 거여새마을 등 3곳에 그쳤다.
병목은 착공 직전이 아니라 그보다 앞 단계에서 확인된다. 공공재개발 35곳 중 14곳은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공시행 방식에서는 주민대표회의 구성과 LH·SH 시행자 지정이 병행되지만, 이후 사업시행인가로 넘어가지 못하는 구역이 다수라는 뜻이다. 후보지 선정과 시행자 지정만으로는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첫 시범사업 8곳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21년 선정된 이후 5년 넘게 지났지만 착공에 들어간 구역은 없다. 가장 빠른 신설1구역도 2025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27년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올해는 입주가 가시화됐어야 할 시점이지만 현실은 착공 전 단계에 머문 것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이 민간 재개발보다 특별히 느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간 재개발도 정비계획 결정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공공정비 역시 절차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급 보완책으로 공공정비를 내세운 이상 후보지 수가 아니라 실제 착공 전환율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체 원인으로는 동의·수용과 사업성 문제가 꼽힌다. 공공재개발은 낮은 초기 동의율로 후보지 진입 문턱을 낮췄지만, 이후 반대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입안 재검토나 취소가 가능해 사업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금호23구역은 조사 기준에 따라 찬성률이 엇갈렸지만 반대율이 30%를 넘기면서 공공재개발에서 해제되고 신속통합기획 민간 방식으로 전환된 사례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급격히 오른 공사비와 인건비, 금융비용도 부담이다. 여기에 공공기여와 기부채납, 공공성 확보 등 추가 조건까지 맞물리면서 공공정비의 사업성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공이 시행자로 들어오더라도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지고 사업성이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주민 동의를 유지하기 어렵다. 공공이 들어온다고 해서 주민 갈등과 사업성 문제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공공재건축 역시 확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선도사업지 5곳 중 일부 구역이 사업시행인가나 정비계획 단계까지 나아갔지만 착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수익성이 좋은 재건축 단지는 민간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공공재건축에는 도로 관통, 과밀 용적률, 장기 분쟁 등 자력 추진이 쉽지 않은 단지가 주로 참여하는 구조적 한계도 나타난다.
결국 공공정비의 문제는 후보지 발굴 부족이 아니라 착공 전환 실패에 가깝다. 민간 방식으로 풀리지 않던 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더라도 동의·수용, 사업성, 분담금, 공사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후보지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전환율”이라며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더라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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