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로댕 미술관에서 베일을 벗은 조나단 앤더슨의 두 번째 오트 쿠튀르 컬렉션. 셀럽들과 함께한 뜨거운 현장을 공개합니다.
파리에 펼쳐진 숲, 조나단 앤더슨의 두 번째 디올 오트 쿠튀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웨딩드레스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 그 열기가 채 식기 전, 그는 새로운 가을-겨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그의 두 번째 디올(Dior)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그 무대는 로댕 미술관(Musée Rodin)에 마련됐죠. 런웨이는 거대한 고사리와 야자수 잎으로 뒤덮인 초록빛 정원으로 변신했습니다. 프랑스를 덮친 폭염 속에서도 방문객들은 마치 오아시스에 들어선 듯한 풍경을 마주했는데요. 이번 디올 컬렉션은 대담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선보이는 미국의 거장 조각가 린다 벵글리스(Lynda Benglis)의 작업 세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자연과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작품을 떠올려 보면, 이번 무대는 컬렉션의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린다 벵글리스의 조각적 언어가 녹아든 컬렉션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Loewe)를 이끌던 시절부터 린다 벵글리스의 작품 세계를 컬렉션과 캠페인에 꾸준히 담아왔습니다. 이번 디올 쿠튀르에서는 그 영향력이 한층 더 깊어지며 벵글리스의 조각적인 언어가 컬렉션 피스 하나하나에 녹아들었는데요. 질감과 형태, 움직임에 주목하는 그의 조형 방식은 이번 컬렉션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이 기법은 하우스의 전통을 이어 온 디올의 시그니처 아이템 바(Bar) 재킷에서도 드러났죠. 허리선을 강조하는 실루엣이 특징인 이 피스는, 나뭇잎 컬러의 트위드 소재에 올이 풀린 듯한 프린지 장식을 더해 재해석됐습니다. 회색 하운드투스 패턴에 커다란 리본을 묶은 피스와 시폰 소재를 밑단에 느슨하게 늘어뜨린 디자인도 눈에 띄었죠. 유려하고 넉넉한 핏과 질감이 더해지며 각 잡힌 오리지널 형태 대신 한층 부드러운 실루엣의 재킷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플리츠로 완성한 자연의 실루엣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연 플리츠였습니다. 린다 벵글리스가 평평한 소재를 다림질하고 구부리고 매듭지어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듯, 조나단 앤더슨 역시 주름을 통해 원단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는데요. 짙은 라임 그린 컬러의 플리츠 드레스에는 하얀 데이지 장식이 곳곳에 수놓아져, 마치 정원을 그대로 걸친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은빛이 감도는 펄 그레이 톤 드레스는 굽이치듯 흐르는 드레이핑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순백색의 촘촘한 플리츠가 돋보이는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그의 조형미를 가장 정제된 형태로 옮긴 피스였죠. 구릿빛으로 반짝이는 메탈릭 드레스는 어깨 위로 커다란 매듭을 지어, 벵글리스 특유의 생물형태적 조형 언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액세서리로 이어진 조형미
주름의 흔적은 액세서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크고 작은 리본 쉐입의 가방은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물결 같은 굴곡을 그대로 옮겨왔죠. 시스루 메시와 플로럴 자수로 감싼 하이힐, 프린지가 풍성하게 달린 핸드백과 결이 살아있는 톱햇까지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조나단 앤더슨과 벵글리스의 문법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가방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조각 작품에 가까운 존재감을 드러냈는데요. 은박지를 구겨 놓은 듯한 입체적인 실루엣과 구릿빛 금속 플리츠를 겹겹이 쌓은 디자인은 손으로 빚은 조형물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늘색 새틴 가운 위를 가득 채운 커다란 부채 형태의 장식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죠.
조나단 앤더슨의 영감은 벵글리스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인도 구자라트(Gujarat) 주 도시 아마다바드(Ahmedabad)까지 뻗어 갔습니다. 그는 이 지역의 전통 직물인 친츠(Chintz)와 보석 세공 기법에 주목해 컬렉션 곳곳에 녹여내며 디테일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죠. 꽃 가지와 자수, 섬세한 비즈워크로 디올 쿠튀르가 오랫동안 이어 온 장인정신을 다시 한번 조명하며 조각과 공예, 자연을 하나로 이었습니다.
로맨틱한 꽃이 피어난 브라이덜 룩
쇼의 피날레는 오트 쿠튀르의 전통대로 브라이덜 룩이 장식했습니다. 정교한 레이스 아플리케를 더한 시스루 오프숄더 드레스는 조형과 자연, 장인정신을 탐구한 이번 컬렉션의 여운을 가장 로맨틱한 방식으로 마무리했죠. 어깨를 드러낸 실루엣 아래 잔잔히 피어난 플로럴 장식과 고사리 잎이 새겨진 듯 넓게 펼쳐진 트레인은, 쇼장을 가득 채운 자연을 신부의 걸음 위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민규가 선보인 디올의 여름 수트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 조시 오코너(Josh O’Connor), 프리양카 초프라(Priyanka Chopra) 등 글로벌 스타들이 총출동한 쇼장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은 단연 디올 앰배서더 세븐틴 민규였습니다. 그는 주름진 텍스처가 돋보이는 네이비 더블 브레스트 수트에 이너를 생략한 대담한 룩으로 나타났는데요. 앞서 공항에서 선보인 플라워 자수 셔츠와 치노 팬츠의 내추럴한 무드와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죠. 절제된 테일러링과 과감한 실루엣이 공존한 그의 룩은 이번 디올 컬렉션의 조각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미학을 완벽하게 체현하며 쇼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습니다.
디올의 사랑스러움을 입은 한소희
세븐틴 민규와 함께 쇼장을 빛낸 또 다른 주인공은 디올 글로벌 앰배서더 한소희. 그는 은은한 핑크 컬러의 드레이퍼리한 새틴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등장했습니다. 드레스 곳곳에 피어난 입체적인 플라워 장식으로 이번 디올 쿠튀르 컬렉션이 강조한 자연과 조형미를 우아하게 풀어냈죠.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과 피부 톤과 어우러지는 드레스 컬러로 로맨틱한 무드까지 놓치지 않았는데요. 여기에 리본 톱 핸들 백을 매치해 사랑스러움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자연과 공예의 미학이 공존하는 옷
디올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면서도 매번 독창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피스를 선보이는 조나단 앤더슨. 그는 이번 디올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자연과 조각, 공예의 미학을 각 피스에 녹여내며 황홀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웨딩드레스로 화제를 모은 그가 이번 런웨이에서는 우아함과 대담함, 조형미가 공존하는 실루엣으로 디자인 언어를 공고히 했죠. 그가 이어 갈 디올의 다음 챕터에 기대가 모입니다.